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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1.05.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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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씨는 사람의 대뇌가 지배하는 생리작용의 결과라고 독일의 생리학자 프레이어는 말한다. 따라서 손으로 쓰거나,입으로 쓰거나,또는 발가락으로 써도 그 특징은 똑같다. 그래서 두 사람이 완전히 똑같은 글씨를 쓸수는 없다고 프리먼이라는 필적학자는 말한다. 사람은 유아기부터 글씨는 쓰는 근육 발달에 특징이 생긴다고 한다. ◆동양과 달리 도장을 쓰지않고 펜으로 직접 「서명」하는 서양에서는 일찍이 필적학이 연구돼왔다. 또 타이프라이터가 보급되기전까지 국민학교 교과과정에는 글씨 쓰기가 들어있었다. 미국의 돈다이크나 아이어즈는 펜을 쥐는 압력이나 획을 그리는 속도가 일정치 않다는 과학적 연구도 했다. ◆동양의 글씨 연구가 서예 중심인 것과 달리 서양에서는 필적에서 성격을 분석해내는 관심에서부터 출발했다. 그 기본적인 과제의 하나는 필적의 구성부분을 측정하거나 평가할 수 있는 척도의 기준을 찾아내는 것이다. 그러나 그 평가에 대해서는 아직도 부정적인 주장이 있어 과학적으로는 미해결상태에 있다. ◆이와는 달리 「필적감정」은 법정에서도 증거능력이 인정되고 있다. 진짜·가짜 판정뿐만 아니라,강제돼서 썼나 모방해서 썼나 또는 고쳐 쓴것인가도 감식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는 확실한 진짜 글씨에 나타난 특징을 토대로 비교하는 것이다. 지금 문제되고 있는 김기설씨 유서의 진짜·가짜 논쟁도 이 필적비교가 그 내용이다. ◆김기설씨 유서의 필적이 진짜냐 가짜냐하는 것은 검찰과 전민련이 명예를 걸고 다투고 있는 문제다. 지금까지 양쪽에서 제시한 자료만으로도 진상을 밝히기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것같다. 이제는 논쟁을 지양하고 서로 신뢰할 수 있는 공개적인 과학적 감식의 절차만 남았다. 양쪽의 결단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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