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투자 갈망하는 금강산 절경/안내원들 “정주영씨는 후라이꾼” 투덜/12층호텔 허름… 기암절벽엔 사상구호/쓰레기없어 경관 깨끗우리가 금강산에 가까운 통천읍을 지날때 차중에서 한 안내원이 말했다.
『평양에서는 정주영씨를 보고 후라이꾼이라고들 합니다』
나는 이말을 듣는순간 몇가지를 한꺼번에 연상하였다.
첫째 돈 많은 정씨는 북한에서도 꽤 유명한가 보다라는 생각이었고,다음으로는 이 말의 뜻은 정씨를 욕하는 말이라기 보다는 지금 북한이 얼마나 외부의 투자를 갈망하고 있는가라는 뜻이 내포되어있다고 생각했다.
연초에 왔던 정씨가 다음해 봄까지 다시 온다더니 몇해가 지나도록 깜깜무소식이라며 이 안내원은 투덜거리고 있었다.
아닌게 아니라 금강산 초입 온정리에 있는 「금강산려관」에 들어서는 순간 우리는 왜 북한이 정주영씨를 기다리고 있는지 금방 알 수 있었다.
객실이 1백50개쯤 된다는 12층짜리 이 호텔은 말이 호텔이지 서울의 장급 여관에도 미치지못했다.
썰렁한 홀,어설픈 카펫,뚜껑이 제대로 서지 않는 변기통,잘 잠가지지 않는 자물쇠 등등… 이래가지고서야 돈 싸짊어지고 유람올 외국관광객이 과연 몇이나 되겠나 의심스러웠다.
평양에는 1천명 가까운 외국의 IPU 대표들이 와있어 관광행차가 요란할 것 같은데 금강산에서 제일이라는 이 여관에 투숙한 것은 우리 일행말고는 별로 없는것 같았다.
5월2일 하오3시께 평양을 떠나서 금강산여관에 돌때까지 꼭 다섯시간 반이 걸렸다.
평양에서 원산시까지의 2백㎞는 시멘트포장에 아스팔트 땜질을 한 4차선 고속도로였고,원산에서 통천과 고성읍을 거쳐 금강산 초입까지의 1백9㎞는 2차선 아스팔트 길이었다.
도중 우리는 전망좋은 마신령 고개와 황구렁이술로 유명한 신덕휴게소에서 휴식을 취했을뿐 벤츠 230으로 시속 90㎞의 돌격운전을 했어도 이만한 시간이 걸렸다.
우리의 차량안내는 제법 화려했다. 맨앞에 경보등과 사이렌을 장치한 교통안전차(교통경찰차),그리고 벤츠승용차가 5대,중형버스 그리고 의사와 간호원이 탄 구급차 등….
북한당국이 우리의 여행에 얼마나 신경을 쓰고 있는가의 표시였다.
금강산까지의 3백㎞ 도중 우리가 마주친 자동차는 화물차,승용차,갱생지프,그리고 몇대의 지방버스를 합쳐 모두 1백대 미만이다.
물동도,인동도 별로 없는 그런 사회였다. 우리를 태운 승용차가 중앙분리선을 넘어 반대길을 마구 달려도 조금치도 위험하지 않는 한가로운 고속도로였다.
원산에서 고성까지의 푸른 동해 해안선엔 우리 동해안과 같이 『대간접용』이라고 하는 철조망과 전압선,그리고 모래발자국 밭이 연이어 있어 우리를 씁쓸하게 했다.
그러나 역시 유구히 변치않는 것은 하늘이 준 수려한 자연과 금강산의 기암절벽이다.
온정리에서 12㎞ 올라간 구룡폭포,15㎞ 떨어진 만물상… 그리고 또 금강을 거느린 비로봉의 우뚝한 모습들….
금강산을 처음 올라보는지라 옛것과 비교할 길은 없었지만 신선이 내려앉은 물과 산이라함이 조금도 억지일수가 없었다. 참좋았다. 구룡폭포 맑은 구슬물에 패인 13m 수심의 구룡연은 이떤 신비를 간직한채 천만년을 살아 숨쉴까.
옛날 어느 임금님이 하루 쉬어가려다 너무나 경치가 좋아 3일을 묵었다는 3일 연,뜨겁고 진한 온정리의 온천 물무엇하나 자랑스럽지 않은 것이없는 우리의 자랑,금강의 보배들이었다.
여기에다 정말 우리의 자본 및 기술과 경험을 쏟아부어 남북이 협력해서 금강관광특구라도 세우면 얼마나 좋을까.
그때가 되면 그 아름다운 바위마다에 새겨놓은 정치 슬로건도 다 지워버렸으면 좋겠다.
「주체사상만세」 「김일성 동지만세」 「우리나라 사회주의 만세」 과연 이런것들이 금강산바위에 왜 보기흉하게 새겨져 있어야 하는것일까.
붉은 글씨 페인트가 흘러 내려 보기흉한 빗자국을 남기고 있다.
이것들을 빼고는 금강산은 참잘 가꾸어져 있었다. 산에 쓰레기통,휴지통이 없는 것은 아무데나 버릴 수 있어서가 아니라 아무도 버리지 않기 때문인듯 싶었다.
나도 필름통이나 쓰다남은 건전지 등을 모두 주머니에 담아 왔을만큼 사방이 깨끗하고 잘 정돈되어 있었다.
설악과 마주본 우리의 금강하루속히 하나되어 이 좋은 경색만방에 떨치고저.
우리는 모두 74m 하늘에서 쏟아지는 요란한 구룡폭포 소리에 질세라 목청이 떠나갈만큼 통일의 노래를 불러 제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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