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은 무섭다. 또 복잡하기도 하다.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가장 보편적이고 절대적인 현실인데도 그렇다. 죽음 그 자체도 그렇지만 사선에 이르는 공포감도 마찬가지이다. 지금까지 죽음에 들었다가 되돌아온 사람이 없기때문에 그 공포감은 생각할수록 폭이 커진다.스위스태생으로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정신과 의사인 엘리자베트·큐브라·로스 박사는 인간이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①거절 ②분노 ③협상 ④체념(울분을 억누름) ⑤용인 등 다섯단계로 나눈다.
인간은 누구나 죽음을 피할수 없는 입장에 다다르면 우선 죽고싶지 않다는 생각을 한다. 심리적으로 패닉상태가 된다. 절망감에 빠져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는다.
절망감에 몸부림 치다가 끝내는 『왜 내가 죽어야만 하는가』하고 분노를 터뜨린다. 신을 원망도 한다. 그러다가는 신에게 매달려 보기도 한다. 결국 아무 소용도 없음을 알고 체념을 한다. 울분을 억누른다. 점차 죽음을 받아들이는 자세로 변해 침착함을 되찾는다.
뒷정리를 시작하고 남아 있는 짧은 동안이나마 양심적이고 뜻있게 살려는 다짐을 한다는 설명이다. 그래서 죽음에 임박한 사람의 말은 진실하다고 한다.
명지대의 강경대군 치사사건후 5명의 대학생 등이 분신자살을 기도,3명이 죽고 2명이 중태에 빠졌으며 한진중공업 노조위원장 박창수씨가 투신자살을 했다.
하나같이 앞길이 창창한 젊은이들의 죽음이라는 점에서 남다른 안타까움과 함께 그들이 죽은 까닭과 죽음자체를 되씹게 한다.
어떻게 그들은 「죽음 공포」란 강을 그렇게도 단숨에 넘어갔는지 놀라움을 감추기 어렵다. 사회에 대한 울분이 로스박사가 분류한 죽음에 이르는 다섯단계를 생략하게 했는지,아니면 그들도 수많은 고민을 거듭해 이보다도 훨씬 많은 단계를 거쳐갔는지 답답함이 그들의 죽음을 뒤쫓는다.
그들의 죽음은 충분히 피할 수도 있었다는 점에서 로스박사의 분류도 이들에게는 적용될 수 없다는 생각도 해본다. 민주개혁의 지연으로 보람되게 살아나갈수 있는 장소가 사라졌다는 꿈을 잃은 절망감,즉 내부붕괴가 죽고싶다는 일념으로 그들을 달리게 했는지도 모른다.
강경대군의 폭행치사와 젊은이들의 연이은 죽음이 야기한 어수선함과 직접적인 관계는 없지만 뜻있는 인사들이 생명의 소중함을 알고 죽음을 다시 생각하자는 뜻에서 「삶과 죽음을 생각하는 회」를 창립,6월13일 창립강연회를 갖는다고 한다. 창립회원은 회장인 김옥라씨(한국자원봉사 능력개발연구회장)를 비롯 공덕귀(고 윤보선대통령 영부인) 박대선(전 연세대 총장) 이태영씨(한국가정법률상담소장) 등 14명이다.
이들은 창립취지문에서 『인간의 삶과 죽음의 의미를 사색하고,탐구하고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에게 뿐만 아니라 보다많은 사람들에게 죽음에 대한 준비교육을 실시하여 죽음기피,공포심을 불식하고,안정되고 풍요로운 삶을 모색하는데 이바지하려 한다』는 창립목적을 밝히고 있다. 앞으로 ▲죽음의 단계를 이해하고 ▲자살을 방지하며 ▲사후생명의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탐구하는 등 죽음의 준비교육을 위한 15가지 목표를 설정,이를 위한 각가지 활동을 펴겠다는 다짐을 하고있다.
국민학교 학생까지 여러형태의 죽음의 준비교육을 통해 생명의 소중함을 알린다는 구미에 비하면 우리는 뒤떨어져 있다. 우리는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조차 기피해 왔다. 이 회의 창립과 젊은이들의 연이은 죽음앞에 생명의 소중함과 죽음에 대한 우리의 인식과 관심이 새로워지고 꿈을 펼수 있는 사회가 돼 젊은이들의 안타까운 죽음이 사라졌으면 한다.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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