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정행태가 도덕극치로 미화」 잘못/생명가치는 이념·체제초월… 저항권과 질서파괴 구분할때/의사표현 좀더 신중해야… 기성세대 도덕성 상실도 반성을/정부서는 직·간접 책임인식 개혁을대학생들의 잇단 분신사건에 대해 사회 각계인사들은 생명존중을 간곡히 당부하면서 비극의 재발방지를 위해 정치권을 비롯한 사회전체의 각성과 노력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특히 아무리 요구가 치열하더라도 공동체 사회에서 함께 살아가며 창조적이고 합리적인 개선·극복방향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합리적 「운동」 모색을
▲이호철씨(소설가)=분신의 1차적 책임,학생을 분신으로까지 이끌고간 간접적 책임은 우리 모두에게 있다. 시위진압방식이 체포형 진압방식으로 바뀐 것부터가 연이은 학생분신의 원인이 되지 않았는가. 또 부지불식간에 우리는 학생들의 격정적 행태가 절대적 도덕성의 극치인 것처럼 미화하고,간접적으로 유도하지 않았는가.
6·29이전의 「군사독재타도」라는 명백한 목표가 상대적으로 약화되고 현실대체의 전망도 불투명한 시기에서 학생들의 죽음과 그에 대한 감정적 반응이 과연 무엇을 가져올지 의문이다. 학생·지식인들은 이런 때일수록 보다 냉철하고 합리적인 「운동」의 길이 무엇인지 숙고해야 할 것이다.
○좌절이해 이끌어야
▲한완상교수(서울대)=인간의 가치가운데 제일 소중한 것은 생명이며 생명은 이념과 체제를 초월하는 것이다. 우리사회의 구조적 부조리와 모순을 죽음이라는 수단으로 풀려하는 학생들의 시도는 비극이면서 자기 모순일 수도 있다.
비리와 부조리를 개선하려면 더불어 살아가며 창조적이고 합리적인 극복방향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이같은 극한상황에서 우리는 학생을 타이르고 선도할만한 기성세대의 도덕성 상실을 지적해야 한다. 그들의 좌절과 울분을 이해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수로화 할수있는 자세를 가져야할 것이다.
생각을 함께 나누고 토론할 상대가 있었다면 그들은 죽음을 택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열사논리」 인식잘못
▲강신옥씨(민자의원)=강경대군 치사사건이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발생된 것에 대해선 변명의 여지가 없다. 5공 당시 박종철·이한열군 사건때는 정권의 정통성이 없었기 때문에 학생 시민들의 시위가 저항권의 발동으로 인식될수 있었다. 그러나 6·29선언후 한국의 민주화는 급진전되고 있고 일부에선 관의 권력이니 공안통치니하고 부정적인 시각도 있으나 저항권차원이 아닌 질서파괴행위가 더 문제다.
학생들은 5공당시 시위과정에서 숨진 일부인사들을 「열사」라고 인식하고 있는 운동권논리에 빠져있는 것같다. 내일을 이끌어갈 젊은 학생들이 스스로 목숨을 버리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 해결책 마련을 우선 정치인들에게 맡기고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주길 바란다. 정치인의 한사람으로 책임을 통감한다.
○자제호소전 개혁을
▲김석준씨(이화여대 교수)=생명을 희생하면서까지 자기의사를 알리려는 학생들의 행동은 안타깝기 짝이 없다. 이같은 행동은 무엇보다 정부나 사회지도층 인사들에 대한 불신과 배신감을 바탕에 깔고 있다.
또 학생대중 사이에서 강경파들의 영향력이 약화된데 대한 조바심에서 나온 행동이라고도 볼수 있다.
단순히 자제를 촉구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정부가 과감한 개혁조치를 내놓아야 하고 허심탄회한 자세로 대화에 나서야 한다. 또 운동권은 일반 시민에게 자신들의 뜻을 알리고 거부감을 사지 않을수 있는 새로운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이런 양자의 성의있는 노력만이 아까운 젊은이들의 목숨을 구할수 있다.
○부처가르침에 위배
▲김정휴스님(불교방송 상무)=부처님은 아무리 옳은 일을 하더라도 일체의 목숨을 해치는 일은 정당화될수 없다고 가르쳤다. 한사람의 생명은 부모로부터는 자식,스승으로부터는 제자,이웃으로부터는 친구라는 여러가지 관계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나의 목숨이 곧 사회적 생명이자 일체 중생의 생명과 다름없는 것이다.
따라서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생명을 가볍게 여기는 풍조는 부처님의 가르침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최근 일련의 대학생 분신자살 사건을 보면서 문제의 근원이 어디있는지를 정치인을 비롯한 각계의 지도자들은 깊이 반성해야 된다고 느낀다. 젊은이들도 현재의 상황이 몸을 내던져야될만큼 절박한지 재고해야 하며 정치권도 젊은이가 스스로 목숨을 바쳐가면서 말하고자 하는 의미가 무엇인지를 다시 생각해야 한다.
○살아서 주장밝혀야
▲안명기씨(변호사)=여야 정치인은 물론 재야인사까지도 젊은 대학생들이 극한 행동을 자제하도록 호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또다시 분신사건이 발생해 몹시 안타깝다.
나이어린 학생들이 강경대군의 사망과 잇따른 분신사태에 영향을 받아 이성을 잃고 감정적으로 행동하는 것같다.
그러나 스스로 생명을 끊는 식의 극단적 의사표현방식은 누구의 지지도 못받을 뿐 아니라 우리사회의 문제 해결에도 결코 도움이 안된다.
의사표시는 살아서 자기주장을 분명히 밝힐때만이 정당한 평가를 받을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주었으면 좋겠다.
숨진 강군도 여러분들이 활기찬 모습으로 사회발전을 앞장서길 바랄것이다.
○내각사퇴 고려토록
▲윤영규씨(전교조 위원장)=학생들은 스스로 목숨을 끊는 극한수단을 택해서는 안된다. 이는 문제해결을 더욱 어렵게 할것이다.
학생들의 분신 등 자해행위가 잇따르는 가장 큰 이유는 현정권이 강군 치사사건와 관련한 아무런 가시적인 조치나 반성의 의지가 없기 때문이다. 정부의 이같은 자세는 학생들의 절망감을 더욱 크게 하고있다.
이성과 자제력을 갖고 함께 어깨를 맞대며 민주화에 매진해야 한다. 사회가 어둡다해도 끈기있는 노력과 자세만이 정의로운 사회를 이룰수 있다는 확신을 갖기 바란다.
정부는 젊은이들의 극단적 항거앞에서 겸허히 자성하고 합당한 조치를 조속히 내려야 한다. 내각의 사퇴,경찰간부의 구속 등 가시적 조치가 일단 내려져야만 더이상의 비극을 막을수 있다.
○안이한 대처에 답답
▲이철씨(민주의원)=우선 학생들에게 의사표현의 방법에 좀더 신중해 달라고 간곡히 당부한다. 나 개인의 생각이 아니라 온국민 전체의 공동된 우려라고 믿는다. 분신만은 피해야 한다.
그리고 이같은 상황을 초래케한 현정권이 지극히 무감각하고 안이하게 대처하고 있는데 대해 답답할뿐이다. 하루속히 상황의 원인제거에 나서야 한다. 사건의 책임소재는 근원적으로 민주화개혁을 저버린 정부에 있다. 근원적인 원인제거를 않으면 학생들을 「마지막 의사표현수단」으로 내몰고 있는 책임을 져야 할것이다.
다시한번 이 땅의 젊은이들에게 자제를 당부하며 자신을 희생하는 일이 없기를 호소한다.
○대통령 적극나서야
▲이해찬씨(신민의원)=강경대군이 사망한이후 거듭되는 젊은 대학생의 분신을 온국민이 크게 우려하고 있다.
하나뿐인 소중한 생명을 가장 값지게 살아가는 길은 국민과 함께 진정한 사회개혁을 이루기위해 노력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더이상의 분신은 없어야 하며 현재의 상황을 타개하는 길에 젊은이 모두가 살아나서 나서야 한다.
이제 분신과 같은 비극은 없어야 한다는 점을 간곡히 호소하며 젊은 학생 모두에게 학생운동에 몸담았던 선배의 한사람으로서 이성과 자제를 당부한다. 이와함께 현역정치인의 한사람으로서 막중한 책임을 절감한다.
이 난국을 풀기위해 대통령이 적극 나서야 한다.
○공격적진압 탈피시급
▲홍성좌씨(무역협회상근부회장)=최근 대학생들의 잇따른 투신·분신자살기도를 신문·TV로 접하면서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기 이전에 우선 안타깝기 그지없다는 생각이 든다. 대학생을 자식으로 둔 부모이면 누구나가 같은 생각일 것이다.
앞으로 이같은 비극이 일어나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원천적 요인을 제거해야 하는데 정부 학생 국민들이 뜻을 모아 노력해야 한다. 쇠파이프같은 살상용 도구를 시위진압용으로 쓰는 당국의 공격적 자세를 탈피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인명만은 다치지않는 평화적인 대처노력에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학생들은 자기주장을 평화적으로 전달해야 한다. 싸움을 걸려는 자세는 옳지않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