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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난 조계사/신윤석 사회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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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난 조계사/신윤석 사회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1.05.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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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기 2535년 부처님오신날 봉축 법요식은 예년과 달랐다.21일 상오10시 서울 조계사 대웅전 앞마당에서 열린 법요식에서 불자들이 짙은 향내음과 은은한 찬불가에 불심을 가다듬으며 이 무명 세계에 와주신 부처님의 자비가 온 누리에 평화의 빛이 되기를 손모아 기원하는 모습은 종전과다를 바 없었다.

그러나 마주치는 얼굴마다 합장하며 행복과 성불을 빌어주는 날 조계사에는 「초대받지 못한 손님들」이 많았다.

봉축위원회가 지난 18일 마포 로터리에서 경찰이 제등행렬에 최루탄을 난사한것에 항의,정부 관계자와 여야의원·경찰 등의 법요식 참석을 거절한 것이다.

조계사 정문담에는 「평화로운 제등행렬에 최루탄이 웬말이냐」는 대형 플래카드가 내걸리고 청년회원들은 「정부인사·국회의원·기관원 출입금지」라는 팻말을 든채 산문을 지키는 사천왕상처럼 두눈을 부릅떴다.

26개 주요 종단과 14개 불교단체로 구성된 「제등행렬 경찰폭력사태 공동대책위원회」는 『경찰이 서의현 총무원장과 어린불자들에게까지 최루탄을 쏘아댔다』 『현 정부는 민주화의 의도도 능력도 없는 반국민적·반불교적 폭력정권』 등등 유례없이 강경한 어조의 유인물을 신도들에게 배포했다.

대책위는 또 『우리 불교도는 지금까지 현 정권이 민주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기를 바라며 협조해왔다』며 『더이상 인내한다면 폭력정권의 협조자라는 오명을 씻을수 없게 될것』이라고 천명했다.

정부관계자들의 화환이 모두 돌려보내지고 불교도 국회의원들의 모임인 정각회회장 김태호 의원(민자)의 발원문 봉독과 경찰악대의 찬조연주도 취소됐다.

노태우 대통령 내외가 보낸 연등은 논란끝에 『부처님을 기리는 개인이 보낸것으로 간주한다』는 해석에 따라 「우바새 전두환·우바이 이순자」라고 적힌 등과 나란히 대웅전 앞에 걸렸으나 의례적으로 걸어주던 3부 요인들 이름의 등은 보이지 않았다.

대자대비한 부처님의 몸을 씻김으로써 자기 마음의 때를 씻어내는 반성과 화해의 마당에서 마저 배척당한 정치 지도자들은 과연 무슨 생각으로 부처님 오신날을 보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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