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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정책의 한목소리화(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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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정책의 한목소리화(사설)

입력
1991.05.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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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프전쟁이후 미국의 강력한 주도권 행사에 대항하려는 외교적 노력이라는 평을 듣던 강택민=고르바초프 회담이 끝났다. 모두 18개항에 걸친 중국과 소련 두나라 지도자의 공동성명은 예상대로 한반도에 관해서도 언급하고 있어 우리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89년 두나라가 관계정상화에 합의한이래 2년만에 이루어진 강택민 총서기의 모스크바 방문은 동유럽 공산권붕괴 이후 아시아도 불가피하게 새로운 국제질서를 모색하는 유동적 상황에 있기 때문에 특히 주목돼 왔다. 그러나 그 결과는 예상됐던 선을 크게 웃돌지도,그렇다고 크게 밑돌지도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강택민은 17일 소련 외교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두나라는 새로운 관계로 진입하고 있다』면서도,『그러나 그 관계는 50년대의 동맹관계로 돌아가거나,60·70년대의 대항관계로 돌아가는 것도 아니다』고 했다. 앞으로 두나라의 관계를 짐작하기에 적절한 표현으로 생각할수 있다.

실무적인 입장에서 보자면 두나라는 동부 국경협정에 도장을 찍었다는 성과를 거뒀다. 이로써 소련군 55만과 중국군 1백만이 맞서있는 국경지대의 병력감축협상이 진행될 기초가 마련된 셈이다.

이것은 다시 두나라 사이의 경제교류 확대를 쉽게할 것이다.

우리의 큰 관심은 그러나 두나라가 동북아의 새로운 평화와 안정을 위해 무엇을 주고 받았는가에 있다. 이와 관련해서 두나라는 「패권주의 반대」와 아시아·태평양지역에 있어서의 「개방·협력·번영」에 목소리를 같이했다.

이것은 중국과 소련이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미국의 일방적인 주도권에 끌려다니지만은 않겠다는 「의사표시」라고 하겠다. 이것은 또한 소련이 일찍이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의 집단안보기구 구성에 끈질긴 집착을 보여준 사실과도 관련되는 것으로 보인다.

한걸음 나아가 두나라는 한반도에서의 남북대화와 긴장완화 그리고 평화통일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미 구체적으로 두나라가 펼쳐온 정책의 방향을 한 목소리로 공식화한 것으로 주목할만 하다.

낙관적으로 보자면 그동안 북한의 김일성이 즐겨온 소위 「북방 3각관계」는 본질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징표로 볼수 있다. 물론 중국의 정계분리정책이 과연 말한만큼 달라질지 속단할 일은 아니다. 한국의 유엔가입 문제는 그 첫 시험대가 될것이다.

동서의 이념대결이 끝나간다면,중국과 소련의 이념대결이 청산된다고 해서 이상할 것은 없다. 다만 우리로서는 이러한 움직임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를 기대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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