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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만 난무 5·18거리/연등불빛도 시위얼룩(등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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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만 난무 5·18거리/연등불빛도 시위얼룩(등대)

입력
1991.05.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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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하오4시 서울도심 신세계백화점앞 도로에서는 시청앞 진출을 시도하는 시위대와 경찰사이에 치열한 공방전이 시작됐다.다연발최루탄이 난사돼 한치앞을 내다볼수 없는 최루가스속에 화염병 불꽃이 무수히 날았다.

하오7시를 넘으면서 전쟁터를 방불케하는 아수라장속에 『밀어붙여』하는 함성과 함께 수백여개의 화염병과 수천여개의 돌이 날고 『밀리지마』하는 고함에 수백발의 최루탄이 터졌다.

부상당한 전경 30여명이 한국은행 앞쪽에 쓰러져 응급치료를 받는동안 전경이 되받아던진 불발 화염병과 돌에 맞은 학생 50여명도 오토바이로 계속 실려갔다.

회현고가도로 위에선 「백골단」이 그동안 휴대만하던 진압봉을 빼 휘두르고 시위대는 화염병으로 맞서는 위험천만한 공중 전투까지 벌어졌다.

최루탄수송용 경찰트럭이 화염병에 맞아 불타고 신세계앞 신호 등이 최루탄에 맞아 폭발했다.

하오10시께 강군의 운구를 떠나보내고 명동성당으로 들어가던 3백여명이 중앙우체국 앞을 지나며 야유와 함께 화염병 2개를 던지자 전경 1백여명이 쫓아가 한일상호신용금고 철제대문을 넘어 달아나던 20여명을 끌어내려 방패와 군화발로 구타했다.

안경이 깨지고 가방이 흩어졌으며 코피가 터져 비명을 지르는 사람도 있었다.

강경대군이 마침내 광주로 떠나간 이날밤 서울도심에서는 시민들도 떠났다.

양측이 모두 입만 열면 떠받들던 「국민」은 실종되고 서로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만 뒤엉켜 충돌했다.

강군이 숨진이후 한동안 계속된 자제의 고삐가 풀린듯 경찰과 시위대는 이날 마구 감정을 폭발시켰다.

19일 새벽 돌과 깨진 화염병과 최루탄의 파편이 널린 텅빈 길에는 부처님 오신날을 기리는 연등만이 파리한 빛을 내며 매달려 있었다.<신윤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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