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지브·간디 전 인도수상의 암살은 44년 인도공화국의 역사에 한 정치지도자의 죽음이상의 엄청난 충격을 기록할 것이 확실하다. 그의 죽음은 구국의 영웅 간디로부터 네루를 거쳐 이어져온 「카리스마의 법통」에 회복하기 어려운 타격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전후 인도에서는 라지브·간디의 외할아버지가 되는 네루를 제외하고,이 「세계최대의 민주국가」를 이끌어온 법통의 계보가 모두 테러에 희생돼 쓰러졌다. 그러나 84년 인디라·간디수상이 시크교도 경호원의 총탄에 쓰러을 때에는,라지브·간디가 그 법통을 이을수 있었다.
인도공화국 44년사는 숱한 우여곡절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거의 결정적 도전을 허용하지 않는 이 정치적 법통에 의해 이어져왔다고 할 수 있다. 힌두교와 회교를 주축으로 하는 종교적갈등과,종족과 계층적 갈등을 그런대로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이 법통의 카리스마가 있기 때문이었다.
라지브·간디의 죽음은 인구 8억6천만을 묶어온 이 불안한 균형상태가 중대한 시련에 직면했음을 뜻한다. 총선거가 일단 다음달로 연기되긴 했지만,5억1천2백만 유권자들은 이제 「간디」라는 이름의 카리스마가 없는 인도의 앞날을 결정할 선택을 해야된다.
애초에 라지브·간디의 국민회의당은 흔히 좌파로 표현되는 싱 전 총리의 국민전선연합이나,힌두교부흥을 내거는 바라티야 자나타당을 누르고 총선거에서 제1당을 굳힐 것으로 예상됐었다. 44년에 이르는 정치적 구심점을 잃은 국민회의당의 정치적 장래가 어떻게 될 것인가가 앞으로 인도의 갈림길에 놓인 문제다.
그러나 세계의 관심은 국민회의당이 얼마만한 안정세력을 구축하느냐 하는 의문보다는 자칫 8억6천만 인구의 거대한 인도가 북의 펀자브주로부터 남의타밀족에 이르기까지 종족·종교적 분리주의운동과 카스트간 갈등으로 수습하기 어려운 분란에 빠지지않을까 하는데에 있다.
이미 1단계 투표가 있었던 20일이후 인도의 선거전에서 죽은 사람이 1백명선에 육박하고 있다. 카리스마의 공백을 틈타 이러한 갈등이 폭발한다면 남아시아는 앞날을 예측할 수 없는 불안에 휩싸이게 될 것이다.
인도의 돌발적인 위기는 우연히도 세계의 국제정치구조가 동서이념대결을 청산하는 전환과 맞물려 일어난 사건인 만큼 더욱 주목된다. 우리는 한 정치지도자를 쓰러뜨린 테러를 규탄하면서,인도가 분열과 갈등보다 화해와 평화를 택함으로써 인구 8억6천만의 큰나라로서의 역할을 다하기를 기대하고 싶다.
인도의 안정·발전은 바로 남아시아의 안정과 발전에 직결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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