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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삼비론이 나왔는가/야당과 재야도 분기점에 왔다(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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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삼비론이 나왔는가/야당과 재야도 분기점에 왔다(사설)

입력
1991.05.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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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사정국을 둘러싼 일련의 시위는 크게 보아 민주화로의 진전을 기록한 하나의 「성과」로 역사에 기록될지도 모른다. 6·29 선언을 끌어낸 87년 6월 항쟁을 「성공」으로 볼때 이번 시위를 성과수준으로 축소 해석하는 이유는 상황의 일부 유사성에도 불구하고 본질적으로 배경이 다르다고 보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위이후 있을 6공 정부와 야당,재야 및 운동권의 위상과 진로도 그때와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볼수 있다. 달라지는 것을 상징적으로 나타내고 있는 것이 시위과정에서 드러난 삼비론이다. 누적된 실정과 공안통치 등에 관한 반발과 염증을 책임진다는 점에서 정부의 각성과 개혁을 요구하는 여론은 야당에도 문제가 있고 재야와 운동권에도 문제가 있음을 숨기지 않았다.양비론에서 한발 더 나아간 이같은 반응은 모든 반정부성을 민주대열의 개념으로 동일시했던 6월 항쟁때와 다른 것이다. 이번 시위에서 그 어느쪽도 확실하게 여론의 지지를 확보하는데 성공하지 못했던 것이 그것을 증명한다.

「말없는 다수」가 이번 시위를 계기로,사태가 정권퇴진 등 극한적 상황으로 치닫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6공 정부는 진정한 위기국면까지 몰리지는 않았다. 내각의 퇴진과 이에 병행하는 강도높은 민주화작업의 추진과 경제정책 등의 개혁약속으로 상황을 반전시킬수 있는 여유를 얻을수 있었다. 그런 점에서 정부는 전화위복의 기회를 갖는 셈이다. 국민의 지지를 회복하는 것 이상의 후반기 누수방지책이 없다고 볼수 있기 때문이다.

그에반해 신민당은 큰 시위때마다 얻어오던 반사이익을 이번엔 별로 얻지못한 것이 아니냐는 평가가 없지않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그 원인은 기회주의성 처신에서 찾아볼수 있을 것이다. 시위 초기단계때까지 정권퇴진을 부르짖는 재야와 운동권에 합류하는 것을 거부하고 내각퇴진 등 합헌·합법의 테두리안에서 투쟁한다는 노선을 견지했을때 신민당의 이미지는 성숙된 정당의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신민당은 동참압력과 시위에서의 반사이익이라는 유혹을 끝내 뿌리치지 못했다. 신민당은 재야 등 불만층과 중산층을 향해 동시에 손을 내밀었으나,결과는 양쪽에서 외면당하는 경우를 만날수가 있을 것이다. 더구나 민주당의 경우 처음부터 재야의 정권퇴진론에 편승해 제도권 정당으로서 자가당착을 보임으로써,당지도부의 양식을 의심받게 했던 것이다. 그런 점에서 두 야당의 장외집회는 만만치않은 마이너스요인을 안고있다고 할수 있다.

6·29이후 내리막길로 알려져있던 재야와 운동권이 이번 시위를 위기국면까지 몰아온 것은 재기의 바탕마련이냐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의 초점이다. 그러나 시위의 성격이나 배경을 보면 답은 긍정적이지 않다. 첫째 시위가 이 상태로 열기를 띠게된 주된 동인은 잇단 분신자살이었다. 다시말해 실정에 대한 만성적인 불만에 어렵게나마 불을 당긴것은 투쟁논리가 아니라 극약처방같은 젊은이들의 자기희생이었다. 때문에 그 충격효과는 지속적이기가 어렵다. 둘째 정부의 무능,무정견에 대한 일반적 불만,TK 편중인사에 대한 여론계도층의 반발,공안통치에 대한 염증이 재야의 투쟁과 잠시 동거현상을 이뤘으나 정부의 내각퇴진 등 수습책이 나오면 갈림길이 오게 돼있다는 점이다.

셋째 실정과는 관계없이 광역­총선­대선으로 이어지는 정치일정만 순조롭게 진행시킬수 있다면 민주화는 점진적으로 이루어진다는 믿음이 국민마음속에 깔려 있다고 보아 투쟁에 의한 체제전복은 그만큼 지지기반 확보가 어렵고 또 더 어려워지리라는 전망이 가능하다. 선택의 압력은 정부만 받고있는게 아니다. 삼비론을 벗어나려면,야당도 재야쪽도 위상재정립이 불가피해지는 분기점에 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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