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의 대명사로 곧잘 불렸던 외과전문의들이 마냥 개업에 회의를 느끼고 수술마저 기피하고 있다고 한다. 오랜 수련과 고된 전문의 과정을 거치며 연마한 전문기능 발휘를 마다하는 것은 잦은 의료분쟁과 손해보기가 뻔한 의료보험의 수술수가 때문이라고 한다. 위급환자의 수술이나 응급환자 처치에 가장 큰 몫을 해야할 외과의사들의 이같은 기피경향은 의료계의 심각한 과제가 되고있다. ◆이같은 사실은 앞서 전주에서 열린 대한외과학회 학술대회에서 밝혀졌다. 이날 참석한 외과전문의 2백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단독 개원한 외과전문의들중 75% 이상이 의료분쟁을 경험했고,98%가 한국외과의 장래가 비관적이라고 했고,불과 4%만이 개원에 만족하고 있을뿐이라는 것이다. ◆특히 주목할 현상은 47%가 아예 개복수술 등 대수술을 하지않고 나머지도 한달에 5∼10건 정도의 작은 수술만할뿐 수술환자를 종합병원이나 대학병원에 보낸다는 것. 그 구체적 이유는 수입의 타당성 결여가 64%,의료분쟁우려가 26%였다. 의료분쟁의 경우 환자 및 보호자들이 수술결과만을 따지며 불가항력적인 부작용까지 책임을 넘기기 때문에 그 피해가 심각하다고 한다. 이때문에 외과학회는 「의료보상피해구제법」의 조속한 제정 및 수술수가의 현실화를 요망하고 있는 형편이다. ◆의학계의 핵심분야인 외과학계의 이같은 하소연은 우리 의료제도와 풍토에 심각한 문제가 도사리고 있음을 드러내는 것이다. 외과전문의들이 수술을 기피할때 결국 피해를 당하는 것은 환자이고,국가적 진료체계마저 무너질 위기인 것이다. 덩달아 수련의들의 외과전문의 지망도 격감,앞으로 외과의사 부족파동까지 걱정된다고 한다. ◆의료계의 이같은 사태는 균형을 잃은 우리사회의 한단면을 보는것같아 입맛이 쓰다.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인술마저 잦은 실력행사 풍조앞에 주눅이 들어 제일을 않으려하고,당국도 그냥 쳐다보고만 있다니… 이 낭비와 모순이 마치 오늘의 우리 정치판을 보는 것같아 안타깝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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