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각사퇴 문제로 냉각이 예상되던 정국이 급기야 민자당에 의한 개혁입법의 단독처리로 말미암아 경색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말이좋아 변칙 통과지,시중잡배들의 모임에서도 보기힘든 날치기식 국회운영으로 여당은 무엇을 얻자는 것인지 우리로선 헤아리기 힘들다. 아무리 개혁입법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상식 이하의 국회운영과 저질의 정치작태를 연출해도 좋다는 이유는 될 수 없다. 3년가까이를 끌어오던 법안들인데다가 여야간의 쟁점이 뚜렷해서 타협의 여지가 아직 남아있던터에 여당은 왜 변칙강행쪽으로 방향을 굳혔는지 모를 일이다.원칙론적으로만 따지자면 타결의 전망이 서지않는 안건을 다수결에 의해 결정하는 것이 당연하고,소수당이 물리적으로 다수당의 의결행위를 막고나서니 어쩔 수 없이 변칙통과라도 강행할수 밖에 없었다고 강변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과거의 역사를 볼때 날치기 통과는 다수당이 옳지못하고 법에 어긋나는 안건을 억지 통과시킬때나 이용하던 수법이었다. 날치기라는 비정상의 악순환이 언필칭 민주화를 지향하고 있다는 6공에 와서까지 그대로 답습되다니 정말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지금 시기가 어떤 시기인가. 누가 보더라도 국민간에 불안과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어려운 고비임이 분명하다. 이같은 분위기가 오래 지속되면 지속될수록 지금까지 명분이 뚜렷치못했던 시위행위에 뚜렷한 명분을 부여하게 되고 어수선한 분위기가 생활의 짜증을 가중시키면서 일반국민의 정부에 대한 원성을 더 높여준다고 보아야 한다.
질서확립을 마다할 국민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국민이 열망하는 조속한 민주화 작업은 지지부진 상태로 제쳐둔채 이에 항의하는 행위의 과격성만을 탓하고,질서유지의 원칙론을 휘두른다면 그 원칙론의 옳고 그름에 앞서 강성이미지부터가 먼저 부각될 것이다. 힘을 바탕한 강성기조를 앞세워 모든 문제를 풀어나가려고 시도할 경우 많은 부작용과 파행정치가 필연적으로 따를수 밖에 없음을 우리는 지난 헌정사에서 보고있다.
이같은 어려운 시기에 스스럼없이 날치기를 강행할 수 있는 정부·여당의 시국인식은 자짓 5공시절로의 회귀로 오해받기 쉬우며,사실상 많은 국민들에게 지난달의 악몽을 상기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마저 없지않다. 정부·여당은 현시국을 인식하는 시각부터 다시한번 신중히 재검토해야 하겠다. 또 야권은 여당의 오류를 꼬투리삼아 정치를 장외로 몰고갈 생각을 버려야한다. 정치의 장외유도는 사회의 불안을 고조시키고 필연적으로 여야할것없는 정치불신으로 이어질 수 밖에없다. 정국경색,사회혼란의 가속화 이외의 딴효과를 얻기힘든 장외투쟁이라면 이 또한 당리 당략에 의한것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줄로 안다. 정부·여당의 폭주와 야권의 감정적 강경대응을 다함께 용납하지 않을만큼 국민의 의식이 깨있음을 여야 모두가 명심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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