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대군 죽음으로 촉발된 긴박했던 치사정국의 소용돌이는 19일의 장례를 고비로 일단 위기를 넘긴 인상이다. 그러나 그동안 표출된 여러 문제들의 뒷수습이 결코 만만찮고,일단의 후유증도 드러나고 있어 또다른 걱정이 앞을 가린다.구체적으로 지난 8일 서강대 옥상에서 분신후 투신자살한 전민련 사회부장 김기설씨가 남긴 유서에 대한 대필여부공방과 20대 청년의 전경들에 의한 집단구타 중태설이 그같은 후유증의 사례들일 것이다.
검찰과 재야간의 김씨 유서에 대한 자필대필공방은 그동안 당국과 사회의 일각에서 거듭 주장된 연쇄분신 사건의 배후 「어둠의 세력」들에 대한 존재여부를 가릴 결정적이고 유일한 증거일수도 있다는 점에서 국민적 관심이 높아만지고 있다.
또 광주에서 19일 발생한 20대 청년의 전경 10여명에 의한 집단구타 중태설은 강군 사건을 계기로 새로운 시위문화를 정착시키겠다고 공언한 당국의 자세가 또다시 저울대에 오를수도 있는 위험한 불씨를 안고있는 것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때문에 전자의 경우 검찰과 재야는 지루한 말씨름으로 의혹만 가중시킬게 아니라 철저한 수사와 실체적 진실 발견노력으로 진상을 신속 명확하게 국민앞에 밝혀야 할것이다.
지금까지 검찰의 주장은 김씨가 남긴 유서가 친필이 아니라 전민련 총무부장 강기훈씨가 대신 써준것으로 확인됐다는 것이고,이에대해 강씨와 재야측은 「운동권을 탄압하기 위한 뒤집어 씌우기」라는 반박이다. 하지만 2통의 유서라는 구체적 물증이 있고 강씨도 공개된 장소에서의 필적감정 등 검찰조사에도 응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 때문에 무용한 입씨름보다 지금 당장 시급한 것은 과학적이고 공정한 조사·감정 및 입증임을 강조해 둔다. 이같은 과정을 통해 사실여부에 대한 흑백이 분명히 가려질수 있다면 그 의미는 여러모로 중대하다.
사실이라면 운동권의 도덕성이 크게 훼손될 것이고,그렇지 않다면 검찰의 「공안타성」이 다시 먹칠을 당하게 된다고 볼수있는 것이다.
광주에서 매맞은 청년이 뇌수술을 받고 중태에 빠진 사건도 마찬가지이다. 전경 10여명에 의한 집단구타 혐의는 목격자들의 주장에 따른 것뿐이고 청년의 신원이 밝혀졌을 뿐이며 가해혐의자들에 대한 조사가 전혀 진행되지 못한 상태에 있다. 하지만 이런 불상사나 국민적 의혹을 불러일으킬수 있는 과잉진압여부는 진상조사착수 및 결과발표가 빠를수록 사태수습에 도움이 되는 것임을 거듭 경찰당국에 고언해마지 않는다.
강군의 죽음과 8명의 잇단 분신으로 촉발된 미증유의 소용돌이와 혼란의 와중에서 우리는 많은 것을 잃었고 값비싼 교훈도 얻었다. 그같은 희생의 재발방지와 교훈의 성의있는 실천을 위해서도 최근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두 사건은 정확하고 신속하게 그 진상이 밝혀져야 한다. 당국은 이같은 국민적 요망을 이번에는 결코 잊지말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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