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국정운영 힘들것” 걱정/청와대/노 총리,고별 각의주재 착잡/총리실/소문따라 희비… 감잡기 긍긍/각 부처국무총리가 사표를 냈는데도 후임인선이 이뤄지지 않아 「총리유고」 상태가 생기고 개각이 단행되지 않자 국정공백상태가 우려되고 있다.
정가의 관심은 총리인선의 지연이유에 쏠리고 있고 각부처는 일손을 놓은채 인선내용을 점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여권쪽에서는 인선지연의 이유가 인물난외에도 개각 효과의 극대화를 위한 계산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이와관련해 하루가 바쁜 국정을 공백상태에 두는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주어진 인사권 행사를 미루고 있는 것은 책임있는 자세가 아니라는 지적이 높다.
▷청와대◁
청와대 비서실 간부들은 후임총리 인선에 대비한 기초자료를 챙기느라 부산한 모습이지만 비서실 전체의 분위기는 극도로 침잠된 상태.
대부분의 비서관들은 후임총리를 중심으로 한 새 내각의 진용이 어떻게 짜일 것이냐에 관심을 쏟으면서도 노태우 대통령이 「비장의 인물카드」로 생각했던 노재봉 총리의 사표를 어쩔 수 없이 수리하게되는 상황까지 온데대해 여전히 우려를 표명.
비서실의 한 관계자는 『6공 출범이후 비서실의 분위기가 이렇게 가라앉은 것은 처음』이라고 실토하고 『어제이후 많은 직원들이 남은 임기동안 어떻게 대통령을 보좌해야 효과적인지를 심각하게들 생각하고 있다』고 여운.
한편 정해창 비서실장은 후임총리 인선과 관련,『대통령이 장고를 거듭하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 할뿐 구체적 언급을 사양.
정실장은 「노대통령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내각개편을 하기때문에 향후의 국정 운영에 어려움이 따르지 않겠느냐」라는 질문에 『걱정할 것은 없다』고 대답하면서도 밝지않은 표정.
후임총리 인선에 관한 실무작업을 총괄하고 있는 김영일 사정수석은 『인물 고르기에 정말로 어려움이 많다』면서 『적정한 인물이라고 판단했다가도 다시 생각해 보면 미흡한 부분이 발견된다』고 고충을 토로.
김수석은 『모든 사람이 장단점이 있는것 이니냐』면서 『각각의 장단점과 시대적상황 등을 면밀히 검토해 보지만 누구에게 최종낙점이 떨어질 것인지는 대통령외에 아무도 모를것』이라고 강조.
▷총리실◁
퇴임하는 노재봉 총리가 23일 하오 마지막 주재한 국무회의는 「재상」의 퇴진을 눈앞에 둔 탓인지 착잡하고 비장한 분위기.
회의가 진행되는 시점에서도 청와대의 개각작업이 완료돼 있지 않았기 때문에 경질 대상으로 오르내리는 일부 각료들은 더욱 침통한 표정들.
노총리는 안건처리에 앞서 5개월이라는 짧은 재임기간의 소회와 함께 사표제출배경을 담담하게 피력.
노총리는 『국민들이 국정 전반에 관해 불안해 하고있고 또한 본인의 거취문제로 더이상 대통령께 부담드릴 수 없다는 생각에서 사의를 표했다』고 설명.
노총리는 이어 그간의 사퇴불가입장 고수에 언급,『자리에 연연했기 때문이 아니었다』고 말하고 『무거운 책임을 부여받은 공인으로서 국민을 위해서나 통치권자를 위해서나 안이한 판단으로 자리를 물러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에서 처신에 신중을 기한것』이라고 강조.
노총리는 『그러나 총리직 사퇴가 기정사실인양 비춰지고 대통령 결단을 기다리는 양상으로 발전된 이 시점에 이르러서는 주저함이 대통령에 부담이되고 행정공백을 초래할 것이어서 사퇴하기로 한것』이라고 설명.
노총리는 『일하는 총리가 되려고 전력을 다했으나 부덕의 소치로 오늘에 이르러 송구스럽다』면서 『부족한 이 사람을 적극도와준 내각에 감사드린다』고 「고별인사」.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부 국무위원들이 『총리가 사임의사를 표명했으나 국무위원들도 총리의 뜻을 따라 사표를 제출하는 것이 도리 아니냐』고 일괄사표 제출을 제의.
이에대해 노총리는 『국무위원들의 충정을 이해하며 감사의 뜻으로 받아들이겠다』면서 『그러나 일괄사표는 국민에게 또하나의 부담감을 줄것이므로 전 국무위원이 동요없이 행정을 이끌어야 한다』고 만류겸 당부.
국무회의후 최창윤 공보처장관은 노총리의 재임기간을 이례적으로 정리해 높이 평가했는데 특히 걸프전·지자제·교육개혁의지를 예증으로 들기도.
한편 총리실은 후임총리 윤곽이 뚜렷이 떠오르지 않자 이날내내 일손이 잡히지 않는 분위기.
일부 관계자들은 『총리가 지나치게 자주 바뀌는 우리 정치토양이 정상은 아니다』면서 현재 거론되는 「총리 후보감」에 대해 『그얼굴이 그얼굴 아니냐』며 신통치않은 반응들.
그러면서도 총리실 측은 누가 유력한 후보인지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인데 일부관계자들은 『다음 총리는 갈등도 조절하고 추진력도 갖춘 외유내강형이면 좋겠다』고 나름대로 희망.
이에앞서 노총리는 이날 상오 정부종합청사 집무실로 정상출근,정례간부회의를 주재하면서 5개월여의 재임기간을 회고.
노총리가 이 자리에서 『열심히 하려고 했는데 열매를 거두지못하고 떠나게 돼 아쉬움이 남는다』며 잠시 말을 잇지못하자 회의는 숙연한 분위기.
노총리는 회의말미에 『강성이미지라는 것은 개인적 생각으로는 우둔하다는 뜻인 것 같다』면서도 『이런 시내에는 우둔한 사람이 필요하지 않을지…』라고 여운.
노총리는 회의후 정상집무를 한뒤 낮에는 국무위원들과 대원각에서 오찬을 함께하며 퇴임의 소회와 착잡함을 함께 나누기도.
▷부처표정◁
개각이 임박해지자 과천 정부종합청사 경제부처는 일손이 제대로 잡히지 않는듯 삼삼오오 모여 앉아 나름대로 수집한 정보를 교환하며 개각폭을 점치느라 부산.
특히 재임기간이 1년2개월로 경제장관가운데 가장 장수인 정영의 재무와 이희일 동자의 경우 경질가능성이 높은것처럼 알려지자 해당부처 직원들은 설마설마하면서 후임자로 거론되고 있는 인사들의 동정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
또 상공·건설부 등 비교적 유임가능성이 큰것으로 전해지고 있는 부처는 다소 느긋한 분위기이지만 개각과 관련한 정보수집에 열을 올리느라 일상업무가 뒷전으로 밀리는 것은 마찬가지.
특히 각부처공무원들은 총리가 공식적으로 사표를 제출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례적으로 개각이 지연되고 있는 이유를 궁금해 하면서 공무원사회의 동요를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서도 조속한 결단이 필요하다는 지적들.
이런 분위기속에서도 최각규 부총리는 이날 상오 편집인협회 초청조찬간담회에 연사로 참석하는 등 평상적인 일정을 보냈으며 여타경제 부처장관들도 대부분 정상집무를해 오히려 측근 간부들이 감을 잡기위해 전전긍긍.
한편 이동자부장관은 공교롭게도 이란정부가 주최하는 국제 가스협력회의에 참석키 위해 이날하오 출국.
그러나 유임여부에 관한 확실한 「언질」을 받지못해 출발직전까지 출국 여부를 두고 고심하기도.
최병렬 장관의 경질설과 유임설이 엇갈리고 있는 노동부는 직원들이 대부분 일손이 손에 잡히지않는듯 개각얘기를 나누며 신경을 곤두세우는 모습.
일부 직원들은 최장관이 현내각의 대표적인 강성인사인데다 노동계로부터 퇴진요구를 받아온점을 들어 경질쪽으로 관측.
그러나 또다른 직원들은 최장관이 취임후 5개월도 안된데다 바뀔만한 중대사안도 없었다며 유임가능성을 확신.
법무부 검찰 직원들도 국가보안법 사범 석방준비작업 등으로 바쁜 중에도 개각에 관심이 쏠려 술렁이는 분위기.
보사부는 「장수장관」의 경질설이 계속 거론되자 2∼3명씩 둘러앉아 장관의 거취,개각의 폭등에 대해 이야기하며 장관실분위기 파악에 신경을 집중.
게다가 장애인 체육대회가 열리는 중이어서 직원들이 교대로 경기장에 나가는 바람에 사무실분위기는 이래 저래 더욱 어수선.
국방부 과장급(일반직 서기관과 대령) 이상 간부들이 이종구장관의 유임·경질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부내·외여론동향 및 장관실주변 표정탐색에 열중하느라 사실상 일손을 놓은 상태.
장관의 거취에 보다 민감한 소장급 이상 실·국장들은 대외접촉을 삼가하며 초조한 분위기속에 『현재의 무거운 분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서도 빨리 개각의 뚜껑이 열려야할것』이라는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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