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민당의 김대중 총재가 남북한의 유엔 동시가입을 도와달라는 내용의 서한을 케야르 유엔사무총장에게 보낸것은 전례없는 일이어서 그형식과 내용·목적 등 여러가지 측면에서 관심을 끈다. 먹저 눈에 띄는것은 야당의 독자외교방식이다. 야당의 당수가 특정외교문제에 대해 정부의 공식방침과 어긋나든 일치하든,독자적인 견해를 밝히는 것은 어느나라에서나 볼수있는 자연스런일이다. 그러나 그견해를 표명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견해를 외교당사국이나 국제기구에 직접 전달하는 일은 드문 경우이다. 국내 인권문제를 국제사회에 고발하기 위해 야당이 직접 나서서 호소하는 경우 같은것은 흔히 볼수있는 일이었지만 특정외교 현안문제를 두고 독자적으로 행동에 까지 옮기는 것은 이례적인 일임에 틀림없다.특히 정부측과 사전협의를 했다면 또 모르겠으나 아무런 사전협의 절차도없이 불쑥 서한을 보냈다면 일반국민들은 혼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외무부가 있고 유엔대표부라는 정부의 공식외교채널이 엄연히있는데 이를 무시하고 야당이 독자적으로 외교활동을 벌인다면 당사자인 유엔사무총장도 어리둥절 할수밖에 없을것이다. 우호와 친선을 도모하기위한 정당외교라면 몰라도 거국적·초당적으로 다뤄야할 유엔 가입문제를 그런식으로 1개 정당의 개인플레이에 맡긴다는 것은 불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혼선을 가져오는 것은 이런 형식뿐만이 아니다. 서한의 내용을 보면 남북한의 동시가입을 강조하고 있는듯한데 남한만의 단독가입은 반대한다는 대목이있어 갈피를 잡기가 어렵다. 정부는 공식정책으로 「동시 가입을 추진하되 북한이 끝내 거부할 경우 남한만이라도 먼저 단독가입을 하겠다」는 확고한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김총재는 이 서한에서 『대한민국의 단독가입은 한민족으로서 불완전한 의사표시이며 남북간의 긴장을 강화시켜 한반도 평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것』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이대목을 보면 동시가입과 단독가입 반대중 어느쪽에 더 비중을 두고 있는지 분간하기 어렵다. 물론 『남북 동시가입을 위한 이같은 기회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유엔가입의 결단을 내리지 않는다면 유엔은 당연히 대한민국만의 가입을 승인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대목을 넣어 정부의 공식방침과 궤를 함께하려는 배려를 하고있음을 알수있다. 또다른 하나의 혼선은 김총재가 무슨 목적에서 이서한을 이시점에서 보냈느냐는 점이다.
우선 남북 동시가입의 분위기조성을 위해 측면지원을 해야겠다는 순수한 동기에서 한 활동이라고 보고싶다. 그런 선의에서 나온것이라면 정부측과 은밀하게 협의를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만일 그렇지 않고 정당이나 개인차원의 이익을 위해 독자적으로 행동했다면 그것이 가져올 부작용과 반작용을 먼저 깊이 생각했어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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