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개방 미 요구 거의 수용/자본 백20억원 상한도 철폐/동경 한미 금융협서 미에 통보재무부는 24일 오는 6월1일부터 외국은행도 국내은행과 똑같은 기준과 절차에 따라 여러개의 지점을 설치할 수 있도록 하고 국내은행과 같이 모든 종류의 신탁업무를 취급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등 국내 금융시장을 대폭 개방키로 했다.
이같은 방침은 그동안 국내 금융시장 개방과 관련한 미국측의 각종 요구사항을 대부분 수용한 것으로 정부는 지난 22일 동경에서 열렸던 한미 금융협의를 통해 이같은 내용을 미국측에 통보했다.
재무부는 또 현재 1백20억원으로 되어있는 외국은행의 영업자본금 상한선을 철폐하고 외국은행의 원화조달의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그동안 매년 10%씩 감축해온 스와프(외화영업 자금의 원화환전) 한도감축을 당분간 중지키로 했다. 그러나 양도성 예금증서(CD) 발행한도의 증액요구는 현재 추진중인 금리자유화 조치와 관련,계속 검토키로 했다.
또 외국은행의 국내 금융전산망 가입 및 외국 증권회사의 증권거래소 참여 등은 관련업계와의 협의기구를 설치,자율결정토록 지원키로 했다.
재무부는 이밖에 외환거래시 의무화되어있는 실수요 증빙절차를 간소화하고 외화예금의 범위를 확대,외국자본의 국내유입폭을 넓히기로 했으며 그동안 외화대출이 금지되어왔던 국산가능시설재에 대해서도 이를 허용키로 했다. 그러나 연지급 수입금융(유산스)의 확대문제는 국내통화 및 국제수지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하여 단계적 추진방안을 계속 검토키로 했다.
정부는 금년중에 2년 이상 수신금리와 대출금리 등 이미 자유화된 금리를 중심으로 실질적인 자유화를 추진하고 나머지도 하반기중 단계적 자유화 방안을 마련하여 추진하며 대외거래 자유화는 국내외 금리격차 국내물가수준 국제수지상황 등을 고려하여 가능한한 조속한 시일내에 추진계획을 마련토록 노력키로 했다.
또 피델리티 인베스트멘트 투신사와 매뉴팩추어스 하노버증권회사 사무소를 6월중 설치허용하고 92년으로 예정된 외국인의 국내주식시장 직접 참여는 당초 계획대로 추진하되 구체적 개방방안에 대해서는 미국측이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키로 했다.
◎미 보복법안 사전대비/외국자본 러시 룰듯(해설)
정부가 국내 금융시장 개방계획을 서둘러 마련한 것은 현재 미 의회에서 일본과 한국 등을 주요대상으로 하는 금융보복법안(일명 리글법안)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에서 더이상 사태가 악화되기전에 수용가능한 미국측의 개방요구를 최대한 들어주는 것이 향후 양국관계에 도움이 되리라는 판단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또한 6월말께로 예정되어 있는 노태우 대통령의 방미를 앞두고 금융관련 현안을 말끔히 정리함으로써 양국 정상간의 회담분위기를 부드럽게 하자는 사전정지 작업의 일환이라는 해석도 있다.
당초 16∼17일로 예정됐던 제3차 한미 금융정책협의회가 미국측 사정으로 무기연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재무부 관계자가 일본과의 업무협의차 동경에 와있던 달라라 미 재무부 차관보를 부랴부랴 찾아가 우리측의 이같은 「개방노력」을 설명한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 풀이되고 있다.
이번 개방계획에 따라 앞으로 외국은행의 점포가 서울지역은 물론 지방으로까지 늘어나고 업무영역도 크게 확대됨으로써 국내 금융시장 잠식은 더욱 가속될 전망이다.
외국은행이나 증권회사가 금융전산망에까지 참여하고 증권거래소 회원이 될수있는 가능성이 열림으로써 내년부터 시작될 주식시장 개방 등과 맞물려 미국 투신사까지 6월중에 국내에 사무소를 설치하는 등 외국자본의 국내진출이 급속도로 늘어날 것이 틀림없다.
물론 금융·자본시장 개방은 어차피 피할수 없는 시대의 조류이기는 하지만 국내 금융시장이 외국자본의 황금어장이 되지 않도록 정부와 관련업계의 보다 긴밀한 협조와 대응이 요구된다.<박영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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