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돌이 약장수」형 사기… 주민에 바가지/법저촉안돼 발만 “동동”통일이후 악덕 서독상인들의 사기상술에 동독주민들이 피해를 입는 사례가 많아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 7일 통일후 처음 개최된 베를린시 소비자 보호위원회에서 공개된 피해고발 사례에 의하면 갖가지 유형의 유치한 사기상술에 「순진한」 동독 주민들이 피해를 입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중 동베를린 등지에서 가장 성행하고 있는 유형은 이른바 「떠돌이 약장수」형 사기다.
최근 동베를린 마르잔 지역의 한 식당에서 주로 노인층인 주민 80여명이 초대돼 공짜 음식을 대접받으며 「건강침대」 선전에 귀를 기울였다. 잘 차려입은 젊은 서독상인은 그럴듯한 의학용어까지 동원해 류머티즘·신경통 예방 및 치료에 탁월한 효과가 입증됐다는 매트리스를 소개했다.
서독제 상품·서독의학에 쉽게 매료되는 동독 노인들은 대부분 이 서독상인의 설명을 그대로 믿었다.
문제는 이 「건강 매트리스」 한장 가격이 무려 1천6백마르크(약 72만원)라는 것이다. 선뜻 나서는 사람이 없자 서독 상인은 『오늘은 제한된 숫자를 특별 선전 가격으로 판매한다』는 설명과 함께 「9백마르크」로 값을 낮췄다. 『일반 상점에서는 팔지도 않는다』는 보충설명에 솔깃해진 노인들중 10여명이 주머니를 열었다. 서독 상인은 덤으로 복권추첨까지 해서 값비싼 보석 목걸이까지 경품으로 안겼다.
그러나 이 「천연건강매트」는 가장 값싼 합성제품으로 만든 저질매트였고 경품 목걸이도 싸구려 모조제품이었다. 베를린 경찰 당국에 의하면 올들어 동베를린에서 적발된 이런 「약장수」형 사기만도 25건에 이른다.
「떠놀이 약장수」 형과 함께 가정방문 판매 사기도 활개를 치고있다. 원래 잡지나 서적 등을 주로 파는 가정방문 상인들은 동독주민들이 통일후 손에 쥔 서독 마르크화로 낡은 주택수리에 열심인 것을 이용,창문틀 난방기재 등 각종 직접 조립 건자재들을 「특별할인판매」한다. 그런데 이 물품들은 대부분 싸구려인데다 가격 또한 바가지인것은 물론이다.
이들 가정방문 판매상인들의 속임수 중에는 은제수저 세트를 불과 몇십마르크로 가격을 불러 후불조건으로 사도록 해놓고 수백마르크짜리 청구서를 보내는 유형도 있었다. 싼값에 혹한 동독 주민은 상인이 부른 가격이 전체 세트가격인 것으로 지레믿었지만 청구서에는 포크한개 값으로 계산돼 있는 식이다.
뒤늦게 속임수였음을 깨달은 동독 주민들은 경찰이나 소비자보호센터 등에 피해구제를 진정해오지만 이런 속임수 모두가 불법으로 판정되지는 않는다는데 문제가 있다. 어리숙한 동독 주민들보다는 서독 상인들이 각종 규제법률에 훨씬 정통하고 따라서 교묘한 속임수를 쓰기 때문이다.
구서독지역에서도 이런 유형의 사기판매 행각은 간혹 있다. 그러나 현재 동독지역에서 성행하고 있는 사기상술은 『서독의 50년대 상황과 유사하다』고 표현될 정도로 유치한 것이다. 서독 주민들이 이같은 속임수에 넘어간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지만 「자본주의 상술」에 무지한 동독인들은 쉽게 말려들고 있는 것이다.
이때문에 베를린 소비자보호센터에서는 「자본주의식 상행위」에 관한 설명과 거래시의 각종 주의상항을 담은 안내 팸플릿을 대량으로 만들어 동베를린 주민들에게 나눠주는 등 피해방지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보호전문가들과 언론은 『동독인들의 「순진함」을 악용하는 사기상술은 후안무치』라고 개탄하고 있다. 그리고 이같은 자본주의 사회의 어두운 측면이 동독인들에게 통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심어주지나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베를린=강병태특파원>베를린=강병태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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