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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값 기회/방준식 경제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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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값 기회/방준식 경제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1.05.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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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건설부 관리들은 즐거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장관을 비롯해 주택정책을 다루는 부서직원들은 『드디어 아파트값이 떨어지기 시작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그 모든 공로가 자신들에게 있는 것처럼 『이제야 일할 맛이 난다』며 의기양양해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바짝 신경을 곤두세워 망국병인 부동산투기를 뿌리뽑아야할 건설부가 이렇게 들뜨고 좋아만하고 있어도 되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더욱이 최근의 아파트값 하락세가 앞으로도 계속될지는 불확실한 면이 많은것이 사실 아닌가.

지난 88년부터 부동산값이 계속 폭등했다고 하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정부는 그동안 부동산 가격을 잡을수 있는 두번의 좋은 기회를 무산시키고 말았기 때문에 이번 기회만큼은 과거의 전철을 밟지말고 신중히 대처하라고 당부하고 싶다.

대통령 선거 직후인 지난 87년말부터 집값은 치솟기 시작했으나 그해 8월10일 양도소득세를 대폭강화한 이른바 「8·10조치」 발표이후 연말까지는 부동산값이 떨어졌다. 그러나 당시 박승 건설부장관이 느닷없이 가격자율화에 대해 언급,89년초부터 다시 부동산값은 폭등했다.

또 한번의 기회는 지난 89년4월 정부가 신도시 건설을 발표한 후였다. 대규모 물량공급 계획으로 부동산값은 다시 폭락했다.

그러나 이것도 그해 연말께 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함으로써 「전세값 파동」을 불렀고 엎친데 덮친격으로 사실상의 분양가 인상인 원가연동제가 실시됨으로써 부동산값 상승과 가수요를 부채질하고 말았다.

좋은 기회를 두번씩이나 놓친 정부는 뒤늦게 각종 투기억제책을 사용했지만 집값 상승은 가속도가 붙고 만성화됐기 때문에 효력을 발생하지 못했다.

88년 8월과 89년 4월 부동산 값이 안정기미를 보였을때 왜 이같은 조치를 취하지 못했을까. 많은 사람들은 건설부가 방심한 탓도 있지만 부동산경기 침체로 미분양 사태를 빚을까봐 더 이상의 부동산값 하락을 가져올 정책은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건설부가 나라경제 보다는 부처이익을 먼저 챙겼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번 경우에도 건설부가 아파트 값이 떨어진다고 몇개월동안은 희희낙낙하다가 사태가 심각해지면 고의든 아니든간에 투기억제책의 고삐를 늦출까봐 걱정이 앞선다.

지금같은 좋은 기회를 놓치고 또 다시 집값이 폭등할때 온갖 투기억제책을 써봐야 별 실효가 없다는 것을 도대체 몇번씩이나 경험해야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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