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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단장­./김창열칼럼(토요세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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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단장­./김창열칼럼(토요세평)

입력
1991.05.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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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수 IPU 방북단장께­.요 며칠,평양 IPU총회를 다녀온 우리 대표단 일행의 귀환보고를 관심깊게 읽고 있습니다. 신문마다 실리는 그 분량이 만만치를 않아서,조·석간 여러신문을 챙겨 읽느라,제법 시간을 뺏기기까지 합니다.

물론 이번 같은 북한 리포트가 우리 신문에 처음 실리는 것은 아닙니다. 그사이 간간이 이어져 온 남북 왕래때마다 수행기자들의 방북기가 실렸고,나 자신 그런 글을 써본 경험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저쪽이 「조직」한 일정에 따른 제약과 단체행동이 불가피한,단 며칠의 「주차간산」으로는,북한의 실상을 제대로 알길이 없고,남다른 글을 쓰기도 대단히 어려운 줄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박단장을 비롯한 이번 대표단의 방북기는 샅샅이 읽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이신문 저신문에 실린 글을 비교해 보게도 됩니다. 왜 그렇겠습니까.

그까닭은 무엇보다도 이번 대표단의 성격과 비중에 있습니다. 분단사상 처음으로 평양을 방문하는 국회의 공식 대표단이라,그 구성이 정계의 원로를 비롯해 여야의 뉴리더를 자부할 만한 중진급으로 이루어졌음은 물론,그들이 정치학자와 신문기자,재야 출신 등 다양한 소양과 경력을 지녔다는 사실을 주목하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그들의 안목과 견식을 높이 평가하고 제가끔의 입지와 사각을 반영할 것으로 기대한 것입니다.

이런 평가와 기대의 결과가 어떠했다는 것은,방북기가 지금도 연재되고 있는 시점에서 단정해 말할수는 없겠습니다만,분명한 것은 역시 앞에 말한 취재기자들의 고충이 이번 대표단 귀환보고에서도 역력하다는 것과,그러면서도 집필자에 따른 뉘앙스가 분명히 감지 되더라는 것뿐입니다.

그러나 기금까지 발표된 대표단의 방북기만으로도 중요한 결론을 요약해낼 수가 있다고 나는 생각합니다. 한마디로 하면 이번 IPU 총회 등을 계기로 북한에 어떤 변화조짐이 있을 것이라던 관측이나 예상이 부질없는 것이었다는 점입니다. 귀한보고 필자들의 공통된 관찰결과는,적어도 김일성이 살아있는동안­여러 필자에 의하면 앞으로 5∼6년은­북한체제에 변화가 없으리란 것 같습니다. 또 북한은 김일성을 「신」으로 모신 신성국가라는 것,북한사람들이 살아가는 기본수요만큼은 풍요하지는 못하나마 그런대로 충족이 되고 있으며,그래서 그 「신정체제」의 유지가 가능하다는 관찰인듯 합니다. 뭉뚱그려 말해서,북한은 흡수통합을 당해 소멸된 동독일수도 없고,유혈속에 무너진 루마니아일수도 없다는 얘기가 되겠습니다.

이와 같은 관찰결과 역시 새로운 것이 아닙니다. 북한을 밟아 보지 않은 외국의 관측자들도 흔히 말해 오던 대로입니다. 그러나 우리 국회의 공식대표단이,그것도 우리 정계의 무게중심을 좌우할만한 국회의원들이 현지를 보고 판단한 결론이 그러하다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우리 정계중진들의 안목과 견식에서 이끌어진 결론이 그러하다면,북한이 저러하니,우리는 이러해야겠다는 그들의 「일가견」이 마땅히 있을 것이라 여기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기되는 물음은 이런 것들 입니다. 평양을 보고나서,최루탄이 매캐한 서울 거리를 본 소회는 어떤 것입니까. 단장이 이끌었던 국회 대표단은 물론,코리아팀의 세계탁구 제패,청소년 축구팀의 남북왕래가 지닌 역사적 의미마저 음미할 겨를이 없는 지금 우리의 황망한 처지와,치사사건으로 치사지경에 이른 우리 정치의 꼴은 또 어떻습니까. 우리 정계중진이 본 평양 모습에 견주어서 이래가지고도 우리가 체제우위를 말하고,통일의 형님 이론을 펼 수가 있는 것입니까. 평양 모습이 그러하다면,북한은 스스로 변모할 능력도 의사도 없으면서,오히려 우리의 체제 변질을 기대하고 있으며,우리가 여기에 말려들고 있는 것은 아닙니까.

이런 물음들은 이번 대표단 방북기를 비평하자고 해서 제기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국회의원으로서 모처럼의 나들이를 했으면,유권자인 국민들에게 있는 그대로를 보고해야 하고,그 보고는 정견보다는 관객에 치중해야 마땅한 것입니다. 그러나 정계중진으로서의 더큰 임무는,국민들이 북한을 간접체험하게 하는것 이상으로,그 체험을 우리 현실정치에 입력하는 데 있을 줄로 압니다. 이점이 취재기자와 다른 정치인의 남다른 소임이 아니겠습니까. 이 소임을 다 함으로써 우리 정치가 서울과 지방의 표밭만이 아니라,평양까지를 한 시야에 담을만한 복안을 갖출 수 있게 해야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야만 전환기에 선 우리정치의 현명한 전환이 가능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런 생각으로 요즘의 방북기를 읽으며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여러 필자가 언급한 『김일성이 살아 있는 한…』이란 표현입니다. 그 말뜻을 그대로 받아 들일 때,그가 살아 있는 동안의 남북대화,그를 상대로 하는 정상회담 요구는 어떤 의미와 전망을 지니는 것이겠습니까. 이에 대한 판단과 입력은 아무래도 대표단중 단장을 비롯한 여당의원의 몫이 될것입니다.

또 여야중진이 일치해서 그려보인 평양 모습이 사실이라면,정치권 전체로서 다음과 같은 단적인 물음에도 어느 정도 합의점을 찾을 수가 있어야 하지않을까 합니다. 그 물음은,지금 형국에서,우리는 어느 수준까지 보안법적 면역능력을 낮출수가 있는가­입니다. 이에대한 대표단으로 부터의 방북체험 입력이,정국경색의 가장 큰 걸림돌 제거에 도움되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물론 국회대표단의 한번 남북왕래로서,그런 입력과 그에 따른 산출이 있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방북기 여러필자가 지적한,보다 폭넓은 남북교류의 필요를 공감합니다. 지금 공산권 해외연수가 필요한 것은 대학생만이 아닌 것 같습니다.<상임고문·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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