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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생산성 높여야 한다/곽수일 서울대 경영대교수(경제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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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생산성 높여야 한다/곽수일 서울대 경영대교수(경제진단)

입력
1991.05.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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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우리나라에서 관리를 제일 잘한다는 모 대기업에서 일어난 일이다. 그 기업에서 내부감사를 실시하는 과정에서 놀라울 정도의 부패와 비능률이 관리직에 만연되어 있음이 발견되어,들리는 이야기로는 일반사원으로부터 임원에 이르기까지 7백여명의 사원들이 비리와 관련된 것으로 지적을 받고 그중 상당수가 파면되거나 사표를 제출하게 되었다고 한다.이를 보면서 우리 경제도 단순히 생산현장에서의 노동 생산성의 문제에만 관심을 갖던 과거의 편협된 시각에서 탈피하여 이제는 생산성의 문제를 사무 및 관리직 직원에서까지 확대해서 생각해야할 전환의 시기에 이르렀음을 다시한번 깨닫게 된다.

그 이유는 우리 경제와 기업이 성장하면서 제조업의 경우 생산현장의 블루칼라 직원의 수와 사무직의 화이트칼라 직원의 구성비가 60대 40에 이를 정도로 사무관리직이 증가했는데 이들의 업무가 기본적으로 제품생산에 도움을 주고 현장의 생산성을 높이는데 기여하기보다는 통제목적 의회의 참석이나 보고서 작성,결재 받기 등으로 전락하고 있는 경우 주위에서 많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는 비단제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얼마전 한 외국은행의 중역이 우리 은행을 보고나서 한 말이있다. 어떻게 같은 은행사무실안에 그리도 바쁜 창구의 여직원과 그리도 한가한 책상너머의 관리자가 동시에 존재 할수 있는가? 이는 선진국 기업들에서는 상상조차 할수 없는 일인데도 이러한 사무직 관리자의 비능률을 한국에서는 아직 깨닫고 있지 못한것 같다는 것이 그의 말이었다.

이처럼 제조부분이건 아니면 금융서비스 부문이건 사무실 안을 들여다보면 모든 사람들이 나름대로 바쁘게 일하고 있고,바쁘지 않은 사람이 없는 것같이 보이지만,이제부터는 이들 사무직 사원들이 실제로 무슨일을 하고 있으며 그것이 기업 전체의 발전에 얼마나 기여하는 것인가를 엄밀히 따져보아야 할 때가 된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최근 금융업계가 금융시장의 개방에 즈음하여 준비하고 있는 감량 경영걔획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시중 은행들은 현재 약 1만명의 직원들 중에서 각각 7%씩을 줄여 5개 은행이 총 3천5백명을 감축하고 아울러는 행내의 결재단계를 현재의 7∼8단계에서 2∼3단계로 줄여 사무절차를 간소화할 예정이라 한다.

이러한 변화가 성공적으로 달성되는 경우 은행의 1인당 총 이익은 현재의 4.5배로 확대되고 이익률도 현재 7%에서 19%로 2.5배 증가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와 관련하여 한가지 유의할 것을 사무직 생산성 향상 노력과 최근의 사무자동화를 동일시하는 잘못된 생각이다. 물론 컴퓨터 등을 활용하여 사무자동화를 하는것이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될수는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제까지 손으로 하던 일을 컴퓨터 등의 사무기계에 의해서 대체한다고 해서 무조건 생산성이 증가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사무직의 생산성 향상은 과거와 같은 중복적이라고 비능률적인 업무처리 체계를 청산하고,기업전체의 관점에서 일의 처리 절차를 새롭게 설계하여 집행할 때 비로서 이루어질 것이다.

가령 은행의 예에서와 같이 구체적으로 결재단계를 8단계에서 3단계로 줄여 불필요한 업무처리 절차를 없애고 업무에 대한 새로운 책임과 권한이 설계되도록 해야 하겠다.

한편 이러한 사무직 생산성의 문제는 단지 기업경영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며 정부의 행정을 비롯한 사회 모든 분야의 사무직이나 관리직에 확대되어 논의되어야 할것이다. 예를 들어 소련을 포함한 동구 사회주의 국가들의 오늘날과 같은 경제적 낙후도 어떻게 보면 정부기관의 낮은 사무직 생산성에서 기인한다고 할수 있다. 즉 정부의 행정요원들이 사회 전체적 관점에서 생산성을 높이려고 노력하기 보다는 안일하게 자기에게 주어진 일만을 수행했기 때문에 경제가 오늘날과 같은 혼란에 빠지게 된 것이다.

그런데 소련의 예가 결코 남의 일만은 아니다. 얼마전 어는 국립대학의 교수로부터 소련이 바로 자기네 대학내에 있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들은 일이있다. 즉 자기네 대학의 관리체제자 결코 소련의 관리체제보다 나을것이 없다는 말이었다.

과거 우리 기업들은 기업의 규모가 커지고 운영이 복잡해지게될때 이를 합리적인 업무설계와 배분으로 해결하려 하기 보다는 단순히 사무·관리직 사원의 수를 늘려 일을 할당하는 방식을 취했던 경우가 많다. 그러나 오늘날 명확히 드러나고 있듯이 생산성의 뒷받침이 없는 무분별한 증원은 기업에 짐이 될 뿐이며,앞으로는 생산 현장의 생산성 뿐만아니라 사무직 생산성이 기업경쟁에 보다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 경제에서 사무직의 화이트 칼라를 부패에 빠지고 사무생산성을 도외시한 관리체제가 만연된다면 이는 앞으로 우리 경제의 경쟁력에 심각한 타격을 입힐 것이며,발전의 최대의 타격을 입힐 것이며,발전의 최대의 애로가 될 것이다. 따라서 우리 경제에서도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지금부터라도 사무생산성 향상의 운동이 전개되어야 하겠고,이를 통해 경쟁력을 회복하려는 노력이 뒤따라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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