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기 결속·빈자의 보루역/지나친 영향력 반감도레흐·바웬사가 이끄는 자유노조와 함께 공산통치 종식투쟁을 전개했던 폴란드 가톨릭교회가 「상심한 자들의 보루」 「자유의 성역」 등으로 불리는데는 이의가 있을 수 없다.
지난 89년 자유노조 주도의 민선정부가 들어서면서 정권창출의 공로자인 가톨릭계는 오랜 투쟁을 끝내고 마침내 승자가 됐다. 그리고 1년후,3천8백만 폴란드인 가운데 97%가 신자인 가톨릭은 무소불위,어느면에서는 전지전능의 존재가 됐다.
주교와 신부들은 학교·공장은 물론 군대에서까지 미사를 집전했으며 신설된 군종감에는 장성계급이 주어졌다. 폴란드 최초의 자유헌법제정 2백주년이었던 5월3일 독실한 가톨릭신자인 바웬사 대통령은 의회의 기념행사에 불참하고 대신 성지인 야스나고라의 흑성모상을 찾았다.
이러한 상징적 제스처외에도 폴란드 가톨릭계는 이제 막 민주주의의 길에 들어서 분열하기 쉬운 이 나라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직접 행사하기도 한다.
지난해 8월 교계인사들의 로비를 받은 정부는 의회의 표결형태를 취하는 대신 정부령으로 교과목에 종교시간을 선택과목으로 설치토록 결정했다. 지난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교회가 어떠한 국가의 권력기관이나 군부·구공산노멘클라투라 보다도 강력했으며 심지어 자유노조보다도 강력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때문에 일부 폴란드인들은 폴란드가 장차 자국출신의 요한·바오로2세 교황의 직접통치를 받는 교회 국가로 전환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폴란드 주교단이 발표한 성명들은 이러한 우려를 증폭시킨다. 새로 제정되는 헌법에 정교분리구절의 삭제를 요청한 주교단은 「정부와 가톨릭교회간에 협력을 특별히 강조하는 문안」을 삽입할 것을 촉구했다.
가톨릭교회가 강력히 밀고있는 제안 가운데 하나는 낙태금지안이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정치가들조차 가톨릭교회의 영향력아래 놓여있다는 점이다. 지난 89년 총선시 교회는 자유노조측 후보를 일일이 심사했으며 직접 선거운동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렇게 선출된 정치인들은 또 올하반기 선거를 앞두고 교회를 자극하는 언동을 삼가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폴란드인들 사이에 정치적 문제에 사사건건 개입하는 교회에 대한 반감이 점증하는 증거도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폴란드에 과도기적 정치·경제적 불안이 지속되는한 교회는 여전히 「상심한 자들의 보루」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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