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등 산적한 후반기 난제 고려/업무추진력 선택… 내각 강성띨듯정원식 총리서리를 임명한 5·24 개각은 신임총리 임명에서 보다는 노재봉 내각의 퇴진에 보다더 강렬한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명지대생 강경대군 치사사건이후 지속되어온 시국과 정국의 혼미,그로부터 야기된 국가적 위기사태는 노내각 퇴진으로 새롭게 국면전환의 계기를 맞게된 것이다. 민심수습의 첫가닥은 일단 잡혀진 셈이다.
이와함께 6공 출범이후 임기 1년9개월여를 남겨둔 노태우 대통령은 국정수행방식에 있어서 중대한 전환점에 섰다고 볼수있다. 통치권 누수·공권력 약화에 효과적으로 대처해 나가면서 여권의 역학관계 균형을 유지해야하고 임기5년의 「통치」를 정리해야 하는 3중의 부담을 떠안게 됐기때문이다.
노재봉 내각의 퇴진은 노대통령이 오랜기간 구상해 온 후반기의 통치구도와는 상당히 동떨어진 충격적 돌발사태였다.
여권핵심부가 「큰 변화없음」을 제아무리 주장한다 해도 노내각 퇴진은 대통령의 통치권 누수현상을 급가속화 시킬것이며,한편으로 정부 공권력의 긴장도를 상당부분 이완시켜 갈것으로 보인다. 또한 노대통령의 정치적 기반은 예상보다 빨리 잠식당할 것으로 보이며 금년 하반기부터 민자당 내부에서 이와관련해 미묘한 변화가 일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노내각사퇴가 종전의 내각개편 범주를 벗어나 여야 정치권의 차기 대권전략은 물론 14대 총선 등 향후의 주요 정치일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것이라는 점은 명약관화 하다. 그만큼 노내각은 여권 핵심부의 회심의 역작이었던 셈이다.
노대통령이 후임에 정총리서리를 임명한것은 전임 노총리내각이 취하고 있던 국정수행 방식을 그대로 승계시키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되어 진다. 노대통령이 이번 총리인선에서 「정치·원로형」과 「실무형」의 인사중 고심끝에 실무형의 대표주자격인 정총리서리를 낙점할것이 그 배경이라 할 수 있다.
이수정 청와대 대변인은 정총리서리의 기용배경으로 『노대통령은 그의 친화력있는 원만한 인품과 소신있는 업무 추진력을 높이샀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정총리서리는 문교부장관 재직시절 전교조·세종대 사태 등에서 좌고우면하지 않고 소신있게 대처해 나갔으며,고질적인 학원문제 등에서도 논리적 대응으로 원만하게 처리해나갔다는 평을 들은바 있다. 그의 업무추진 스타일은 「차분하지만 결코 굽히지않는」 정면대응 방식의 전임 노총리와 맥을 같이한다고 볼수있는 것이다.
노대통령이 정총리서리를 임명한것을 두고 조기 통치권 누수 및 공권력의 이완현상 방지를 위한 고육지책의 인물카드일 것이라는 해석도 타당한 면은 있다.
따라서 정원식 내각은 내각운영에서 정면대응의 자세를 취할것으로 보이며 야권이 주장하는 강성기조를 계속유지해 갈것이 거의 확실하다. 야권도 공안공세의 고삐를 당분간 늦추지는 않을 것이지만 노내각 사퇴로 국면전환이 이뤄진만큼 시국과 정국이 서서히 안정국면으로 회귀될 것이라는 전망은 가능하다.
정원식 내각이 안고 있는 당장의 과제는 크게보아 시국수습,물가·부동산 등 민생문제 해결 등으로 요약된다. 강군 치사사건이후 잇단 분신으로 위기상태에 빠진 시국을 수습하면서 6월 중순으로 예정된 광역의회선거를 대과없이 치러내야 한다.
또한 시국 위기감을 팽배하게 했던 국민적 불만의 근원적 요소랄 수 있는 물가·부동산문제에 대한 가시적 대안도 시급하게 제시해야 한다.
「공안통치」의 실존여부와는 별개로 정총리기용을 여전히 공안통치의 연장선상으로 해석,중단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있는 야권의 장외투쟁을 차단시켜 더이상의 국력소모를 줄여야 한다는 견해가 여권내에서는 지배적이다. 국정운용의 결과적 책임은 야당과 재야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정권을 담당하는 여권과 노대통령에게 있기때문이다.
노대통령은 내각의 교체를 통해 시국수습의 효과를 극대화시키면서 제반갈등 해소의 장을 정치권으로 끌어들이는 정치복원의 의무를 지니고 있다고 해야할 것이다. 노대통령은 이율배반적이지만 내각사퇴의 정치공세를 펴온 야당과 이에 「가세」한 여당을 포용하고,정치권의 대국민 신뢰도를 앞장서서 높여야 할 과제를 안고있는 셈이다.
노내각퇴진은 아직도 우리의 정치환경에서는 새인물부상이 어렵다는 의미심장한 사실을 새삼 되새기게 했다고 볼수있다.<이종구기자>이종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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