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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과수 필적감정 믿을만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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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과수 필적감정 믿을만한가

입력
1991.05.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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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측 “오차없다” 장담불구/「확률판정」으론 백% 보장안돼/분석시간 짧고 중립기관 아닌것도 문제분신자살한 김기설씨 유서의 대필여부에 대한 공방이 계속되면서 김씨와 검찰이 대필용의자로 지목한 강기훈씨(27)의 필적을 감정한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감정결과에 대한 신뢰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김씨가 85년에 누나에게 선물한 책의 표지에 쓴 필적과 유서의 필적은 「감정불능」으로,강씨의 경찰자술서(85년)와 김씨 유서의 필적은 동일하다고 검찰에 통보했었다.

감정을 담당한 국과수 문서분석실은 필적감정외에 인영,인쇄·타자문자 등의 감정,위·변조,말소물자 현출 등 방대한 작업을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김형영 문서분석실장은 『문서분석실은 고정밀 비교확대투영기 등 7∼8종의 선진국 수준 기기를 갖췄으나 연구원이 4명밖에 안돼 연간 3천여건의 문건을 분석하기에 역부적』이라고 고충을 밝혔다.

80년대초만 해도 문서분석 의뢰는 연간 1천여건 정도였으나 신용카드 사용이 대중화하면서 폭증,지난해의 경우 필적감정 2천9백15건 등 1인당 9백7건꼴인 3천6백29건을 처리해야 했다.

필적감정은 문서분석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업무. 위·변조 말소문자 등은 필기구의 차이,시차에 따른 색소차이때문에 적외선 현미경 사진장치로 쉽게 알아낼수 있지만 필적감정은 동일인이 쓴 글씨라도 당시의 심리상태·시간의 경과·필기구에 따른 차이때문에 판정하기가 쉽지 않다.

필적감정은 획순,글씨체의 방향,점을 찍는 방법 등 10여가지 기준으로 특징을 추출한뒤 이를 세분해 유사성과 상이성을 가려내 전체적으로 유사특징 비율이 70% 이상이면 「동일감정」,그 미만이면 「감정불능」이나 「다르다」고 판정하게 된다.

김씨의 유서분석도 연구원 1명이 문서분석을 하고 다른 연구원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통상방법으로 처리됐다. 김실장은 『감정기간은 긴경우 열흘이상』이라며 『오차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 상태에서의 필적감정에는 몇가지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첫째는 필적감정 자체가 확률을 근거로 판정되는 것이기 때문에 「동일감정」이라 하더라도 70% 이상 같다는 의미이지 1백% 동일인이라는 정확도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둘째 분석의뢰 건수가 너무 많아 장시간의 면밀한 분석이 불가능하다. 연구원 4명이 하루 10건 이상을 처리해야 하기때문에 건당 평균 1∼2시간밖에 매달릴수가 없다. 김씨 유서의 경우에도 이 문서의 중요성이 별도로 통보된것은 아니기 때문에 다른것들보다 더 많은시간을 들이지 못했다.

또 다른 문제는 국과수가 정부기관이어서 검찰과 전민련의 주장이 엇갈리는 이번 경우처럼 다툼이 계속될 겨우 쌍방이 납득할수 있는 객관성이 보증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전민련이 외국기관에 필적감정을 의뢰하자고 제의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다.

연구원들은 김씨 사건과 관련된 필적감정 결과의 신뢰성을 묻는 질문이 거듭되자 『손바닥과 발바닥을 비교해보는 것만으로 동일인의 신체인지 정확히 판정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것』이라고 우회적으로 답변했다.<김광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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