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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소도 사먹는다/이병일 편집부국장(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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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소도 사먹는다/이병일 편집부국장(메아리)

입력
1991.05.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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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공기를 사먹는 시대가 됐다. 고압가스전문제조회사 등이 캔에 든 호흡용 휴대 산소를 개발해 판매에 나섰다. 길이 2백5mm,직경 65mm의 캔에 순도 95%의 산소를 5천㏄ 담아 5천5백원에 팔겠다는 것이다.이 회사중 한 회사가 이 휴대용 산소를 신제품으로 신문에 소개해달라고 가져왔다. 모기약통과 크기와 모양이 같은 캔을 보고 너나없이 『웬 모기약이냐』고 의아스러운 표정을 짓다가 「순수산소」라는 대답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다. 『지금처럼 대기오염이 심한때엔 깨끗한 공기를 많이 마셔야 오래사니 사마시라』고 반 농담조로 권하자 『뭐 공기를 사먹어. 봉이 김선달이 따로 없구먼』하고 튕겼다. 그러면서도 하나같이 호기심을 감추지 못하고 코에 대고 캔속의 공기를 맛보는 것이었다.

이를 보니 봉이 김선달은 확실히 선구자임에 틀림없다는 생각이 든다. 대동강물을 팔아 먹었다는 그가 물뿐아니라 공기까지 사먹어야 하는 요즘의 세태를 본다면 자신의 선견지명에 스스로 탄복할지도 모를 일이다.

깨끗한 공기를 사마시는 일은 우리 나라만의 일은 아니다. 얼마전 일본 동경의 한 커피점에서 커피처럼 캔공기를 주목받아 팔아 화제를 모은 일이었다. 동경은 공기가 서울보다 깨끗한데도 캔산소가 상당히 판로를 개척하고 있다. 회사만도 10개에 육박하고 순수산소를 담아 파는 용기도 다양하기만 하다. 일본의 회사들은 걸프전쟁이후 유정화재로 고통을 당하고 있는 쿠웨이트에 휴대용 산소를 수츨하기 위해 상담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같은 일본의 산소판매는 일본사람 특유의 호들갑과 상혼이 깃들여 있지만 공기가 나쁘기로 정평이 나있는 멕시코시와 방콕시에도 산소호흡기가 길거리에 등장할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멕시코 환경운동 단체는 대당 9천달러(6백50만원)인 미국제 산소호흡기 10대를 수입,공중전화 박스처럼 시내 곳곳에 설치할 에정이라고 한다. 필요한 사람은 5천페소(1천2백원)를 내면 30∼60초 동안 산소를 마실수 있다고 한다. 방콕에선 각종 배기가스에 시달리는 1천6백여명의 교통경찰관에게 산소통지급을 고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산소는 공기중에 20.9%정도 포함돼 있다. 이 함유량은 지역에 따라 다른데,열대림이 우거진 아마존유역은 27%라는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이것은 삼림의 중요성을 새삼 강조하는 것이지만,인간은 이 산소를 흡입해 신체 각 부분에 공급한다. 특히 우리의 뇌는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몸 전체 산소의 20∼30%를 필요로하는데 문제는 우리가 마시는 공기가 오염됐다는데 있다. 현재 대기중엔 지구의 온실효과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탄산가스의 농도가 3백60ppm에 달하고 있다. 1990년엔 3백ppm이었다. 이 농도는 지구 전체적으로 매년 1.1ppm씩 늘어나고 있다.

학자들은 앞으로 화석연료가 사용증가로 농도가 가속적으로 높아져 50년후에는 농도가 6백ppm에 달할 것으로 계산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지구의 온도가 2∼3도 높아지고,특히 극지방은 8∼10도 정도 올라 그곳의 얼음이 녹아 해면이 70㎝정도 높아질것이라고 대기오염의 심각성을 탄산가스가 증가하면 휴대용 산소통이 필수품이 될지도 모른다.

우리는 현재 그때까지도 기다릴수 없는 상황속에 살고 있다. 심한 대기오염에다 계속되는 탈출구 없는 데모로 곳곳에 최루가스가 충만해 눈물·콧물을 흘리며 귀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방독면과 새로나온 캔 산소라도 여자 핸드백처럼 어깨에 걸쳐메고 다녀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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