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체성격 이견으로 더 악화/「간부회」마저 지도력 상실… 별 대안없어연방해체 여부를 놓고 공화국들간에 마찰이 계속돼온 유고슬라비아가 지난 2일 크로아티아공에서 벌어진 사상 최악의 유혈 인종분규를 계기로 내전발발 직전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애초 크로아티아공화국이 공화국내 소수주민인 세르비아인 거주지역에 경찰서를 설치하려들면서 촉발된 크로아티아인과 세르비아인간의 민족분규의 성격을 띠었다.
그러나 양민족의 「격리」를 명분으로 연방군이 크로아티아공화국 영내로 진입하면서 사태는 전연방차원의 문제로 비화됐다.
여기에 크로아티아공화국이 연방군의 개입을 공화국 주권에 대한 침해라고 규정하고 반연방군 시위를 벌이던 크로아티아인들이 6일 연방군 병사를 살해하면서 사태는 더욱 악화됐다.
이번 사태는 크로아티아공화국 정부와 연방정부당국 모두가 「내란상태」로 규정한데서 문제의 심각성을 엿볼수 있다.
사건발생직후 프란조·투즈만 크로아티아공 대통령은 『유고의 내란이 이미 시작됐다』고 말했으며 긴급회의를 소집한 연방간부회도 성명을 통해 『사태가 광범위한 민족분규로 확대될 기세를 보이고 있다』며 『유고는 내란일보전의 상태에 이르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급기야 유고군부도 연방정부에 비상사태 선포를 요구하는 한편 7일 전군에 전투경계태세를 발령하고 예비군동원에 착수했다.
유고사태의 근본적 배경은 유고가 정치·역사·문화적으로 뿌리를 달리하는 이질적인 민족들의 연방체라는데 있다. 여기에다 80년 티토 사후 일기 시작한 각 공화국들이 독립요구로 촉발된 체재선택의 문제가 10년 넘게 해결되지 않고 있는 것도 유고가 내란상태에 이르게 된 또 하나의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6개 공화국중 크로아티아를 비롯한 북서부 4개 공화국은 유고가 각 주권국가들의 느슨한 연합체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연방내 최대민족인 세르비아인들은 세르비아 주도의 「강력한」 유고연방을 원하고 있다.
이러한 체제선택의 문제는 지난해 12월 슬로베이나공이 독립을 선언하고 크로아티아공도 같은달 유고연방에서의 분리독립을 신헌법에 규정한데 대해 「세르비아 민족주의의 기수」라는 평판을 얻고있는 슬로보단·밀로세비치 세르비아공 대통령이 제동을 걸면서 더욱 심화됐다.
유고의 집단지도체제인 연방간부회는 그뒤 유고연방의 장래를 결정하기 위해 여러차례에 걸쳐 회의를 가졌으나 각 공화국들의 의견대립과 거의 공중분해 상태에 있는 중앙권력의 공백현상으로 뾰족한 대안을 도출해내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각 공화국들도 더이상 전유고의 이익을 고려하지 않으며 공화국의 지도자들도 권력유지에만 혈안이 돼있다. 지난 2일 발생한 세르비아인과 크로아티아인의 유혈충돌도 이런 와중에서 일어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유고연방의 유지에 집착하고 있는 군부는 연방간부회가 이번 사태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직접 개입하겠다고 경고하고 있으나 군부자체로 각 민족노선에 따라 분열돼있어 제안된 힘만을 갖고있을 뿐이다.
결국 분리 독립을 요구하는 공화국들과 연방유지를 원하는 공화국들간의 대립과 이를 조정하기에 역부족인 중앙정부의 취약성이 내전발발을 재촉하고 있다는 분석이다.<남경욱기자>남경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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