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협정」등 협력강화/한반도문제 논의 관심/과거 양국동맹관계 회복엔 한계노출강택민의 이번 모스크바 방문은 2년전의 관계정상화에 이어 그동안 진전돼온 국경선 확정 등 실질문제들을 매듭지음으로써 양국관계를 새로운 단계로 끌어 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우리의 관심을 끄는것은 이미 회담전 양국관영 언론들이 보도한대로 회담의제에 「국제문제 공동관심사가 들어있고 여기에는 특히 캄보디아 내전 종식문제와 함께 한반도 문제에 관한 토의가 분명히 포함돼 있었다는 사실이다.
강의 방소 일정이 끝나면서 발표된 「연합공보」(공동성명)는 이번양국 「수뇌회담」에서 아시아·태평양지역 문제를 포함한 광범위한 국제적 공동관심사를 논의했으며 이는 앞으로 세계평화와 아시아의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는 막연한 내용뿐이다.
그러나 이번 양자회담에서는 한반도문제와 관련된 최대관심사인 남북한 유엔 가입문제에 대해 어떤 형식이든간에 중소양국의 입장조정이 있었으리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다만 일부 일본 언론의 보도대로 그것이 우리정부가 주장해온 남북한 동시가입을 지지하는 내용이라 하더라도 북한의 입장을 고려하고 그 정책변화를 기다려 가입시기 등에는 다소의 신축성을 두는 유보적인 내용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중소양국은 또 이번 회담을 대미견제의 카드로 이용하려는 흔적이 역력하다.
당장의 현안문제로 중국은 오는 6월3일 시한이 끝나는 무역 최혜국대우 연장여부를 놓고 중국의 국내인권 문제와 결부시키려는 미국과 심각한 갈등을 겪어왔고 고르바초프도 최근 미국내 보수세력의 대두를 비난하며 새로운 냉전시대로의 복귀를 잇달아 경고한바 있다.
이번 회담을 계기로 미국의 양보를 얻어내려는 중·소 양국의 압력도 어느정도 가시화된 효과로 나타나고 있다.
부시 미 대통령은 강이 모스크바에 도착한 지난 15일 중국에 대한 무역 최혜국 대우를 연장하겠다는 뜻을 공개 표명했다.
부시는 중·소 회담직전 고르바초프와 이례적인 45분간의 전화통화를 통해 양국관계의 계속적인 발전을 새삼 다짐하면서,걸프전을 구실로 미측이 몇개월이나 일방적으로 미뤄오던 미·소 정상회담을 「금년여름」안에는 개최하자고 약속했다.
대미 견제를 노린 공동노력에도 불구하고 중·소 양국은 이미 2년전 고르바초프의 방중때 「연합공보」에서 『중·소 양국간 새로운 관계발전이 어떠한 제3국가를 반대하거나 겨냥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던 내용을 이번 강고르비회담을 전후해 거듭 상기시켰다.
하지만 양국간 새로운 관계발전이 79년에 시효만료된 중·소 우호동맹 상호원조 조약과 같은 동맹관계 회복을 위한 조약체결로 이어질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대미 공동견제의 필요에도 불구하고 이번 회담은 중·소 관계발전의 한계가 역시 경쟁적 공존,새로운 국제 질서속의 동반자관계가 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개혁·개방의 이념과 노선이 다르고 이에따라 양국 내부에는 여러가지 관계제약적 요소가 엄존하고 있다. 또 무엇보다 수십년 계속된 적대감정이 장장 7천5백㎞의 「모호한 국경선」이라는 지정학적 상황과 겹쳐 그렇게 간단히 씻어질 수 만은 없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은 4천2백㎞의 동부국경선에 관한 협정을 정식체결했다. 양국간 실질문제의 해결이란 면에서 이것은 이번회담의 가장큰 가시적 성과로 꼽힐만하다.
만주시베리아간 흑룡강과 그 지류를 경계로 삼는 동부국경선의 확정에 따라 지난 69년 3월 무력충돌까지 빚었던 진보도(다만스키도)와 함께 하바로프스크 서쪽의 흑할자도도 중국에 귀속키로 원칙적인 합의가 이뤄져 이 지역의 영토분쟁은 끝을 보게됐다.
그러나 신강쪽의 서부국경선은 아직도 손을 못댄채 이번 회담에서는 다만 『89년 양국연합공보의 원칙과 정신에 따라 계속 토의할 사항』으로 넘겼다.
중국내에는 여전히 이들 지역에 대한 영유권 주장이 살아있으며 따라서 조어대나 남·서사군도와 마찬가지로 이들 지역은 앞으로도 양국간 영토분쟁의 소지가될 가능성으로 계속 남아있다.
현재 양국 국경에는 소련이 극동 군구병력을 포함한 55만명을,중국이 심양(35만),북경(40만) 및 난주군구(25만) 등에 모두 1백만 병력을 배치해놓고 있다. 이밖에 이번 회담에서는 ▲양국간 경제무역교류협력 확대방안 ▲우주항공기술협력 및 우주공동개발문제 ▲SU27형 제트전폭기와 적외선유도 공대공 미사일 등 소련제 첨단무기와 관련군사 과학기술의 구매이전 협상 등이 의제로 토의됐다.
결국 중·소 양국은 이번 회담을 통해 쌍무문제에 있어서는 상호 실질협력을 강화하고 외교분야에서는 미국 독주의 「단극체제」를 공동 견제한다는 등 「새로운 동반자」 관계에 시동을 걸었다.<홍콩=유주석특파원>홍콩=유주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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