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없어 검찰 법률검토 어려움/“최소 사문서위조죄 가능” 자신/“도덕적 비난 대상일뿐” 주장도/대필외 적극개입 증거확보 관건전민련 사회부장 김기설씨의 유서대필 문제로 검찰과 전민련측의 필적공방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제 검찰 방침대로 전민련 총무부장 강기훈씨가 자살방조 등 혐의로 사법처리됐을 경우 유서대필만으로 자살방조죄가 성립될수 있는지 여부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검찰은 현재 강씨가 유서를 단순히 대필해준 것이 아니라 자살에 직접 관련돼있으며 대필사실을 적극적으로 은폐하려했다고 판단,강씨를 처벌하기 위한 법률검토작업을 하고있는 상태다.
그러나 검찰은 우리나라에서 유서대필 자체만으로 자살방조죄가 성립되는지 여부를 다룬 판례가 없고 이와 유사한 외국의 판례마저 드물어 작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검찰은 우선 유서도 「사실을 증명하는 문서」에 해당하기 때문에 이를 임의로 작성하거나 변조했을 때는 형법 231조 사문서 위조죄를 적용,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지금까지의 수사결과와 여러 정황증거 등을 종합해볼때 강씨가 유서를 대신 작성했고 김씨 자살에 깊숙히 개입한 혐의가 짙다고 판단하고 있는 검찰은 설령 강씨의 적극개입 사실이 규명되지 않더라도 사문서위조 혐의로 공소유지가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검찰이 관심을 갖고 면밀하게 법률검토를 하고있는 부분은 자살방조 및 교사죄의 성립여부이다.
형법 252조(촉탁·승낙에 의한 살인 등) 1항은 「사람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그를 살해한 자는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2항은 「사람을 교사 또는 방조해 자살하게 한 자도 같은 형에 처한다」고 돼있다.
따라서 ▲자살하려는 사람에게 휘발유 또는 시너를 사다주거나 분신기도자의 몸에 불을 붙여주는 행위 ▲목을 매 자살하려는 사람에게 끈을 제공하는 행위 ▲자살하려는 사람에게 예리한 흉기를 건네주거나 극약을 구해주는 행위 등과 같이 죽음에 이르도록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도움을 주었을 경우는 물론 자살을 하려는 사실을 인식하고 만류는커녕 유서를 대신 작성해준 행위 역시 자살방조죄에 해당한다는 것이 검찰의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법률적용을 위해서는 강씨가 김씨의 자살을 사전에 알고도 이를 적극 만류하지 않고 유서를 대신 써주는 정도의 단순방조행위를 했는지 아니면 자살할 의도가 없는 사람을 부추기거나 충동질해 죽음에 이르도록 적극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여부가 밝혀져야 할 것』이라며 『현재 김씨와 강씨 주변인물들을 상대로 자살교사 또는 방조혐의 여부를 조사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재야 법조계를 비롯,법조계 일각에서는 설사 유서대필 사실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그 자체만으로 형법에 규정된 자살방조죄를 적용해 유죄판결을 받아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숨진 김씨가 자살하겠다는 심경을 토로하며 유서를 대필해줄 것을 요구,이를 단순히 받아 적은 것에 불과하다면 사람의 생명이 걸린 문제를 비윤리적으로 처리했다는 도덕적 비난을 받을 수 있을 지는 모르지만 자살방조 혐의로 처벌하기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특히 김씨가 이미 숨졌기 때문에 강씨가 『김씨의 요구대로 대필했을 뿐』이라고 주장할 경우 이를 뒤집을 증거도 없다는 점에서 공소유지가 쉽지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따라서 강씨에 대해 자살방조죄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강씨가 자살에 필요한 시너를 구입해 주었다거나 분신장소인 서강대 본관 옥상으로 통하는 출입문을 열어주는 등의 구체적인 행위를 밝혀내야 하기 때문에 앞으로의 검찰수사는 많은 어려움을 겪게될 것으로 보인다.<이창민기자>이창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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