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재봉 총리가 물러나게된 이유에는 강경대군 사건의 여파로 어지러워진 시국전반에 대한 정치적,도의적 책임을 진다는 것도 있었지만 그 못지않게 지배적인 여론이 「힘의 정치」의 종식을 원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정원식씨의 국무총리 임명소식을 들으면서 우리가 먼저 느끼는 것은 새 총리를 가지고 과연 힘의 정치가 완화될 것이며 국민의 기대가 충족될 것인가 하는 회의였다.임기 1년반 남짓을 남긴 노태우대통령이 이번에 새 총리를 임명함에 있어서는 많은것을 염두에 두고 세세한 것에 이르기까지 배려와 계산을 했을 것으로 짐작이 간다. 난마처럼 헝클어진 현시국을 어떻게하면 조속한 시일내에 수습할 것인지 그리고 앞으로 곧 있을 광역의회선거와 내년초로 예정되어있는 총선,그 다음의 대통령선거를 유리하게 이끌어가기 위해서 어떠한 총리가 적격자가 될 것인지 심사숙고했을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그 결과가 정치총리아닌 실무총리로 낙착되었다면 우리로선 어디엔가 아쉬움을 갖지않을수 없다. 더욱이나 문교부장관 재직시에 강성장관으로 인상이 박혀있는 정원식씨를 야권이 곱게 받아들일리 만무하고 야당과 재야가 사사건건 정부·여당과의 대립쪽으로 자세를 굳힐 경우 조속한 시국수습에도 지장이 있을뿐 아니라 정국이 다시 경직될 우려마저 없지않을것 같아서 걱정이다.
총리인선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님을 알기에 새 총리임명에 대해 더이상 왈가왈부 하고싶은 생각은 없다. 다만 새 총리에게 걸고있는 국민의 기대와 여망이 앞으로 허무하게 무너져서는 안된다는 것을 당부하고 싶다. 이 사회가 안고있는 문제들이 하도 복잡하고,어려운것들 뿐이기에 어떤 인물이 총리가 되더라도 적지않은 시련과 고초를 당하리라는 것은 짐작이 간다. 노재봉 전 총리의 경우도 그러했지만 열심히 일을 해보려다가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빌미를 잡히기도 하고 안받아도될 오해를 받을수도 있을 것이다. 진지한 노력이 정치권의 목적의식적인 의도때문에 수표화될 수도 있을 법하다.
그러나 그 어느 경우에서도 새 총리는 국민의 여망을 저버리지 말고 시대의 아픔이 어디에서 왔으며 그것을 풀기위해서는 어떠한 처방이 필요한가를 먼저 생각해주기 바란다. 다시 말해 집권말기의 권력누수현상이나 걱정하고 구시대적 통치에 향수나 미련같은 것을 가진 직무수행은 민심수습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알아달라는 얘기이다. 우선 힘의 정치를 답습하는 것같은 인상을 불식하고,전에도 누차 지적했던 것처럼 민주화개혁에 가시적 효과를 거둬주기만 한다면 정총리서리에 대한 국민의 의심은 쉽게 풀릴수 있을 것이며 민심도 절로 수습될 줄로 안다. 이것이 바로 정부·여당에 대한 국민신망의 기틀을 잡는길이면서 집권말기의 권력누수현상을 막는 최선의 길이요 노대통령을 보좌하는 총리의 최대의 임무임을 강조해 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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