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정권에 전면투쟁”등 유서남겨8일 상오8시10분께 서울 마포구 신수동 서강대 본관5층 옥상에서 전민련 사회부장 김기설씨(26·경기 안양시 호계2동 915의23 한일다세대주택 2동303호)가 온몸에 시너를 뿌리고 분신한뒤 17m아래 아스팔트바닥으로 투신해 숨졌다.
현장을 목격한 서강대생 허남춘군(23·정외3)은 『한 청년이 옥상위에서 「폭력살인만행 자행하는 노태우정권 타도하자」는 구호를 외친뒤 라이터로 불을 붙여 온몸이 화염에 휩싸인채 곧바로 뛰어내렸다』고 말했다.
인근 학생회관의 총학생회실서 단식농성중이던 학생 30여명은 담요와 플래카드 등으로 불을 끈뒤 교직원 승용차로 김씨를 신촌 세브란스병원으로 급히 옮겼으나 병원도착 당시 이미 숨진 상태였다.
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의사 김승호씨(37)는 『김씨는 전신 1백%의 3도화상을 입은 상태로 앞이마에 직경 8㎝ 크기의 함몰흔적과 귀 코에 출혈이 있었다』고 말했다.
김씨가 투신한 본관 옥상에는 1.8ℓ들이 시너통 2개와 양복상의 안경 시계 등이 남아 있었고 상의주머니에서 국민과 부모앞으로 보낸 유서가 1통씩 발견했다.
김씨는 유서에 『단순한 변혁운동의 도화선이나 역사의 이정표가 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이땅의 민중을 위해 무엇을 해야할까하는 고민속에 얻은 결론』이라며 『모두 하나가 되어 죄악스러운 행위만 일삼아온 노태우정권을 향해 전면전을 선포하고 민중권력쟁취를 위한 행진을 해나가자』고 적어 놓았다.
김씨는 또 부모에게 『한번도 효도를 못한 기설이가 이제 아버지 어머니의 아들이 아닌 조국의 아들이 됨을 선포하면서 마지막 효도를 하려합니다』라며 『모든 일은 전민련 서준식 인권위원장과 김선택 사무차장에 위임해 주십시오』라고 했다.
김씨는 지난 81년 고향인 경기 양주군에서 가정형편으로 광탄상고 1학년 1학기만 마치고 상경,이듬해 수도 전기통신기술학교를 다니며 검정고시를 준비하던중 85년 입대,88년 4월 제대했다.
제대한해 10월부터 성남 민청련과 노동상담소 등에서 현장활동하다 지난해 11월 전민련 집행부에 들어가 지난 3월부터 사회부장을 맡은 김씨는 범국민대책회의에도 참가하고 원진레이온,속초 동우전문대 사건 조사실무자로도 활동했다.
서울 서대문구 북가좌동에서 전민련 동료 임모씨(24)와 자취해온 김씨는 H대 철학과 중퇴생을 자처하고 한때 「한정덕」이라는 가명을 쓰기도 했다.
김씨는 지난 5일 방통대 이모양(21·국문1) 등에게 『내가 죽으면 운동을 하며 갈등하는 사람들에게 많은 깨달음을 줄 것』이라며 분신의사를 비치고 주민등록증과 얼굴사진을 맡겼었다.
김씨는 동료 임씨를 8일 새벽5시30분께 동숭동 대학로에서 『전화를 걸고 오겠다』고 따돌린뒤 상오6시30분께 친구 홍성은양(26)에게 전화,『이대부근에 있는데 마지막이다. 열심히 살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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