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가파른 역사적 경험들로 점철된다. 5·16에서 5·17,5·18에로 숨가쁘게 달려간다. 그리고 6월이 되면 6·10의 상징이 기다리고 있다. 긴장과 압박속에 현재의 「비상시국」을 주시하지 않을 수 없다.우리는 묻는다. 6공은 과연 어디로 가고 있는가를. 6공은 진정 5공의 탯줄에 매어 그 운명을 답습하고 말것인가. 개혁을 요구하는 명백한 여론과 민심의 이반에도 불구하고 강경노선으로 일관하는 현정권을 보면서 우리는 5공의 악몽과 다시 부딪친다.
뿐만아니라 현대사를 되돌아보면 5공은 민중배제적이고 인권 억압적인 유신독재의 연장에 다름아니었으며 그 유신독재의 길을 연 것이 5·16 군사쿠데타였다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다시말해 지난 30년간 많은 공화국들의 흥망성쇠가 있었다고들 하지만 5·16이래 체질화된 군사적 통치방식이 아직도 이땅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다는 것이다.
강경대군 구타치사사건 자체가 이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 사건은 우발적 이상의 구조적 원인을 지니고 있었다. 전경제도,백골단,공격형 진압 등 강경정책의 필연적 결과로서 예견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바닥에는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결사의 자유는 아랑곳하지 않은채 모든 시위와 갈등을 일단 불온시하여 힘으로 막으려는 오래된 체질,이른바「원천봉쇄」의 강압적이고 군사적인 통제장치가 작용한다.
위기관리방식도 마찬가지다. 유연하고 탄력있는 정부라면 위기의 원인과 처방을 쉽게 내릴 수 있는 상태다. 그러나 현정권은 어느덧 목에 힘이 가득차 오만해졌고 인위적으로 만든 다수의석과 경찰력을 과신하는 탓인지 심한 경직성을 보이고 있다. 공안정치의 종식을 요구하는 국민여론을 등진채 정면돌파를 시도하고 있어 희생과 낭비가 늘고있다. 정권의 부담과 대가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우리는 여기서 5·16의 유산을 넘어 어떻게 참된 문민정치와 민주사회를 이땅에 건설할 것인가의 벅찬 과제에 직면하지 않을 수 없다.
명백한 점은 우리는 지금 중요한 분기점에 서있다는 것이다. 정치적으로는 내각총사퇴가 초미의 관심사로 부상했지만 이를 계기로 하여 막혔던 민주화개혁의 물꼬리를 사회 각 부문에서 어떻게 여느냐가 보다 핵심적인 문제다.
정부는 비등하는 사회적 압력에 밀려 일련의 유화책과 개혁안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우리는 미봉책에 현혹됨이 없이 공안정치의 확실한 종식을 요구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것이 민주개혁의 새로운 출발점이 될 것이다.
그러나 양극화의 대결 전략은 위험하다. 5·16의 교훈을 되새기고 그 유산을 청산하기 위해서라도 기득권층과 재야민중세력의 전면대결로 특징되는 위기상황은 막는것이 현명하다. 특히 이념의 양극화는 아직도 금물이며 이를 피하는 지혜가 절실히 요구된다.
그대신 중심화의 전략이 바람직스럽다고 주장하고 싶다. 다양한 변화욕구를 사회의 중심에서 모아 개혁으로 성사시키는 제도 안팎의 노력이 다같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한 조건을 몇가지 적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가장 중요한 조건은 중간층의 역할에 있다. 이들이 돌아서면 정권의 입지는 현저히 줄어든다. 반대로 이들이 보수진영으로 내밀려진다면 강권정치가 힘을 얻는다.
현재의 상황은 우리사회 중간층이 민주개혁의 방향으로 다시 돌아오는 과정에 있다고 본다. 물론 중간층은 다양하다. 그러나 안정희구의 전형적인 중산층이라 하더라도 국가권력의 폭력성에 대해서는 강한염증을 느낀다. 무엇인가 근본적인 개혁이 없이 현위기 상황을 적당히 넘어가려고 하는 집권층의 안일한 태도와 공안정치의 경직성을 다같이 비판하고 있다.
중간층 가운데서도 특히 젊고 학력수준이 높으며 80년대의 대학문화로 길러진 각 제도 안의 「중민집단」은 전형적인 중산층과는 달리 「기층민중」과 연대하여 사회 각 부문의 민주개혁을 적극 요구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둘째로 중요한 조건은 재야 운동세력의 통합성과 도덕성에 있다. 근래의 발전은 이 점에서 고무적인 면도 있지만 위험도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들이 통합조직만을 갖는 것이 아니라 양극화를 피해가는 유연한 전략으로 폭력의 사용을 엄격히 자제하면서 평화적 시위로 개혁의 압력을 가중시켜 간다면 개혁의 전망은 훨씬 밝아질 것이다.
셋째로 제도권 안의 개혁세력을 적극 활용하는 능력과 방법도 중요하다. 예컨대 정당과 사회운동의 차이를 고려할 때 야당이 타협적이라해서 이를 배척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것이다. 오히려 이들은 민주개혁을 위해 협력이 요구되는 중요한 파트너다. 우리 현실에서 보자면 야당만이 아니라 집권당안의 약한 고리,즉 대중적요구에 보다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을 수 없는 분파까지를 개혁진영으로 견인해들이는 효과적인 방법을 개발할 필요가 커지고 있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오늘날 5·16의 청산으로 이어지는 민주개혁의 돌파구를 여는데 성공할 것이냐 실패할 것이냐의 분기점에 서있다고 할 수 있다. 때문에 어느때 보다 폭넓은 연대와 협력,실천의 지혜가 요구된다. 특히 대중과 함께 가기 위한 자기절제와 윤리성이 요구된다. 이런 자세로 우리는 5·16을 넘어 5·18에로,6·10으로 미래를 응시하며 감수성의 날개를 펴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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