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데타군부,돈줄·조직협조 거부에 제거설/체육계 인사로 범죄단 두목… 정치의혹 제기지난달 5일 방콕에서 태국복싱협회 회장이자 암흑가의 대부였던 캐우·타니쿤이 M16,AK47로 무장한 괴한들로부터 무차별 총격을 받고 즉사했다.
당시 사람들은 저명한 체육인이자 범죄단의 두목이었던 타니쿤이 지하세계의 잔인한 세력다툼에 희생된 것으로 여겼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타니쿤을 살해한 세력은 라이벌 조직이 아니라 지난 2월 쿠데타로 집권한 신군부라는 심증이 굳어지고 있다.
사람들은 이같은 심증의 근거로 쿠데타직후 태국군부가 계엄령을 선포하고 범죄조직과의 전쟁을 선포한 사실을 들고 있다. 이처럼 삼엄한 상황에서 범죄집단끼리 패권쟁탈전을 벌인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않는다는 지적이다.
군부에 대한 의혹이 고개를 들면서 보다 구체적인 증거도 제시되고 있다. 그중 하나가 쿠데타이후 군수뇌부들로 구성된 국가평화유지위원회(NPKC)가 작성한 태국의 7대 암흑가 두목들의 명단이다. NPKC는 살해된 타니쿤도 포함된 이들 암흑가 대부들에게 군부의 정책에 협조할 것을 요구하면서 거부할 경우 「특별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위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목된 암흑가 대부들은 대부분 현재 태국의 실권자인 순톤·콤송퐁 NPKC의장을 비밀리에 방문,협조를 약속했지만 유독 타니쿤은 군부의 압력에 저항하다 제거된 것으로 사람들은 믿고 있다.
문제는 군부가 타니쿤을 살해한 배경에는 범죄조직 소탕의 차원을 넘어서는 거대한 정치음모가 작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태국의 독특한 범죄조직인 「자오 포」는 19세기초 태국으로 이민온 중국계 상인들이 자신들의 재산을 지키기 위해 만든 일종의 사병조직에 그 뿌리를 두고있다. 그러나 이후 이들은 태국왕실의 후원아래 힘을 키워 지역에 따라 지방정부의 공권력을 능가하는 영향력을 행사하게 됐다.
따라서 쿠데타로 집권한 태국 군부가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선 암흑가의 두목인 「자오 포」들의 돈줄과 조직적인 협조가 필수적인데 이들 「자오 포」들이 그동안 밀착관계를 맺어온 기존 정치인들과의 관계를 쉽게 끊으려하지 않자 그중 대표격인 타니쿤을 살해하는 극단적인 방법을 택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김현수기자>김현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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