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인 민주화운동 참여 필요/정계·학계등 2중구조 틀 깨야”강경대군 치사사건으로 시국긴장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서울대 교수와 대학원생들이 7일 「전환기 한국사회와 대학」을 주제로한 공개토론회를 열어 관심을 끌었다.
서울대 교수 1백20여명의 모임인 「사회정의연구실천모임」과 대학원생들의 조직인 「대학원자치회협의회」가 이날하오 서울대에서 공동주최한 토론회는 한국사회의 갈등요인과 현상황을 진단한뒤 민족·민중적 학문의 방향 등을 분석하고 나름대로 대학인이 지향해야할 바를 제시했다.
2편의 주제중 「사회변동과 지식인의 역할」에 대한 교수와 학생의 발표논문을 요약한다.
◇대학인의 사회적 실천에 관한 9가지 테제(한상진교수·사회학)=우선 한국사회는 지역적·세계사적 전환기에 있다. 전자는 민중배제적이고 인권억압적인 권위주의 체제청산을 둘러싼 진통이며 후자는 21세기의 문턱에서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사회를 건설해야 한다는 과제이다.
개혁을 원하는 전환기적 상황에서 대학인은 상아탑에 안주하기 보다는 현실문제에 대한 깊은 관심을 가지고 탄력적인 실천모델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현실적인 힘의 논리와 대학지성 사이의 긴장은 불가피하지만 우리는 대학의 책임감과 개방성을 대학인의 생활윤리로 삼아 모순의 구조를 개선하는 노력과 검증의 책무를 다해야한다.
복합적인 한국사회의 모순구조를 뜯어고치는 개혁의 사회적 조건은 기층민중과 중민(근대적 신중간층,핵심노동자층,학생청년세대)의 연합이 돼야한다. 87년 6월 항쟁은 바로 중민과 기층민중의 결합으로 이뤄진 민중연합의 성공적사례로 평가된다.
그러나 민중연합은 불행히도 심각히 훼손되는 과정을 밟았다. 양김씨의 분열,6공의 구체제 승계,3당합당과 공안정국은 상황을 반전시켰다. 한마디로 집권층의 개혁의지는 빈껍데기가 되고 말았고 이런 상황에서 총체적 위기,정치제도권에 대한 불신은 더욱 심화됐다. 현재의 위기국면은 경찰력의 폭력성이 드러나면서 그동안 수세적 입장에서 피해의식을 가졌던 저항세력이 총반격을 하는 양상으로 파장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은 어떻게 현실에 개입해야 하는가. 첫째 실종된 민주화개혁을 사회 모든부문에서 재가동 시키는 노력,예컨대 구시대악법의 청산,공안정국의 종식,기본권보호,경제민주화개혁에 대한 노력이 필요하다.
둘째 집회 농성 시위 토론회 간담회 공청회 시국성명서 저술 강의 등 다양한 모델이 실천방식이 될수있다.
셋째 교수건 학생이건 대학인은 현실에 대해 책임윤리를 가져야한다. 이 세가지 전제위에서 개혁의 양지렛대인 시민사회와 제도권안의 세력을 활용할 수 있어야한다. 참여적 결합의 바탕위에서 지식과 정보를 통해 다양한 사회집단과 연대고리를 만들어 시민사회의 자율능력을 고양시키며 또한 지식인운동이 단순히 재야에 국한된것이 아닌만큼 제도권내의 개혁세력까지를 최대한 활용하는 탄력성을 지녀야한다.
정치제도권의 존재가치를 부정하지 않으면서 이들이 개혁에 소극적일때 받게될 정치·사회적 타격과 손실을 가중시킴으로써 개혁으로 유도해야 한다. 특히 집권당의 일부로 변신해간 야권출신세력에게 사활의 선택을 요구하는 집중적 압력을 가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폭력의 사용은 철저히 억제돼야 한다. 폭력은 대중성을 획득하기가 불가능하다.
◇민족적·민중적학문의 제도화(정일준·사회학 박사과정)=지난 10년간 인문사회과학계를 특징짓는 중요한 현상은 비판적·진보적 연구의 확산 및 집단화이다.
그러나 사회현실에는 크고작은 여러고리가 있고 그 관계는 복합적이어서 현실의 모순과 미래의 모순 극복이라는 기존의 민족·민중적 학문의 접근방식은 현실을 단순화시킬 위험이 있다. 따라서 이론·실천·지식에 대한 기존틀을 넘어서는 새로운 접근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대학이 사회민주화에 엇물려가는 지점은 바로 이곳이다.
민족·민중적학문의 문제의식과 문제의 틀을 기존의 학계에 어떻게 접합하느냐가 관건이다. 왜냐하면 민족·민중학문이 자임하고 나선 문제가 민족·민중적 삶과 발전에 관계된 것이라고 보았을때 그것은 결코 몇사람만의 과제는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이야말로 그동안 우리사회의 균열을 반영해온 정계와 학계의 이중구조(흔히 제도권과 비제도권으로 구분되는)의 틀을 깨뜨려야할 시점이다. 그것은 제도권의 해체나 전복이 아닌 비제도권의 「급진적 제도화」를 통해서 이뤄져야한다. 이같은 형태로 진행되는 대학의 민주화만이 사회의 민주화를 담보할 수 있다.<한기봉기자>한기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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