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과 돈의 밀월이 끝나고 있는가. 재계가 지금까지 여론의 지탄을 받아온 정치권력과의 유착관계를 청산하고 독립된 위상을 확립할수 있을 것인가. 우리는 건전하고 합리적인 경제발전과 분배의 균형을 위해서도 재계가 정치권력과 대등한 동반자로서 상호 견제와 균형의 건전한 관계를 확립하기를 바란다. 따라서 한국재계를 대표하는 유창순 전경련회장 등 경제5단체장들이 지난 6일 앞으로 정부,정치권과의 관계를 정상관계로 정립할 것을 공표한 것을 일단 환영한다.경제단체장들은 『정치권의 혼란과 대증요법적인 정책대응으로 경제계는 갈피를 못잡고 있어 경제난국이 심화될 것으로 예견』되며 『특히 6공의 레임 덕 현상까지 가시화하면 우리경제가 좌초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6공의 경제정책에 대한 불신을 강력히 표명했다. 재계가 정부의 정책에 대해 이처럼 노골적으로 불만과 회의를 드러낸 것은 아마도 이번이 처음인 것같다.
경제단체장들은 『이제부터라도 재계 저변의 여론을 수렴,정론를 제시하고 정부나 정치권에 대해 협조할 것은 협조하고 협조할수 없는 것은 불가하다는 것을 분명히 하겠다』고 사실상 정치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을 선언했다.
재계의 독자노선 천명은 원칙적으로 당연히 여론의 지지를 받을만하다. 어느 의미에서는 그 선언이 늦은 것이다.
불안한 것은 재계가 6공의 정책에 회의를 갖듯이 여론은 재계가 그들의 뜻을 관철시킬 수 있는 단결된 힘과 확고한 의지가 있는지에 대해 확신이 서지 않는다. 재계가 그들의 뜻을 관철하려면 여론의 지지와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재벌그룹들은 서로간의 공정한 게임에 익숙치 않다. 상호간의 과당경쟁과 더러운 게임에 익숙해 있다. 특히 재계의 판도를 좌우하는 국내의 이권경쟁에서는 정치권력과의 유착에 무한경쟁을 벌여온 것이 지금까지의 관행이다. 재계가 스스로 여론의 지탄을 받아온 이러한 관행을 떨쳐버릴 수 있을 것인가.
우리 재벌그룹들은 또한 유별나게 탐욕적이다. 기업가 정신의 발휘사례는 많지않다. 수익이 큰 위험보다 이윤이 적더라도 안전을 선택하는 성향이 있다. 기업의 공익성보다는 탐욕을 앞세운다.
그룹을 수평으로 확산시키는 문어발식 경영이 대표적인 사례다. 또한 돈이 생긴다면 부동산,증권투기 등 각종 투기를 서슴지 않는다. 우리 재계가 체질화된 이러한 파행적 관행에서 탈피할수 있을 것인가. 재계의 이번의 대정부 포문도 기실 ▲비업무용 부동산 처리 ▲30대 재벌그룹에 대한 주력업종 선정 등에 대한 불만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노사갈등,공해문제,수출부진,금융긴축 등 기업여건의 악화가 촉진제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재계가 60년대의 영의 상태에서 오늘의 재벌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형성했던 정치권력과의 유착이 척결돼야 한다는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재계가 이를 어떻게 관철할지 지켜보고자 한다. 재계의 혁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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