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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공 테니스/김창열칼럼(토요세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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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공 테니스/김창열칼럼(토요세평)

입력
1991.05.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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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의 한 중진은,이승만 대통령을 「서도의 명인」이라고 한다면,박정희 대통령은 「검도의 명인」에 비유할만 하다고 했다. 신문기자로서,또 국회의원으로서,역대 대통령을 가까이에서 관찰할수 있었던 그의 비유는 제법 그럴싸 하다. 우리 현대사에 가장 뚜렷한 자취를 남긴 두 대통령은 출신 배경과 경력,생활태도,통치스타일이 그처럼 달랐고,싫은 좋든,두 대통령은 「명인」 다운 정치의 기와 개성과 고집이 있었다.비슷한 비유법을 써서,그는 5공과 6공 대통령도 비교하고 있다. 전두환 대통령은 축구팀의 주장이라고 한다면,노태우 대통령은 멋지게 볼을 받는 테니스 플레이어가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이 비유가 풍기는 전대통령의 이미지가 돌진·통솔 등이라면,노대통령의 이미지는 스매싱보다는 랠리에 능한 미기일것 같다. 아무래도 수동적인 수비형이다.

월간 잡지인 좌담(신동아 5월호 『대토론 노대통령의 지도력』)에 비친 그의 비교 대통령론은,그러나 역대 대통령의 점수를 매기는데까지는 이르지 않고 있다. 그저 역대 대통령의 스타일 특성을 단적으로 설명하고, 그 특성의 일장일단중 「일장」만을 언급하려한 것처럼 들린다.

그러나 현직 대통령의 지도력이 잡지의 특집 기회거리로 된다는 것은,그가 지닌 특성중의 「일단」이 문제시되고 있음을 반영한 것이라 보아 틀림이 없다. 그 잡재가 한창 발매될 즈음에 일어난 강경대군 치사사건과 그뒤의 사태진전은 그런 문제의식이 결코 관념의 유희가 아니었음을 입증하고 있다. 「멋」과 「미기」만의 지도력이 현실적인 결함을 드러낸 것이다.

강군의 즉음으로 시작된 귀국의 의미는 여러 각도의 해석이 가능하다. 그러나 3주넘게 끌어온 귀국의 양상에서 분명한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우리 사회의 반체제 또는 체제불만 세력이 상당한 수준에 이르고 있으나,아직은 이번 같은 정치위기를 당장의 체제위기로 쉽사리 전화시킬 수가 없었다는 사실이다. 그런 뜻에서,「87년6월」의 재현은 성급한 기대같다.

이런 관찰의 근거 역시 분명하다. 그것은 대다수 시민,중산층 또는 중간층의 향배다. 이름이야 어떻든 이들 중심세력이 움직이지를 않은 것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정부가 발을 뻗을수는 없다. 버티기의 효험을 기대한다면 그것은 큰 착각이다. 그 까닭 역시 사회중심 세력에 있다.

좀더 정확하게 말해서,그들은 반대세력에 가세하지 않았지만,권력을 옹호하지도 않았다. 화염병을 마다하는 만큼,최루탄도 못마땅해 한다. 그들이 보는 집권 3년만의 6공정부상은 무정권·무능력·무책임으로 요약된다. 그래서 그들속 깊은 곳에 불안·불만·불신이 깃들인다. 위기를 오래 끌수록 그 「3무3불」은 짙어만간다.

이것이 중심세력으로 대표되는,지루한 위국속의 민심이다. 그들은 정의 기본질서를 생각해서 움직이지 않을 뿐이다.

이제 사태수습을 위해서 정부가 살필것은 이 민심이다. 민심을 잘붙들어서,사회중심 세력이 중심구실을 제대로 할수있게 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사태의 수습방안도,이 중심세력이 바로 권력의 기반임을 재확인하는데서 시작되어야 하고,그 기반을 두터이 하는 것으로 마무리 되어야 한다.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인가.

무엇보다도,6공 3년을 중간평가하는 자세가 아쉽다. 비록 중간평가는 공약으로 끝났지만,애초 공약의 취지를 되씹는 겸허한 자세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멋」과 「미기」의 한계,「모양만의 정치」로 감쌌던 밀실정치·각서정치·연고정치의 귀결이 오늘의 위기임을 깨달을수 있다면,그 다음 방도는 환하게 보일 것이라 믿는다.

다음은,이미 기정사실이나 다름없는 현 내각 퇴진의 모양새가 아니라 새 내각의 꾸밈새가 수습의 열쇠임을 인식하는 일이다. 바로 6공식인사의 혁신이다. 지금까지의 인사가 연고에 치우치고,그 연고권의 범위를 끊임없이 좁혀온 폐단을 절감하고,인사가 만사요,인사가 곧 정책이라는 통치의 명제를 다시 상기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앞으로 2년의 정책지표를 재정립하고,그 지향을 바로 달성하기에 적합한 내각과 청와대 참모진을 구성해야함은 물론,여권의 총력내각 또는 현인 내각적인 발상도 해봄직하다는 얘기다.

끝으로,하지만 가장 근원이 되는 것은,「노후」와 「노후」의 빠른정리다. 모든 것이 이른바 후계구도에 매인 듯한 정치행태와 대통령의 퇴임이후를 너무 걱정하는것 같은 정국 구상이 문제의 뿌리라 보기때문이다. 따지고 보면,중간평가의 기피,6공식 인사가 다 여기서 비롯됐다고 할수도 있다.

그러나 「노후」나 「노후」는,억지 후계구도나 정국구상보다는 6공치적에 달린 것이고, 그 판단은 국민손에 맡겨져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으로 앞으로 남은 2년을 구상하는 다부짐이 아쉬운 것이다. 권력의 누수방지,레임덕현상 방지, 그 자체가 목적인 것 같은 권력행사는 끝내 위기의 연속 속에 남은 2년을 보낼것이 뻔할 것 같다.

비교 대통령론이 아니라도,대통령에게는 제가끔의 스타일이 있다. 또 정치는 모양이 있어야 하고,모양이 있어야 정치답다. 그런 뜻에서 6공 테니스의 「멋」과 「미기」는 큰 자산을수가 있다. 다만 그 「멋」과 「미기」가 지도력을 대신할 수가 없음도 사실이다. 이번 위기국면을 서둘러 전환시키는 가운데,대통령의 지도력이 발휘되고,그로하여 그 「멋」과 「미기」의 진가를 중심세력 앞에 드러낼수 있기를 바란다.<상임고문·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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