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각제 전조” “수습책 일환” 공방/국민눈길 험악 “고단위 대책을”개혁입법의 기습변칙 처리는 위기속에 표류중인 정국의 어려움을 한층더 가중시켜줄 것으로 보인다. 분신치사 정국의 와중에서 내각 총사퇴를 놓고 정면으로 대치했던 여야는 문제의 자체 해결능력이 없음을 스스로 입증시켰고 이를 바라보는 정치권밖의 시선은 갈수록 험악해져가고만 있다.
변칙처리를 강행한 여권은 『개악을 하자는게 아니라 개선을 하기위해 부득이 했다』는 논리속에 이번의 조치가 난국수습의 일환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야권은 내각 총사퇴를 요구해 놓았기 때문에 개혁입법이 설사 합의된다고 해도 난국수습 방안이 될수없으며 더더구나 날치기 처리는 있을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개혁입법의 처리를 둘러싼 여야의 대립에는 근본적인 시국관의 차이가 게재돼 있었던 것이다.
야권은 현재의 난국이 멀게는 3당 합당에서부터,가깝게는 노재봉내각 출범이후 진행된 공안통치에서 비롯되었다는 주장을 펴면서 내각 총사퇴를 요구해왔다.
이에반해 여권은 야당의 내각 총사퇴 요구가 분신치사 정국으로 야기된 사회의 불만분위기를 정략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정치공세에 비롯된 것이며 여기에는 단호한 정면대응이 불가피하다는 방침을 굳혀왔던 것이다.
이같은 분위기 속에서 강행된 개혁입법의 변칙처리는 가뜩이나 감정대립 양상까지를 띠어가던 여야의 정면대치를 가속화시킬 수밖에 없게 됐다.
특히 야당들은 날치기를 원천봉쇄한다는 방침아래 농성에 들어가는 등 단호한 태세를 천명했음에도 변칙처리가 강행되었다는 점에 흥분하고 있다.
더구나 지난해 7월의 날치기에 이은 사퇴정국을 3개월만에 정상화시킬때 날치기 재발방지를 다짐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이같은 사태가 벌어졌다는 점을 여권의 향후 정국운용 방침에 연계시키고 있다.
이번의 변칙처리는 여권이 공안통치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결국은 내각제 개헌을 강행하려 들것임을 예고해주고 있다는게 야권의 시각이다.
그러나 여권은 이번의 처리는 야당의 정략적 반대때문에 불가피한 것이었으며 약속대로 광역선거 이전에 개혁입법을 마무리짓기 위해서는 다른 선택이 없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이번은 야당이 반대의 명분을 지녔던 지난해 7월의 방송법과 국군조직법 등의 경우와는 전혀 사정이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향후의 정국전개에서 주요관건은 신민·민주당이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와 여권이 어떠한 시국수습 방안을 제시하느냐일 것이다.
신민당의 경우,이번 변칙처리를 계기로 지난해와 같은 일방적인 장외투쟁에 나설것 같지는 않다. 신민당은 이번 시국에서 장외투쟁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입장을 거듭 강조해왔고 김대중 총재는 『투표 등을 통한 합법적 방법으로 투쟁을 하라는게 국민의 요구』라고 되풀이 얘기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은 원내에서의 절대적 약세 등을 보완하기 위해 재야와 연대를 강화하는 정권퇴진운동에 관심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야권이 향후의 진로설정에서 계속 갈등을 겪을 수밖에 없는 주요한 이유중의 하나는 곧바로 지자제 광역의회 선거가 다가오고 있다는 점도 무시할수 없다.
여권의 수습방안 모색과 관련해 가장 주목을 끄는것은 11일의 노태우 대통령과 김영삼 민자당 대표와의 회동이다.
노대통령은 시국에 대한 의연한 대처를 당부하며 야당의 정치공세에는 단호히 대응한다는 입장을 견지할 것으로 전해졌으나 김대표의 복안은 이와는 상당히 거리가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김대표는 갈수록 악화조짐을 보이고 있는 민심수습을 위해서는 내각 총사퇴에 대한 신축적 대응이 불가피하며 구속자 석방과 수배자 해체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굳히고 있으며 11일의 회동에서 이를 건의할 것이라는 얘기다.
이같은 김대표의 입장이 어느정도 결실을 거둘지는 미지수이나 여권의 시국수습방안 모색에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줄 소지는 많다.
변칙처리 직전에 열린 민자당 의총에서 변칙강행 여부를 놓고 민정·공화계와 민주계 사이에 격론이 일었듯이 시국수습 방안을 놓고도 당내이견이 분출될 가능성도 있다.
이와함께 여권이 국면전환을 위해 광역의회선거를 앞당길 것이라는 강한 추측이 제기되고 있는 점도 주목해 봐야할 대목이다.
분명한 것은 이번의 변칙처리로 인해 정국의 위험수위가 높아졌다는 것이며 이의 수습을 위해서는 일상차원을 뛰어넘는 고단위 처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정치권이 극적 돌파구로 표현될수 있는 수습책 마련에 실패할 경우 그렇지 않아도 중병에 걸려있는 시국의 어려움은 더해갈 것으로밖에 볼수 없다.<이병규기자>이병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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