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택민과 고르바초프는 두사람 모두 혁명세대가 아닌 이른바 제3세대의 지도자들이다.이번 강고르비 모스크바 회동은 제3세대 지도자간의 첫 「정상회담」이라는 사실이 특히 강조되었고 이 회담을 계기로 중소간 「새로운 관계」가 어느 정도까지 발전될 수 있을 것인가에 서방세계의 관심이 쏠렸었다.
지난 17일 강택민이 모스크바에서 가진 기자회견 내용 가운데 이 대목과 관련한 일부 국내신문들의 보도는 그런점에서 중대한 오보였다. 국내 일부신문은 미 AP통신 등을 특약전재하거나 외신을 종합해 강이 이날 회견에서 『양국관계가 중소대립 이전의 50년대와 같은 동맹관계로 회복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단순히 기사번역상의 실수가 아닌성싶다.
강의 발언내용은 앞뒤 문맥을 보더라도 해석상의 실수를 할만한 여지가 거의 없어 보인다.
강은 자신의 방소성과가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한 뒤 양국관계 전망을 구체적으로 언급해 달라는 요청에 이렇게 답변했다.
『89년 5월 고르비 동지와 등소평동지의 고위회담으로 양국관계는 정상화됐다. 소위 「정상화」는 과거 50년대와 같은 결맹관계를 회복하자는 것이 아니다. 또 양국관계는 60∼70년대의 대립관계로 돌아가서도 안된다. 우리들의 현재관계는 평화공존 5원칙의 기조위에서 새로운 관계를 건설하려는 것이다』
AP 등 주요 서방통신은 북경상주 특파원을 모스크바 현지에 보내는 등 각별한 비중을 두고 이번 중소 정상회담을 취재했다.
중소양국은 회담전 미일 등 서방국들의 양국간 접근에 따른 의구심을 의식한 나머지 중소의 새로운 관계진전을 강조하면서도 50년대 동맹관계의 회복가능성을 분명하게 부인하는 89년 양국 공동성명의 내용을 여러차례 상기시켜 왔다.
중국취재에 노련한 이들 서방기자들이 이런 분위기를 모를리 없고 따라서 회견장에서 통역의 실수가 있었다 해도 사안이 사안인만큼 다시 확인할 수가 있었다.
이번 회담기간중 역시 강택민 발언내용과 관련한 서방통신들의 거두절미식 왜곡보도의 또한가지 사례로는 강이 고르비의 개혁정책을 전면지지 했다는 기사가 꼽힌다.
마치중국에서도 앞으로 소련과 같은 급진개혁을 추진할 뜻을 비친 것처럼 해석되기 십상인 기사였다.
그러나 강은 내정불간섭 원칙하에서 각국이 그 나라 실정에 따른 개혁을 추진하는 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는 종래의 원칙론을 되풀이한데 지나지 않았다. 이런 「의도적 오보」는 서방의 관심사에 대해 양국정상의 공식반응을 떠보려는 속셈에서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국익우선적 보도태도는 공산세계의 관영언론과 마찬가지로 서방의 언론도 비록 차원과 방법을 달리할뿐 별다른 차이가 없다는 사실을 새삼 생각케해 준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