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문고(주)가 6월1일 문을 닫는다. 회사측은 시설 확장공사가 끝나는 12월까지 당분간이라고 하지만 어딘가 마음이 허전하다. 그렇지 않아도 연일 계속되는 데모와 정부의 강경자세로 인한 최루탄의 난무,파업 그리고 이로인해 곳곳에 교통 통제마저 이루어져 착잡한 마음이 교보의 휴점 소식에 더욱 스산해진다.광화문 네거리는 교보가 있어 좋다. 언제나 마음편하고 흐뭇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이다.
점심이라도 먹고 시간이 나서 들러보면 그 생동감이 그저 마음을 잡는다. 온통 젊은이들로 북적거려 어느때는 서서 책을 읽을수조차 없다. 외국인도 적지않게 이 행렬에 끼인다. 이것이 우리나라의 힘찬 약동이라고 생각하면 그 답답한 공기도 충분히 견디고 마실만 했다.
젊은이들의 변화를 한눈에 읽을 수 있는 곳도 이곳이다. 매장 한가운데에 있는 카페테리아에 앉아 오고가는 젊은이들을 보노라면 많이 변했다는 생각을 감출수가 없다. 우선 건강하고 발랄하다. 영양상태가 좋아졌기 때문이리라. 건강하고 발랄한것 못지않게 책을 많이찾는다.
교보문고측의 발표에 따르면 매일 5만명의 고객이 이곳을 들른다. 물론 이들 전부가 젊은이는 아니지만 그 대부분이 젊은이다.
그렇다고 이들이 전부 책을 읽고 사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곳에서 책제목과 저자이름만 보고 가도,아니 그 분위기에 젖기만 해도 보람을 찾았다고 할것이다.
옷도 색깔이 밝아지고 입을줄 안다. 옛날엔 우중충한 색깔이 많았으나 요즘은 그 반대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때가 잘탄다고 기피했던 흰색,지나치게 강렬하고 자극적이라고 보통 용기로는 입지못했던 빨간색도 개성을 살려입고 있다. 점퍼 청바지 하나를 입어도 은근히 멋을 풍긴다.
교복이 사라진후 은연중 몸과 옷을 조화시킬 수 있는 멋을 터득한 사실을 느낄 수 있다.
이처럼 교보문고는 젊음과 지식의 만남의 장소였다. 또 한국사람들의 자랑스런 책사랑의 상징이었다. 이젠 이런 분위기와 자랑을 당분간 맛볼 수 없다.
지난 81년 6월1일 교보문고가 개장했을때 서울의 명소가 되리라고는 생각못했다. 광화문 네거리에 지나치게 크게,그리고 멋없이 서있는 교보빌딩은 솔직히 말하면 눈총의 대상이었다.
건축학적으로는 어떨지 모르지만 마음에 와닿는 건물은 아니다. 멋없고 우중충하게 보이는 이 건물 지하에 교보문고가 들어선다고 했을때 조그마한 서점,특히 종로 등의 서점이 반대의 목소리를 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당시 서울에는 대형서점이 드물었고 「교육보험」이란 회사가 서점을 갖는 것이 어울리고,멋없는 건물지하에 서점이란 문화공간이 들어서는 것도 바람직하다는 생각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교보문고는 그동안 기대한 대로 긍정적인 방향으로 움직여주었다. 처음 시작했을 때의 8백평이던 매장도 매년 늘어나 현재는 1천5백평을 자랑한다. 이는 그만큼 고객들의 사랑을 받았다는 증거도 된다.
앞으로 교보문고가 어떠한 모습으로 우리앞에 다시 나타날지 궁금하다. 12월 중순에 다시문을 연다고 하지만 한쪽에서 완전히 문을 닫는 것이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교보문고측의 부인대로 이를 하나의 기우로 돌리고 싶다.
그동안 고객들에게 받았던 끝없는 사랑,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깊숙히 자리잡았던 그 비중을 잊지않으리란 기대가 간다. 고객의 사랑을 떠올려 부족했던 서비스 개선과 함께 진열을 보다 과학적으로 하고 컴퓨터코너도 곁들여 정보화시대에 걸맞는 새문화공간으로 재탄생했으면 한다. 그럴경우 교보문고 경영주는 얼마든지 자부심을 가져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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