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당초 수첩제출 않은것등 정황중시/전민련 김씨 메모지 2장 새로제시 반박/결과따라 어느한쪽 치명타지난 8일 서강대에서 분신자살한 전민련 사회부장 김기설씨의 유서가 이 단체 총무부장 강기훈씨(27)에 의해 작성된 것이라는 검찰의 수사내용을 전면부인하는 전민련과 검찰간의 공방은 어떻게 진전될 것인가.
검찰은 판단대로 유서가 대필된 것이라면 전민련을 비롯한 재야단체의 도덕성은 땅에 떨어지게 되며 유서가 김씨의 자필로 최종 확인되면 검찰의 공신력과 명예에 치명상을 입게 된다.
이처럼 민감하고 중요한 문제이므로 공방은 더욱 가열되고 있으나 검찰은 강씨가 유서를 대필했을뿐만 아니라 자살에 깊이 관련돼 있고 대필사실을 은폐하려고 했다고 판단,강씨를 처벌할 법률검토를 하고 있는 상태이다.
검찰이 이처럼 자신만만하게 움직이는 이유는 유서대필외에 그동안 수집한 정황증거에 석연찮은 부분들이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우선 김씨가 분신전날인 지난 7일 여자친구인 홍모양(26·K여상 강사)에게 건네줘 전민련이 보관중이던 수첩을 전민련으로부터 20일 넘겨받아 감정을 요청했으나 이 수첩 역시 김씨의 것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수첩에는 검찰이 당초 김씨의 수첩임을 확인할 수 있도록 확보해놓은 몇가지 중요한 단서가 빠져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밖에 ▲유서에 어려서부터 부모역할을 대신해온 누나들은 언급하지 않은채 계모였던 어머니얘기만 한점 ▲이를 김씨의 유족들조차 의아해하고 있는 점 ▲전민련이 김씨가 작성한 것이라며 검찰에 제출한 업무일지가 한꺼번에 씌어진 흔적이 있는 점 ▲검찰에 나와 떳떳하게 진실을 밝히지 않고 있는 강씨 및 전민련 관계자들의 태도 등이 모두 미심쩍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전민련측은 이미 『전혀 사실과 다른 악의에 찬 날조이며 치졸한 조작극』이라고 반박하며 강씨의 87년 옥중편지를 유서필체와 다른 것이라며 공개하고 21일에도 김씨가 남겼다는 2장의 메모지를 공개한데 이어 89년 성남지역 대학생모임인 「터사랑 청년학우회」의 창립대회 방명록을 제시,검찰주장을 공식부인했다.
양측의 공방속에 필적감정의 결과가 재판에서의 증거능력을 갖느냐는 것과 단순한 유서대필이 곧 자살방조가 되느냐는 점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검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필적감정 결과라면 법정에서도 증거능력이 인정돼 공소유지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또 자살방조의 경우도 『단순히 김씨의 뜻대로 유서를 대신써준 정도가 아니라 강씨가 자기의도대로 작성한 혐의가 짙은데다 다른 보강증거들이 있기 때문에 별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홍윤오기자>
◎자체·획순·방향등 정밀 비교/꼭 원본… 조작해도 판별가능
▷필적감정 어떻게 하나◁
필적감정은 두종류 이상의 글씨를 비교,동일인 필적여부를 가리는 과학적 수사기술의 하나. 글씨도 혈액형이나 성격처럼 개인마다 고유한 특성을 갖고 있다는 원리를 응용한 것이다.
필적감정은 대상글씨의 전체적인 자체,획순,방향 등을 정밀비교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감정을 피하기위해 의도적으로 자체를 조작하거나 또는 시간이 오래지나 본인의 필체가 크게 달라졌을 경우에도 수십배로 글씨를 확대하면 자모의 세밀한 부분에서 기본적인 개인별 특징들을 잡아낼수 있다.
감정대상 글씨는 필기구가 지면에 닿는 감도까지 분석대상이 되므로 반드시 복사본이 아닌 원본이어야 한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필적감정 결과는 일반적으로 재판에서 증거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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