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의 법안날치기 통과와 이에 항의하는 야당의 농성이 또다시 되풀이되는 국회를 언급하는 일은 그 국회만큼이나 구태의연할 지경이다. 구태와 구습과 구악을 벗어나지 못하는 국회는 그래서 더 서글프다.더군다나 이번 국회의 파행적 폐회는 강경대군 치사사건의 돌풍에 휘말린 정치권이 스스로의 한계를 드러낸 상징으로 간주된다는 점에서 보는 이의 마음을 매우 무겁게하고 있다. 여당의 날치기사는 꽤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공교롭게도 이번에 개정된 국가보안법은 지난 58년 제정때도 「보안법 파동」 등으로 불리던 파행의 역사를 갖고 있어 한층 씁쓸하다.
민자당으로서는 이번의 변칙처리가 개악이 아닌 개선이며 민주화를 위한 중요한 제도적 개혁조치임을 내세워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합리화하고 있다. 물론 이번 날치기가 국회 제3별관에서 통과된 삼선개헌과 같은 악법의 강행처리에 단순비교할 일은 아니다. 또 지난해 7월 방송법과 국군조직법을 날치기 처리했을때에 비해 떳떳한 듯한 민자당의 표정이기도하다.
그러나 어느 경우든 집권당의 「힘의 과시」라는 오만함이 배경을 이루고 있는것은 예외없는 공통점이랄 수 있다. 특히 역대집권당과 달리 민자당은 사상최대 의석수를 갖고 있으면서도 도덕적 결함으로 인한 무력증에 시달려 왔다. 그러나 그같은 「자조」는 오히려 힘을 써야한다는 자가발전을 강화해온데 불과했다는게 이번 날치기에서 드러났다.
게다가 민자당이 날치기를 계기로 여야의 극한 대치상황을 정면돌파해 가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는 점에서 민자당이 주장하는 「불가피한 개혁조치」라는 논리는 개혁정신의 순수성을 크게 퇴색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여기서 떡먹듯이 해치우는 여당의 날치기는 야당의 대안없는 극한반대라는 원인제공이 반드시 수반되게 마련이고 보면,때마다 의사당에 이 부자리를 깔고 드러눕는 야당의 항의방식도 강경대처의 「원시정국」을 우려케 하기에 모자람이 없다.
결국 「5·10 날치기」는 무선마이크가 등장하는 「첨단방식」의 기술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는 모습을 남겼고,『그러니 정치가 이꼴』이라는 불신을 덜어주지 못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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