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이면 신록이 우거진 숲속에서 뻐꾹,뻐꾹하고 우는 뻐꾸기는 우리와 친근한 철새다. 이 새의 울음소리를 들으면 우리는 봄이 무르익어 초여름으로 접어들고 있음을 깨닫는다.인도·말레이시아 등지에서 월동을 하고 5월에 우리를 찾아오는 이 새는 봄의 전령이란 그 상징과는 달리 새중에서 가장 염치를 모르는 「얌체족」이다. 그나마 서울에선 10년째 그 울음소리를 듣기 어렵다(한국일보 4월14일자 23면)고 하지만. 뻐꾸기는 알을 품지도 않고 새끼를 기르지도 않는다. 개개비·때까치·물까치·할미새 등 50여종의 새둥지에 몰래 알을 낳아 부화시킨다.
뻐꾸기 암컷은 산란기가 되면 알을 품고있는 개개비 등의 둥지부근에 숨어서 알을 낳을 기회를 노린다. 4∼5시간을 움직이지 않고 기다린다. 알을 품고 있던 개개비 등의 암컷이 둥지를 잠깐 비우면 재빨리 날아가 알을 하나 먹어치우고 알을 하나 낳아 갯수를 채운뒤 달아난다.
아무것도 모르는 개개비 암컷은 뻐꾸기알도 자기의 알로 알고 품는다. 묘하게도 뻐꾸기알은 개개비 등의 알보다 2∼3일 먼저 부화한다. 알에서 깨어난 뻐꾸기 새끼는 이때부터 얌체족의 자손답게 3일간 맹활약을 한다. 눈도 뜨지않았고 털도나지 않은 빨간 핏덩어리인데도 그렇다.
그는 튼튼한 두발을 이용해 둥지청소를 시작한다. 우선 그가 세상에 태어나도록 도와준 개개비 등의 알을 전부 둥지밖으로 밀어내버린다. 뻐꾸기새끼의 등은 둥근알을 실을수 있도록 약간 오목하다. 본능적으로 등에 닿는것은 전부 둥지밖으로 떨어트린다. 이 한마리의 악동때문에 개개비새끼 등은 전부 희생된다. 우연히 두마리의 뻐꾸기가 한둥지에서 태어난 경우 이 두마리는 같은 뻐꾸기인데도 피나는 싸움을해 한마리를 둥지밖으로 밀어낸다. 대개 3일이 지나면 신기할 정도로 둥지청소운동을 중지한다. 이 3일간의 청소기를 피한 개개비 등의 알은 햇빛을 볼수 있으나 이런 경우는 드물다.
둥지를 독차지 하게된 뻐꾸기새끼는 개개비어미가 날라주는 먹이를 독식,무럭무럭 자란다. 날라다 주는 먹이에 만족지 않고 적극적으로 먹이를 조른다. 이와함께 뻐꾸기새끼는 유난히도 밝은 진홍색깔인 주둥이를 항상 열고있다. 이 강렬한 빛깔의 주둥이는 다른새의 어미 들을 현혹시킨다. 자기새끼에게 주려고 먹이를 물고가던 다른새의 어미들은 진흥색깔에 끌려 엉겁결에 뻐꾸기새끼에게 먹이를 주고간다. 이처럼 새끼가 온갖 나쁜짓을 다하고 있는동안 이 새끼의 어미는 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근처 나무에 앉아 『여기는 내 구역이다』하고 뻐꾹뻐꾹 천연스럽게 운다. 최근 그동안 잘 알려져있지 않던 이러한 뻐꾸기생태를 카메라에 담은 조류학자들은 그 악랄하고 얌체스러움이 인간을 뺨친다고 혀를 내두른다.
얌체스러움에 「뻐꾸기 현상」이라고 일컬을 수있는 이같은 모습과 우리는 요즘 삶을 같이한다. 염치를 모르는 시대가된 것이다. 혼란한 사회현상을 보면 이러한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잘못을 저지르고도 사과하고 반성하기는 커녕 모른체 시침을 뚝떼거나 적반하장격으로 목소리를 높인다. 나만 알고 목소리 큰것이 제일이라는듯 말없는 대중을 안중에도 두지 않는다. 요즘 우리와 삶을 같이하는 이러한 실례는 얼마든지 꼽을수 있다.
남의 자동차를 잘못해 들이받고도 잘했다는듯이 목소리를 높이는 운전사를 제쳐놓더라도 낙동강페놀 유출사건·수서사건·국회의원 뇌물외유사건,그리고 요즘 소용돌이치는 사회모습 등. 정부까지도 페놀유출 사건 등을 보면 스스로의 위치를 잊은듯하다. 시침을 뚝떼고 모든 오염은 관련회사에만 책임이 있는듯 나무랐다. 뻐꾸기 새끼에게라도 부탁해 이런 모든 현상을 등으로 밀어내 없애달라고 하고 싶은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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