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상식 무시… “독불장군”/샤미르 총리등 「강경4인방」 대외정책 양보없어70년대 미 국무장관으로 세계외교가를 주름잡았던 헨리·키신저는 『이스라엘에는 도대체 외교정책이란게 없다. 오직 국내 정책만이 있을뿐이다』라고 토로한 적이 있다.
그 자신 유태인이면서 일세를 풍미했던 외교의 대가인 키신저의 이 말속에는 외교의 상식과 기법이 전혀 먹혀들지 않는 이스라엘 지도부의 고집불통에 대한 답답한 심정이 담겨있다.
그런데 사정은 조금도 변하지 않아 지금 중동평화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현역 미 국무장관 제임스·베이커도 전임자가 느꼈던 답답함을 하소연 하고 있다.
베이커는 오히려 한술더떠 『이스라엘에는 정치인이 없다. 단지 독불장군들만이 버티고 있을뿐이다』라며 이스라엘 지도자들의 독선과 독단을 꼬집고 있다.
엄격한 법률가 수련을 거친 변호사 출신인 베이커는 문제의 핵심에 곧바로 접근하는 능력이 탁월한 실무형 외교가로 정평이 나있다.
그렇다면 키신저나 베이커처럼 외교에서 일가를 이룬 거물들을 질색하게 만든 이스라엘 지도층의 면면을 들여다본다.
현재 이스라엘의 지도층 내에서 큰 목소리를 내고 있는 인물로는 이츠하크·샤미르총리(76),모세·아렌스 국방장관(65),다비드·레비 외무장관(52),아리엘·샤론 주택장관(63) 등이 꼽히고 있다. 이들은 48년 이스라엘 건국 이후 구성된 정부중 가장 극우성향이 강하다는 현 집권쿠드당 내각의 핵심각료 들이다.
각자 뚜렷한 개성과 정치적 소신을 지닌 이들은 내부적으로는 서로 빈번하게 충돌하는 사이지만 적어도 아랍세계와 관련된 이스라엘의 외교정책에 관한한 「강경 4인방」으로 비쳐질만큼 통일된 입장을 취하고 있다. 대외적으로 이들을 결속시키고 있는 끈은 구약성서에 대한 믿음이다. 이들은 모두 현재의 이스라엘 영토는 하나님이 그들에게 부여한 땅이라는 종교적 믿음,즉 시오니즘을 정치신조로 삼고 있다. 따라서 이들은 그들의 신성한 땅을 넘보는 팔레스타인인들과 여타 아랍국들에 대한 혐오감과 적개심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면서 현실적이고 논리적으로 접근하려는 외교의 대가들을 질겁하게 만든다.
샤미르 총리는 경력부터가 말로 해결하는 외교와는 거리가 먼 인물이다. 폴란드에서 태어나 바르샤바 대학에 다니던 그는 21세때인 35년 영국의 통치를 받던 현재의 이스라엘 땅으로 이주했다. 이후 대영 지하투쟁단체인 「이르군」의 일급요원으로 활약했고 건국후 그 경험을 살려 첩보기관인 모사드에 투신했다. 83년 이름난 강경파였던 메나헴·베긴의 뒤를 이어 총리가 된 그는 전임사를 빰치는 강경노선으로 일관해 왔다. 지금도 그는 중동문제 해결의 관건인 요르단 강서안과 가자지구 등 이스라엘 점령지의 양도문제에 관해 『내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는 양보할 수 없다』는 초강경 입장을 보이고 있다.
말이없고 늘 고독해보이는 샤미르총리가 가장 믿는 측근은 아렌스 국방장관이다. 미국에서 교육받은 항공우주학자인 그는 「얼음처럼 찬 사람」이란 평을 듣고 있다. 샤미르총리 보다는 실용적인 사고를 지녔다는 소리를 듣고 있지만 역시 초강경파로 샤미르를 이을 후계자로 꼽히고 있다.
최근들어 아렌스 국방장관과 사사건건 맞부딪치는 인물이 레비외무장관이다. 아프리카의 빈국 모로코에서 출생한 레비는 그곳에서 건설노무자 등 갖은 고생을 하다 이스라엘로 이주해와 외무장관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그는 단정한 용모와는 달리 걸쭉한 밑바닥 사회의 농담을 즐기며 영어도 매우 서툴다. 레비는 한때 리쿠드당 내에서도 이름난 초강경파였다. 그러나 그는 지난해 여름 많은 사람의 경악속에 외무장관으로 발탁된뒤 전보다 눈에 띄게 부드러워졌다. 아직도 강성 이미지를 풍기고는 있지만 이같은 변화때문에 그는 당내 강경파들로부터 「변절자」라는 비난을 듣고 있다.
샤론 택장관은 리쿠드당내 강경파들 마저도 고개를 내젓는 초강경파다. 그는 현재 야당 및 국제여론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 점령지에 소련계 유태인들의 정착을 위한 주택건설을 강행하고 있다. 국방장관이던 지난 82년에도 주위의 반대를 무릅쓰고 레바논을 침공했던 그의 전력에 주목하는 관측통들은 중동평화회담 개최의 가장 큰 걸림돌로 샤론을 지목한다.
베이커 미 국무장관과 알렉산데르·베스메르트니흐 소련 외무장관이 이처럼 다루기 힘든 이스라엘 지도부의 강성그룹을 구슬려 제대로 평회회담 테이블로 이끌어낼 수 있을지 궁금하다.<김현수기자>김현수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