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당은 9일로 창당 1년을 맞았다. 지나간 1년간의 정치상황을 되돌아 보면 우울한 생각뿐이다. 3당이 하나로 합당될 당시만 해도 정치안정에 대한 희망과 기대가 있었다. 헌법개정까지도 하고 남을 3분의2 이상의 의석을 가진 사상초유의 거대한 여당이 탄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그 희망은 실망으로 바뀌어 갔다.상대적으로 왜소해진 야당은 극한 투쟁으로 자구의 몸부림을 치니 정국은 더욱 각박해져 갔다. 거대한 몸집의 여당은 야당의 강경투쟁에 속수무책이었다.
3분의2가 넘는 의석을 가졌으니 만사가 여당 마음먹은대로 척척 처리될줄 알았던 당초의 예상은 처음부터 빗나가기 시작했다. 대화니 협상이니 타협이니 하는 말들이 정치판에서 실종되다시피 돼버렸다. 그 결과 여당은 언제나 야당의 동의를 얻지 못한채 일방통행으로 나갈수 밖에 없었다. 이른바 파란과 파행의 연속이었다.
그러다 보니 제대로 되는게 하나도 없었다. 쟁점은 언제나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제자리에서 맴돌수 밖에 없었다. 보안법,안기부법,경찰법 등 개혁입법이 아직까지 타결되지 않고 있는 것만 보아도 알수있다.
개혁의지가 부족한데다 경직성마저 띠게 되니 거대한 여당은 동맥경화에 무력증의 징후군을 보이지 않을수 없게 된 것이다.
거기에 내분까지 겹쳐 정국은 더 시끄러워 졌다. 노태우대통령 다음주자의 선정문제를 두고 김영삼대표와 박철언의원간의 싸움이 노골화 되면서 정치판은 더욱 어지럽게 돌아갔다. 뒤늦긴 했지만 노대통령의 교통정리로 박의원이 뒷전으로 물러나 진정되긴 했지만 그 싸움은 민자당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내우외환에 시달려온 민자당의 1년이었다.
그래서 합당 당시 밀약했던 내각책임제 개헌은 제대로 말도 끄집어내지 못한채 속앓이만 계속해왔다. 야당의 반대도 반대지만 여당안에서도 자체적으로 의견을 조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나의 당으로 합쳤는 데도 내부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합당전이나 다름없는 상태의 파벌이 그대로 온존하고 있다.
1년의 세월이 지나는 동안 서로간에 서먹서먹한 분위기는 많이 사라졌지만 한집안 식구처럼 어울리는 융합단계에 까지 가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어쩌면 파벌은 영영 없어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파벌끼리 의견조정을 솜씨있게 하는 능력을 길러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언제나 집안싸움이나 하는 정당으로 국민에게 비칠 것이기 때문이다. 워낙 큰집이라 소리가 전혀 안날수야 없겠지만 집안 정치를 잘 꾸려가지 않으면 대야관계나 대국민관계에서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할 것이다.
창당 첫돌을 맞아 성대한 축하연은 고사하고 전국적인 대규모 군중집회에서 욕을 먹어야 했던 민자당의 모습은 곧 오늘날 우리정치의 현실이기도 하다.
민자당의 창당 첫돌 행사를 착잡한 심정으로 지켜보면서 두돌을 맞을 내년 이맘때에는 어떤 모습이 되어 있을까 궁금해진다. 지난 1년동안에는 정당이 배제된 기초의회의원 선거만 치렀지만 앞으로 1년간은 광역의회선거와 14대 총선을 치러야하고 또 대통령선거를 준비해야 하는 등 대대적인 정치행사가 많기 때문에 지금과는 전혀 다른모습이 되어 있을게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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