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막힐듯한 정국긴장이 계속 되고 있다. 여야는 시국수습방안을 놓고 여전히 고질적인 대립·불신관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범국민대책회의」는 모처럼 잡은 고삐를 놓치지않기 위해 더 조여갈것같은 조짐이다. 지금 국민들은 비바람부는 캄캄한 바다위에 뜬 조각배를 타고 있는것처럼 불안하고 안타깝기 짝이없다. 지금의 정국상황이 과연 가닥도 잡을수 없고 실마리도 찾기 어려운 난국중의 난국인가. 이 시점에서 우리는 우리가 직면해있는 위기의 실체를 다시한번 정리 해볼 필요가 있다.결론적으로 누군가가 얘기했듯이 해방이후 최대의 정치위기는 아직 아니다. 운동권이 주장하는것처럼 정권퇴진을 외칠 계제의 위기도 아니다. 정치권이 결단만 내릴 수 있다면 수습이 가능한 성격의 위기가 아닌가하는 것이 우리의 견해이다. 겅경대군에 대한 상해치사로 불이붙은 이번 시위는 잇단 대학생들의 분신으로 분노가 확산된것이 첫번째 특징이다. 두번째는 강군을 희생시킨 전경의 과잉진압이 공안통치에서 비롯 됐다는 국민적 정서가 일반화돼 있기때문에 학생들의 시위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분위기가 사회일각에서 깔려 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사태를 87년 6월 항쟁때의 정국여건과는 다르다고 보는것이것이 세번째 특징이다. 위의 세가지 특징을 짚어보면 이번 위기의 실체는 윤곽이 떠오른다.
우선 여론의 집중적인 초점이 놓였던 특징은 무엇인가. 그것은 단연 젊은이들의 잇단 분신자살이었다. 충격을 받은 1천여만의 어버이와 각계 지도자,매체의 호소는 더이상 젊은이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일만은 자제해 달라는 것이었다. 모든것이 뒤범벅이돼 합리적 판단이 실종된 상태라지만 그 호소자체는 정치적투쟁과는 별개라는 점을 분명히 해두지 않으면 안된다. 다음으로 여론의 표적은 젊은이들의 불행을 초래한 공안통치 방식의 개선이나 종결쪽으로 넘어갔다고 볼수 있다. 6공 정부가 선거에 의해 창출된 정부인만큼 5공의 독재정권과 동일시할수는 없는것이고,더디나마 민주화가 진행중인것도 사실이기 때문에 정권의 전면부정보다는 통치방식의 문제점 개선을 요구하게 됐다는 논리의 전개가 가능했던 것이다. 그런점에서 강경투쟁의 정치경력을 가진 신민당의 김대중 총재가 재야의 정권퇴진 주장에 동조하지 않은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
여권으로서는 내무장관의 인책사임과 전경제도의 개선만으로 충분한 것이 아닌가하는 소극적 대응론을 펼 수도 있고,내각퇴진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현실론도 있을 것이며,차제에 체제를 전복하려고 시도하는 불순세력을 키워주는 양보는 안된다는 강경론도 펼 수 있을듯 하다. 그러나 어느 경우든 위기의 실체를 정확하게 읽고 그에 걸맞는 대안을 내놔야 한다.
왜냐하면 인책사임충분론은 뒤이은 「분신사태」로 이미 효과가 반감됐고 불순세력은 선별대응이 사실상 어려워 문제해결의 도움이 되기가 어렵겠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렵겠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일단 공안통치 시정에 관련한 정부의 결단이 시국수습의 전기를 주리라 믿는다. 문제는 실기하면 곤란하다는 점일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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