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교 선생님들만은 「어수선한 시국에 휘말리지 말았으면」했던 실낱같은 바람이 무산돼버린것 같다. 강경대군 치사사건이 기폭제가된 난국의 회오리바람은 이미 2세 교육의 현장인 초·중·고교의 교무실에까지 번지기 시작했다. 교육부의 집계를 보면 지난 8일 경북과 대구지역 초·중·고교의 일부교사들이 「시국선언」을 발표한 것을 시작으로 11일 현재까지 서울·경기·경남·전남·충북의 「시국선언」 서명교사가 자그마치 2천여명을 훨씬 넘었다고 한다. 또한 초·중·고교의 극히 제한된 교사들은 전교조가 추진하는 교육자치쟁취를 위한 교사전진대회에도 참가하는 등 집단행동화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여 자칫 잘못하면 교육현장에서 「제2의 전교조 파동」까지 우려되고 있다는 것이다.아직은 극히 일부라 할수 있는 초·중등 교사들의 이러한 움직임에 대하여 비상한 관심과 우려를 갖지 않을 수 없는 것은 그들의 책무가 바로 「2세 교육」이란 중차대함 때문인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일선의 선생님들에게 먼저 가르치고 있는 어린 제자들을 생각해서 「좀더 자중자애하라」는 당부를 간곡히 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우리의 이같은 부탁의 말은 시국선언이나 집단행동이 실정법에 저촉되는 위법행위 차원에서만 꼭 그런것은 아니다. 감수성이 강하고 사리를 사리를 판별할 지적능력보다는 선생님들의 말과 행동이 절대적인 10대 어린제자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해 보면 안그럴수가 없는 것이다.
새삼스럽게 지적하지 않더라도 초·중등 선생님들은 교직자로서의 위치와 입장이 대학교수들과는 판이하다는 것을 잘 알줄 믿는다. 대학생들이야 대부분이 선거권을 가진 20대 성인들이다. 곧 사회에 나갈 준사회인들이며 자기판단에 따라 행동할수 있는 지성인들이다. 때문에 교수들이 시국선언을 하거나 시위에 참가하거나,심지어는 정치활동을 한다해도 대학생들에게 미치는 교육적 영향은 그렇게 크고 심각한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할수 있다. 그러나 초·중등교사들이 행여 「교사이기전에 시민의 한사람으로서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누릴수 있다」는 기본권 개념을 앞세우고 교수나 일반직업인들처럼 행동한다면 그 제자들이 받는 영향은 너무나 엄청나다고 아니할수 없다.
89년 5월의 전교조 결성파동이후 선생님들 자신과 교육현장이 당했던 고통과 피해의 실상은 지금도 해직교사 1천4백65명이란 상처로 여전히 남아있다. 그 아픈 상처위에 또다른 고통을 가하는 일은 선생님들 스스로는 물론이고 사회전체·정부당국 누구도 해서는 안된다.
교육부도 시국선언 서명교사들의 신원을 파악해 징계로 맞서려는 강경대응책에만 연연하지말고 일선교사들의 불만의 근원을 찾아내 최소화하는데 더욱 노력을 기울여 어려운 때를 슬기롭게 넘겨 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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