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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 쌀/이병일 편집부국장(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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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 쌀/이병일 편집부국장(메아리)

입력
1991.05.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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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에서 근무할때(85년) 미국에서 가져온 쌀을 먹은 일이 있다. 하도 쌀값이 비싸 친구여럿이 맛이 있다는 캘리포니아 쌀을 가져다 먹자는 의견을 모았다.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일본은 쌀값이 비쌌다. 그 당시 괜찮은 쌀이 10㎏들이 한부대에 6천엔(3만1천원)이나 했다.

어느날 이 친구들이 캘리포니아 쌀을 나누어 먹자고 보내왔다. 사무실로 배달된 쌀은 11.2㎏들이 한부대에 2천5백20엔(1만3천원)이었다. 10㎏들이 한부대에 6천엔하는 쌀이 그것 보다도 1.2㎏이나 더 많고,넓고넓은 태평양을 건너왔는데도 반값도 되지 않았다.

미국이 일본시장 개방을 요구할만도 했다. 맛좋고 값싼 쌀로 공격하면 시장을 석권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당연하다. 이는 우리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현재 쌀값은 국제 시세가 톤당 3백50달러(25만3천원) 수준인데 비해 우리나라의 평균 생산단가는 자그마치 1천8백50달러(1백34만원)로 다섯배 이상이나 된다.

보내온 쌀이 여러 부대라 이를 집까지 나를수 없어 운송회사에 부탁했다. 사무실에 온 운송회사 직원들은 집까지의 운송비로 부대당 2천5백엔을 요구했다. 어이가 없었다. 태평양을 건너온 쌀 11.2㎏의 값과 같은 동경시내의 집까지 운송비가 거의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쌌다. 쌀값과 운송비를 합쳐도 일본의 쌀 10㎏보다 9백80엔(5천원)이나 쌌다. 그것도 쌀의 양이 1.2㎏이나 많았다.

가져온 쌀로 밥을 해보니 맛도 좋았다. 이러니 미국이 오랫동안 일본시장 문을 두드려 왔구나 하는 생각조차 들었다. 일본쌀도 돌도 없고 맛도 좋았으나 어딘지 감칠맛이 이만 못했다. 이 쌀이 한국에 들어오면 큰일나겠구나 하는 마음이 불현듯 들었다. 그 당시로는 괜한 생각이었는지 모르지만 그 괜한 걱정이 현실화 되어가고 있다. 요즘 일부 부유층이 미군부대를 통해 흘러나오는 이 쌀을 자랑스럽게 사먹고 있다고 한다.

전문가들중에는 박수길 제네바대사의 발언대로 3%정도 쌀시장 개방을해도 괜찮다는 생각을 지닌 사람도 있다. 3% 정도면 그 액수가 3천만달러(2백20억원)쯤 된다. 한국의 무역규모로 보면 적은 액수라는 것이다.

피상적으로 보면 그렇다. 그러나 쌀은 그 액수로만 따질 수 없는 무게와 특성을 지니고 있다. 우리는 쌀과 거의 역사를 같이 해왔다. 생활이자 문화다. 이런 상황을 무시하고 논리대로만 일을 처리할 수는 없다.

무엇보다도 미국의 노림을 똑바로 이해해야 한다. 미국도 우리민족과 쌀과의 특수한 관계를 잘알고 있다. 이 때문에 우선 양이 적더라도 일단 한국시장의 문을 열어 GATT(관세·무역에 관한 일반협정)의 무역에 관한 예외규정을 무력화 시키려는 것이다. GATT는 각국이 특정품목의 무역을 관리하고 국내에서 농산물의 생산을 조정하는 경우 수입제한을 예외로 인정하고 있다.

미국은 이런 예외규정을 철폐하고 어느 품목이라도 최소한의 수입을 의무화 하는 「미니멈 액세스」(Minimum Access)안을 내세우고 있다. 쌀 휴경보상제 도입과 박수길 대사의 국내 쌀시장 3∼5%를 연차적으로 개방할 뜻의 발언도 이런 배경에서 나온 것이다.

일단 「쌀수입」이란 구멍이 뚫리면 그 구멍은 점차 커지게 마련이다. 그렇다고 언제까지나 그 구멍을 틀어막고 있을 수만은 없는 현실이다.

쌀의 질을 높이고 대규모 영농으로 생산단가를 줄이는 등 그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어려운 시절의 양중심의 쌀농사에서 벗어나 농약을 덜쓰는 등 질 위주의 농사로 전환해야 한다. 미국의 「람보식」 압력을 가한다고 람보식 결의안으로 맞선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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