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병사등 연 7천여명 숨져/유가족들 “진상규명” 모임결성냉전종식과 동구변혁으로 사기가 극도로 떨어지고 있는 소련군 내부에서 자살이나 병사 등 전투와는 무관한 사망자가 급증하고 있어 가혹행위 여부를 둘러싸고 숱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군당국은 사인을 자살 질병 사고 등 개개인의 문제차원으로 돌리고 있으나 유족들은 그들의 자제들이 피살됐다고 주장하면서 당국이 군내부의 비밀 노출을 우려해 사실을 조작 또는 은폐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현재 소련군의 총병력은 4백50만명으로 최근 수년간 연 7천명 이상이 비전투 상황에서 숨지고 있는데 이같은 사망률은 미군보다 무려 50%나 높은 편이다.
미공개된 한 통계에 따르면 비전투사망자는 자살 18%,병사 21%,안전사고사 17%,교통사 15%,폭력사 5.5%,총기사 9.5% 등으로 나타났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장교는 『이러한 극비자료에서 조차도 안전사고나 자살 등으로 위장된 다수의 피살사건이 있다』고 지적하고 『실제로는 통계보다 훨씬 많은 병사가 숨졌을 것』이라고 증언했다.
한편 지난해 가을 유가족의 어머니들은 「병사의 어머니」라는 모임을 결성해 정부에 진상을 규명하라는 압력을 가하기 시작했다. 미하일·고르바초프 대통령은 같은해 11월 특별고문위원회를 만들어 이들의 요구를 검토하라고 지시하기에 이르렀다.
이 특위는 유족,의회대표,법무관,변호사,의사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발족 즉시 유족들이 제시한 수천건의 의문사에 대한 재조사에 착수했다.
법의학 전문가들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난 88년 자신이 휴대한 총으로 자살한 것으로 보고된 이고르·구베르스키의 경우가 「은폐된 살인」의 가장 확실한 사례로 보인다.
재조사에 관여했던 전문가들은 숨진 구베르스키의 가슴부위 상처가 결코 군당국의 주장처럼 총탄에 의한 상처가 아니라 구타에 의한 상흔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더욱 놀라운 점은 가족들이 이 문제로 집을 비운사이 구베르스키가 숨지기전 집에 보냈던 편지들중 문제의 소지가 있는 10여장이 감쪽같이 사라진 사실이었다.
군당국이 조직적으로 사건을 왜곡하고 있다는 비난여론이 높아가는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상황이 최근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개혁움직임으로 그동안 누적됐던 군내부의 온갖 병폐와 비밀이 노출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믿고 있다.<조상욱기자>조상욱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