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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국주도권 다툼… 「시청앞 노제」/대책회의­경찰 명분과 속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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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국주도권 다툼… 「시청앞 노제」/대책회의­경찰 명분과 속사정

입력
1991.05.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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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허벌판 여의도선 의미없다”/대책회의/“광화문 진출등 돌발사태 우려”/경찰/서로 국민지지 확신하면서도 「눈치보기」범국민대책회의가 강경대군의 장례를 18일에 치르기로 확정은 했으나 시청앞 노제를 고집하는 대책회의와 여의도를 대안으로 제시한 경찰의 명분싸움이 여전해 장례성사 여부가 아직도 불투명한 상태이다.

대책회의측이 시청앞 노제가 끝난뒤 그장소에서 「광주항쟁계승과 폭력살인 민생파탄 노태우정권 퇴진 제2차 국민대회」를 열겠다고 밝히고 있어 경찰은 더욱더 시청앞 노제를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전노협 등의 총파업이 예정돼 있는 광주항쟁 11주기를 장례일로 잡은 것부터가 순수하지 못하다는 것이 정부와 경찰의 시각이다.

대책회의는 시청앞 노제를 고집하는 이유에 대해 『많은 시민이 모이는 장소에서 공권력에 의해 살해된 강군의 죽음을 생각해보는 시간을 꼭 가져야 한다는 유족의 확고한 주장과 국민적 열망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즉 ▲강군의 원혼을 달래려면 서울의 중심부에서 한을 풀어주는 의식을 치르는 것이 옳으며 ▲많은 사람들에게 조의를 표할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하고 ▲이한열군 장례식때 시청앞 노제를 치른 전례도 있다는 것이다. 대책회의는 이런 점을 지적하면서 장례식은 어디까지나 평화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약속하고 있다.

그러나 경찰은 시청주변이 집회금지장소이며 이곳에서 노제가 열릴 경우 교통마비,시민불편 등이 명약관화하다고 불가입장을 고수,시청앞보다 넓고 정치적 상징성이 오히려 강한 여의도광장을 권고하고 있다.

경찰은 여의도의 경우 교통마비가 초래되지 않고 장지인 광주로 가기에도 수월하다며 여의도로 통하는 모든 도로를 개방하는 등 자유로운 집회를 보장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양측의 명분은 이처럼 모두 이유가 있지만 내면에는 서로가 국민들을 자기편으로 만들어 시국의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계산이 작용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대책회의측은 「시신을 볼모로 투쟁한다」는 비판을 의식하면서도 『가시적인 투쟁소득이 하나도 없는 상황에서 허허벌판인 여의도광장에서 우리들끼리 노제를 치르는게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말하고 있다.

대책회의측은 『그동안 국민적 공분에 주춤했던 공권력이 정부의 강경대응에 힘입어 노제를 유명무실하게 만든뒤 5·18,6·10 등의 투쟁을 힘으로 밀어붙이려는 사전포석』이라고 경찰의 여의도제안을 해석하고 있다.

경찰도 평화적으로 시청앞 노제를 치르겠다는 대책회의의 주장을 순수하게 보고있지 않다. 경찰은 특히 87년 이한열군의 시청앞 노제를 지적하며 시위대의 시청점거나 광화문진출 등 돌발적인 사태를 우려하고 있다.

『평화행진을 약속하고도 돌을 던지는 폭력시위대를 순수한 장례행렬로 볼수 없다』,『한풀이를 꼭 사람이 많이 모이고 교통이 복잡한 시청앞에서 해야할 이유가 있느냐』는 것이 경찰의 생각이다.

결국 노제장소를 둘러싼 양측의 명분싸움에 가장 큰 변수는 「국민적 호응」이다.

「5·4,5·9,5·14집회때 나타난 국민적 호응에 부응하기 위해서라도」 시청앞 노제를 강행한다는 대책회의와 「지루하게 반복되는 시위시국을 빨리 안정시키라는 국민적 여망때문에」 불허한다는 경찰의 주장에서 보듯이 양측은 모두 국민적 지지를 확신하고 있다.

따라서 양측의 입장변화가 없는한 5·18 국민대회 등에 힘을 결집해야 하는 대책회의와 이를 분산시켜야 하는 경찰은 또다시 물리적 충돌을 빚을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게 일반적인 예상이다.<원일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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