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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서대필」 공방 장기화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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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서대필」 공방 장기화 조짐

입력
1991.05.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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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전민련 결정적 물증없어/강씨 강제연행 검토… 마찰부담/상황변화 없는한 대치상태 계속될듯분신자살한 전민련 사회부장 김기설씨 유서의 진위를 둘러싼 검찰과 전민련측의 공방이 1주일째 계속되고 있지만 양측이 모두 상대방의 주장을 뒤엎을 만한 결정적 물증이나 증인은 제시하지 못해 사건수사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검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필적감정 결과와 김씨의 여자친구 홍모양(26·K여상 강사)의 진술 등을 근거로 『김씨의 유서는 전민련 총무부장 강기훈씨(27)가 쓴것』이라고 단정,강씨를 비롯한 전민련 관계자들에게 출석요구서를 보내는 등 수사에 응할 것을 수차례 요구해왔다.

그러나 유서가 김씨의 자필이라며 『김씨의 필체는 정자체와 흘림체 2가지가 있다』고 주장하는 전민련측은 『강씨의 신변이 보장되는 제3의 공개된 장소에서 라면 필체감정에 응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검찰과 전민련측의 이같은 공방이 지루하게 계속되자 국가최고수사기관인 검찰이 「장외」에서 필적논쟁만 벌일 것이 아니라 모든 수사방법을 동원,의혹을 해소하려는 적극적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는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재야단체와 맞서 필적공방을 계속해봐야 이로울것이 없다는 점을 잘알고 있는 검찰로서도 강씨의 신병을 확보하는 묘수가 없어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구영 검찰총장은 24일 하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법을 집행해야 한다는 사법적 원칙과 현실적인 관행 및 검거가능성 때문에 고민을 계속하고 있다』고 밝혀 강씨 등이 머무르고 있는 명동성당의 특수성과 강제연행에 따른 물리적 충돌 등 불필요한 마찰을 큰 부담으로 여기고 있음을 시사했다.

검찰은 그동안 강씨에게 변호인과 함께 검찰청사에 나와 보도진이 입회한 가운데 필적감정 등 필요한 조사를 하자고 제의한데이어 지난 20일에는 명동성당측에 『강씨와 전민련 인권위원장 서준식씨 등의 신병확보에 협조해 달라』고 요청했었다.

하지만 강씨 등 관계자들이 소환에 불응할 뜻을 분명히 한데다 정부일각에서 「무능한 공권력」을 질타하는 소리도 높아지자 검찰은 명동성당에 공권력을 투입,연행하는 방안과 병력투입 시기 등을 본격검토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관계자는 『교회나 성당에 들어가 보호를 요청하는 사람을 함부로 연행하지 않는 전통에 따라 인내심을 갖고 자진출두를 종용해 왔으나 강씨 등이 조사에 불응해 정당한 법집행 차원에서 공권력투입을 검토중』이라며 『투입시기와 방법 등은 관계기관과 협의,결정하게 될 것』이라며 강제연행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검찰은 당초 법원으로부터 사전구속영장을 발부받아 강씨의 신병을 확보키로 했으나 ▲강씨의 자살방조 혐의 입증이 안돼 영장을 받아내기가 어렵고 ▲혐의사실을 조목조목 기재할 경우 영장내용이 공개돼 수사에 필요한 보안이 유지되지 않으며 ▲검찰수사관들이 영장을 갖고 명동성당에 가더라도 사실상 집행하기 힘들다는 판단에 따라 이같은 방침을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전민련을 비롯한 대책회의측은 25일의 「공안통치 종식과 노태우정권 퇴진을 위한 3차 국민대회」를 대대적으로 치른다는 계획이어서 강씨 등의 연행이 조속히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필적공방은 당분간 더 계속될 것이 분명하다.

재야법조계에서는 검찰과 전민련간의 지리하고 소모적인 필적공방이 강경대군 치사사건이후 고조된 사회분위기를 바꿔보려는 검찰의 의도적 시간끌기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따라서 필적문제를 둘러싼 대치상태만 계속된채 상황변화가 없을 경우 검찰이 정치적 판단에 의해 지연술을 쓴다는 비난도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이창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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