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선수교” “핵사찰부터” 평행선/북한­일 수교교섭 3차회담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선수교” “핵사찰부터” 평행선/북한­일 수교교섭 3차회담

입력
1991.05.22 00:00
0 0

◎경협 급한 북 유연대응/일 “타협안돼” 강경고수/초기의 낙관론대신 협상 장기화 전망북한이 일본에 대해 우선 국교부터 수립한뒤 핵사찰이나 전후배상 등 제문제는 천천히 논의하자는 새로운 제안을 들고 나온것은 고립탈피를 위한 속사정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 속사정이란 말할것도 없이 날로 더해가는 국제사회에서의 고립과 화급한 국가경제난국에서 벗어나고 싶은 속셈이다.

그러나 일본은 이 제안에 대해 일고의 가치도 없다는 식으로 일축하고 있어 양국간의 국교정상화 교섭은 장기화되지 않을수 없게됐다.

북한측 수석대표인 전인철 외교부 부부장(차관)은 20일 북경에서 열린 양국수교 교섭 제3차 회담에서 『4가지 의제 가운데 관할권이나 역사인식 등에 관한 제1의제(기본문제)에 대한 논의를 선행시켜 이에 합의가 이루어지면 우선 국교부터 맺자』고 제안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수용이나 보상문제 같은 미묘한 문제는 국교수립후에 따로 만나 논의하자는 제안이다.

이같은 수정제안은 말할것도 없이 갈수록 강경해지는 일본을 상대로 한 실무교섭에서는 아무런 성과가 없으리라는 한계 의식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이번 회담 벽두에서 이른바 「신3조건」을 내세웠다. 즉 일본은 ▲핵사찰 수용 ▲남북총리회담의 조기재개 ▲남북한의 유엔동시가입 수락 등 3가지를 사실상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워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회담의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강경한 기본입장을 밝혔다.

이 세가지 전제조건은 북한으로서는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들이어서 이에 대한 궁여지책으로 「선수교」 제안을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이 제안의 배경에는 국교만 맺어놓으면 나머지 문제들은 정치적으로 타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엿보인다. 원칙론만 가지고 지루한 샅바싸움을 반복하는 것보다는 책임있는 정치인들끼리 만나면 일괄타결할 수 있다는 계산에서이다. 지난 2일 평양에서 열린 국제의원연맹총회에 참석한 일본대표단에게 김일성주석이 『기회가 있으면 가네마루(김환신)선생이 다시한번 와주면좋겠다』고 초청의사를 밝힌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된다.

실제로 자민당은 올여름 국회의원과 지방의회의원 등 3백명규모의 의원방북단 파견을 추진하는 등 대북우호 분위기를 조성해 나가고 있다.

그러나 일본외무성의 생각은 다르다. 한 간부는 이와관련해 『북한의 핵사찰 수용여부는 일본의 국가안보에 관한 문제이므로 절대로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명료한 인식을 표명하고 있다. 미국측이 핵문제만은 꼭 관철하도록 강하게 요구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이번 회담에서 나카히라(중평립) 단장이 「영변에 건설되고 있는 핵연료 재처리공장」이라고 구체적으로 지적해가면서 IAEA사찰 수용을 강력히 촉구한것도 이같은 일본정부의 공식입장을 분명히 전한 것이다.

일본 언론들도 북한의 선수교 제안에 대해 이는 ▲국제적고립 탈피와 ▲화급한 경제난타개를 노린 고육지책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소련이 한국과 국교를 맺은뒤 동맹국인 북한은 젖혀 두고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한국을 먼저 방문했고 한국의 유엔가입을 지지하고 나선점과,북경 아시안게임을 계기로 중국이 한국에 무역사무소를 개설하고 유엔가입 문제에서도 북한을 지지하지 않는점,그리고 국제의원연맹 평양총회에 참석했던 독일 등 유럽의원들이 북한당국에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표한일 등 일련의 국제조류에 당황한 북한은 일본과의 수교를 서두르지 않을수 없는 막다른 골목에 몰렸다는 것이다.

북한은 일본의 수교는 곧 구미세계로의 디딤돌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특히 이를 대미접촉의 계기로 삼고 싶어한다. 경제적측면서는 일본의 경제협력이 갈수록 절실해지고 있다고 보고있다. 처음에는 보상을 노려 국교수립제안을 내놓았다고 보았지만 그것을 둘러싼 교섭이 난항을 거듭하게되자 우선 돈을 빌려다가 급한 불부터 꺼야할 형편이 된 것같다.

소련에 이어 중국도 최근 내년부터 대북한교역의 결제를 달러 등 경화로 바꿀방침을 북한측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지금까지 북한과의 무역결제를 물물교환 방식으로 해왔으나 자국경제상황이 악화되자 이같은 방침을 통보했다는 것이다. 중국은 또 북한의 2억달러 긴급차관요청도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련이 올해부터 경화결제제도를 시행한데 이어 중국까지 이에 가세하면 북한의 경제는 악화될 수 밖에 없다.

어쨌든 사실상 본격적인 회담의 시작이라는 이번 북경회담은 벽두부터 의견충돌이 일어나 전도가 어느때보다 흐려졌다.

지난 3월 동경회담때만해도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진행되리라는 관측이 있었지만 이번 회담의 경과로 보아 일­북한수교협상은 장기화의 길에 접어들었다는 관측이 우세해졌다.<동경=문창재특파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