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조세형의원 「IPU총회 8박9일」 체류기/의원이 본 북한:2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조세형의원 「IPU총회 8박9일」 체류기/의원이 본 북한:2

입력
1991.05.08 00:00
0 0

◎식량·주택 부족불구 싼값 해결/공산품은 비싸 큰부담/잡곡섞인 쌀배급… 기본혼수 TV·재봉틀/대졸초임 백원에 컬러TV 2천원 넘어 젊고 예쁘장한 이부인(27)의 집은 평양시 개선동안산 거리에 있는 아파트7동 3층 2호이다. 70평방미터라고는 하나 우리네 눈짐작으로 20평 남짓이라고나 할까?그녀는 평양인쇄 단과대학을 졸업한뒤 직장에 다니다가 2년전 한 기자와 결혼해 어린 딸 하나를 두고 있다.

3살 연상인 남편은 지금 조선중앙통신 사진기자로 일하고 있고,자신도 공산대학 타자수로 일하고 있다.

남편 월급이 1백30원인데 비해 자신은 파트타임으로 일하고 있기때문에 고작 60원. 둘이 합쳐서 2백원 안팎을 가지고 그럭저럭 살림을 꾸려가고 있다.

그러나 이집에는 또 한세대의 가족이 살고 있다. 주택이 부족한 평양시내에는 아직도 한 아파트에 두세대가 사는 이른바 「동거세대」가 상당수 있다.

명년 4월15일 김일성 주석의 80세 생일때 까지 준공을 서두르고 있는 광복거리와 통일거리의 고층아파트 3만세대가 완공되면 주택난은 다소 누그러진다는 얘기들이었다.

그러나 다행히도 이 아파트에 사는 또 한세대는 남이 아닌 바로 친 시부모들이다.

방이 3개. 시부모들이 안방을 쓰고 있고 두 부부와 딸이 나머지 방 2개를 쓰고 있다. 물론 밥도 함께 지어 먹고 부엌이나 목욕탕도 함께 쓰는 우리네의 한집살림과 다를 것이 없다. 시아버지의 은퇴보상금이 매달 60원씩 나오고 있어 살림에 큰보탬이 되고 있다.

우리가 들이 닥쳤을때 집에는 이부인과 딸아이와 시어머니만 있었다. 침대,식탁,이불장,텔레비전,냉장고,세탁기­북한에선 선민들이 산다는 평양에서도 중류가정에 속한다. 식탁위에는 맛있는 과일과 과자가 놓여있고 냉장고엔 고기와 계란이 꽉차 있다.

물론 이집은 연출된 모델하우스라고 할 수 있다. 아무리 5·1노동절에 고기와 식량이 특별배급 나왔다고 해도 저렇게 까지 냉장고가 터질만큼 고기가 풍성한것은 아니다.

북한에서는 어른 한명당 하루 7백g에서 8백g씩의 식량을 배급한다.

평양에서는 쌀이 70%이고 밀가루,밀,강냉이,강냉이국수 등으로 주지만 시골로 내려가면 쌀은 40% 정도로 떨어지고 잡곡이 절반 이상이다.

그러나 직장에 나가지 않는 사람에겐 식량배급량도 5백g에서 3백g까지 분량이 줄어든다.

북한의 배급쌀값은 참 싸다. 거저라고할만큼 싼값에 주고 있다.

㎏당 7전이니까 한달 식량값은 2원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정부가 농민으로부터 수매하는 값이 학산협동농장 괸리인의 말처럼 ㎏당 65전이라면 북한의 2중곡가제는 대단한것이라 아니할 수 없다.

북한의 정확한 식량사정을 확인할길은 없다. 온통 산에 소나무를 베어 산꼭대기까지 다락발을 일군것을 보면 식량이 부족한것은 사실이지만 잡곡밥이나마 밥을 굶고 지낸다고까지는 느껴지지 않았다.

5월1일 대성산공원에서도 나는 안내된 「연출가족」을 피해 길건너편 숲속 깊숙이까지 가보았는데,아닌게 아니라 연출된 가족들의 차림만은 못해도 그런대로 김밥과 떡과 과일과 과자,음료수들이 풍성하게 차려져있었다.

북한에서 대학을 나온 사람의 초임은 1백원정도 된다. 을밀대가 있는 모란봉공원을 청소하고 있는 한여인의 월급은 68원이었고,9일동안 나와 김광일 의원을 위해 벤츠차를 몰아온 1급운전사 박씨의 월급은 1백10원,사범대학을 나와 중학 영어선생을 하는 그의 부인 월급이 1백90원,시종 우리를 안내해주었던 사회민주당간부 한씨의 월급은 2백원인데 거기다가 가끔 글을 써서 매달 부수입이 1백20원정도(2백자원고 1매당 1원20전),교예극장의 일류인민배우가 2백50원 대강 이런식으로 되어있다.

최고위 노동당 간부라면 몰라도 대개 북한의 월급체계는 최하에서 최고가 3배내지 4배정도 차이가 나는것 같다.

평양 제1백화점에서본 물건값은 월급수준에 비해 너무 비쌌다. 양복감 한벌에 1백원에서 1백40원(단 공임은 별도로 10여원만 내면 된다),허름한 운동화가 한켤레 25원,양말 한켤레가 5원에서 10원까지,흑백TV가 무려 2천2백50원….

미화1달러가 북한돈 2원이니까 북한사람들의 평균월급은 50달러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그런 계산법은 사회주의 사회에서의 우리와는 판이하다. 첫째 집은 국가에서 내주어 전기·수도료 등 10여원만 내면 된다.

식량은 부족하고 조잡하지만 아주 싼편이고 버스나 지하철 차삯은 한번타는데 10전,세금은 없고 의료는 무료이며 교육도 전과정이 국가부담이다. 옷과 공산품이 비싸고 부담이큰데 기타 자질구레한 데에 들어간다.

우리 운전기사 박씨의 말을 빌리자면 옷사입고 아이들 학용품사주고 담배 사피우는 것 등에 쓴다는 설명이었다.

어린애들이 크면 장가·시집보낼때 텔리비전,재봉틀 정도는 사주어야겠기에 저축도 서서히 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혼인비용이 남자의 경우 5백∼6백원,여자의 경우엔 밥그릇도 마련해야하기때문에 그것보다는 2백∼3백원이 더 든다는 것이었다.

공산식은 공산식이어도 사람사는 모양새는 어디나 비슷한데가 있다.

오늘의 북한사람들은 그렇게들 살아가고 있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