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갈데까지 가보자고 아우성이다. 들리는건 여전히 강경대응에 정권퇴진의 맞대결 소리뿐이요,잇단 분신과 극렬시위속에 날이 지샌다. 이러고도 나라가 결딴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일까. 이 무슨 해괴한 자기파괴요,국력낭비인지 모를 일이다.우리사회가 지향하는 곳은 과연 어디인가. 정치권의 지겨운 「18번」인 민주주의가 그 전부인가. 민주주의만 하면 모든게 절로 굴러떨어지기에 오직 그걸 위해서는 공멸의 싸움마저도 불사할 수 있다는 야릇한 폭력논리는 과연 언제쯤 사라질 것인가. 인간다운 삶과 창조적 국가발전이라는 진짜 목표대신 절차와 명분에만 어설프게 매달려있는 오늘의 우리사회란 마치 목적지를 읽은 난파선과 무엇이 다를까 생각되는 것이다.
「공안통치」문제만 해도 그렇다. 대통령과 총리가 누누이 법과 질서를 지키려는 의당한 노릇으로만 강조하고 있는데서 엄청난 번지수의 차이를 국민들은 지금 짓씹고 있는 것이다. 사실 공안을 위한 공안쯤이야 독재·전제 국가일수록 식은죽 먹기가 아닌가. 지금 진정 문제가 되고있는 것이 「무엇을 위한 법과 질서인가」일진대,그 무엇에 대한 분명한 비전이나 가시적이고 성의있는 노력은 흐릿한데 공안목소리만 높으니 그게 바로 공안통치가 아니고 무엇인가 하는 볼멘소리가 끊일새없는 것이다.
어찌보면 목표를 수단으로 호도하려는데서 온갖 사단이 생겨나는 오늘의 우리사회이다. 과격이 과격을 부르고,또다른 과격이 분신과 같은 극단마저 불사케해 무한정 정면대결과 자기파괴로 줄달음치는 폭력사회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법과 질서를 외치는 당국의 경직된 자세에서 무능과 목표상실을 감지하고,날마다 표변하는 박쥐 야권에 그만 실망하고,대결을 위한 대결에 젊음마저 불사르는 조급한 과격운동권의 인간성 상실에서 절망감을 느낄때 국민들이 설땅은 과연 어디일 것인가.
그렇지 않아도 지금 온세계가 우리나라 사태를 보고 야단이다. 중진국의 톱을 달려온 나라가 『왜 때아닌 「열병」이냐』는 것이다. 그들이 보기에는 조금만 따져봐도 이치가 분명한걸 놓고 이처럼 나라전체가 호된값을 치르고 있는게 도무지 열병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고 있음을 생각하면 우리로서는 부끄럽기 그지없다.
며칠전 걸프전의 개선장군 슈와츠코프가 16차례나 갈채를 받으며 행했다는 의회연설 구절이 생각난다. 그는 『우리들은 사막에서 싸우며 피를 흘렸다. 그러나 그 피는 따로 흐른게 아니라 도도히 함께 흐른 것이었다』고 말했던 것이다.
다국적군이었기에 피부색깔과 국적은 다를지언정 뜻과 목표는 확고했다는 개선보고인데,지휘관의 빼놓을 수 없는 자질에 관해 우리를 생각에 잠기게 만든다. 학생들의 돌과 화염병을 맞아 전경들이 흘린피,그리고 투신·분신마저 불사한 과격한 젊은이들이 흘린피가 두루 우리사회의 소중한 자산일진대,왜 우리 젊은이들의 피는 결집되지 못한채 따로 흐를수밖에 없었던 것일까. 명장 슈와츠코프의 막하에는 「기동전술을 익힌 신세대 장교들도 포진해 있었다고 한다. 기동전술이란 종래의 대량살상 전쟁형태인 정면대결을 피하고 속도·유연성·기습 및 초기단계에서부터의 기선 확보로 최소한의 희생으로 승리를 이끌려는 최신전술을 일컬음이다. 이처럼 명장의 뚜렷한 목표결집능력에 유능하고 탄력성 있는 참모들의 새전술이 보태어져 53만 병력 동원에 1백24명 전사의 엄청난 승리신화가 창조될 수 있었을 것이다.
우리의 문제도 이젠 가닥이 잡혀야할때가 되었다. 이웃 일본에서는 지난 70년대에 과격폭력운동권 집단은 이미 그 뿌리를 송두리째 잃었고,세계첨단의 경제·기술 강국으로 발전을 거듭하면서 요즘은 과노사문제가 큰사회문제로 등장해 있는 형편이다. 너무 일을 열심히 해 과로로 죽는 근로자수가 매년 1만명에 이르러 문제거리라니 우리사회보다는 너무 앞질러 달려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우리국가 지도자와 사회지도층의 책임은 정말 막중하다. 나라와 사회를 뚜렷한 목표로 결집시키는데 무엇보다 앞서야할 가장 초미의 과제이다. 솔선수범과 자기 희생없이,낡은 사고의 참모들 머리에나 계속 매달려서는 결코 그게 될성싶지가 않다.
왜 나라에 주인이 없다는 소리가 들리는지 이제라도 깨달을 시점이다. 나라힘을 결집시키기는 커녕 자기파괴의 어지러운 현실을 보면서도 여전히 「공안」을 고집하고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해서는 결코 나라의 열병은 치유될수가 없을 것이다.
우리도 강성의 인물은 신세대의 민주적 참모로 바뀌어야 한다. 낡은 돌격전술과 대량파괴의 정면돌파 전략이 더이상 통하지 않게된 마당인데 그런 인물들만 포진해서는 민심도 못잡고 폭력대결의 고리를 끊을수도 없을뿐 아니라 국제경쟁에서도 살아남지 못한다.
물가는 오르고 경기는 떨어지고 수출은 둔화되면서 민심이 나날이 흉흉해 지고 있다. 누적된 이 사회의 자기파괴 후유증이 결코 심상치 않다. 더이상 폭력으로 내닫는 아까운 힘들을 버려둬서는 안되겠다. 나라가 결딴나기전에 수습해야한다. 그래서 우리 젊은 이들의 대열도 민주와 창조의 역사적 대해로 함께 흘러야만 하는 것이다.<논설위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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